“방송통신 새 거버넌스”…방미통위, 디지털 미디어 규범 시험대
방송과 통신, 온라인 플랫폼이 뒤섞인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새로운 규범을 요구하고 있다. 출범 초기 단계에 들어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향후 어떤 정책 방향을 택할지가 국내 미디어 산업의 경쟁 구도와 규제 지형을 좌우할 전망이다. 학계와 산업계는 유료방송,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포함한 전체 미디어 생태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진흥과 규제의 균형을 새로 짜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방미통위 출범을 국내 디지털 미디어 거버넌스 재편의 분기점으로 보는 분위기다.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은 18일 오후 3시 한국언론진흥재단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방미통위 출범에 따른 혁신 정책과제를 제안하는 학술세미나를 연다. 디지털 대전환과 미디어 융합 환경 속에서 방미통위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위기 극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짚겠다는 취지다. 새 위원회의 첫 계기 세미나 격인 만큼 규제 체계와 산업 정책의 큰 방향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제1세션에서는 미디어 환경 변화 진단과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다뤄진다. 좌장은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맡는다. 첫 번째 발제에서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유료방송시장 진흥과 방미통위 과제를 제시할 계획이다. 유료방송은 가입자 기반 수익 구조와 망 투자, 콘텐츠 저작권 비용, 지역 채널 편성 의무 등 전통 규제가 중첩된 영역으로, 인터넷 기반 서비스와의 역차별 논쟁이 이어져 왔다. 방미통위 체제에서 유료방송을 네트워크 인프라, 콘텐츠 유통, 플랫폼 경쟁 정책과 연계해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번째 발제는 미디어 융합 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포함하는 진흥과 규제의 균형 전략에 초점을 둔다. 홍종윤 서울대 교수는 OTT 사업자가 기존 방송과 다른 글로벌 플랫폼 특성을 가진 만큼, 망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글로벌 빅테크와의 시장 힘을 동시에 고려한 규율 원칙을 제안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논의는 동일·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 간 규제 수준이 크게 차이 나는 문제와, 국내 사업자 역차별 논란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방향을 둘 것으로 보인다.
제2세션에서는 미디어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 정책 과제를 놓고 전문가 토론이 이어진다. 좌장은 유홍식 중앙대 교수가 담당한다. 토론에는 박지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김세원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실장,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박사, 신호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실장, 이희승 한국IPTV방송협회 국장,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총장, 김유정 MBC 전문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여한다. 유료방송, 케이블TV, IPTV, 인터넷 플랫폼, 콘텐츠 산업 등 각 분야 이해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방미통위가 설계해야 할 플랫폼 공정 경쟁 규칙과 이용자 보호 장치, 국내 콘텐츠 생태계 지원 전략에 대한 입장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형 OTT와 플랫폼 기업이 데이터 기반 추천 알고리즘과 광고 기술을 무기로 미디어 질서를 재편하는 가운데, 각국 규제기관이 공정경쟁, 미디어 다양성, 저작권 보호를 아우르는 새로운 틀을 모색하고 있다. 방미통위도 국내 규율 체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국제 흐름과의 정합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특히 데이터 기반 광고 규제, 알고리즘 투명성, 미성년자 보호, 저작권 분배 구조 등은 디지털 플랫폼 규제와 방송 규제가 교차하는 난제다.
이번 세미나는 방미통위가 전통 방송 규제 기구를 넘어 통신망, 인터넷 서비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거버넌스로 자리 잡기 위한 정책 청사진을 가다듬는 장이 될 전망이다. 김성권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장은 방송과 통신, 미디어 경계가 허물어지는 격변기에 새로운 거버넌스 역할을 정립하고, 국내 미디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적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방미통위가 어떤 규제 철학과 지원 전략을 내놓을지, 그리고 그 로드맵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