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허브 AI 추천 도입…요금 비교 플랫폼 재편 예고
알뜰폰 요금제 정보를 한곳에서 비교하는 종합 플랫폼 알뜰폰 허브가 10년 만에 대대적으로 바뀐다. 데이터와 통화 이용 패턴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추천 기능이 강화되고, 사업자별 흩어져 있던 각종 할인과 단말기 결합 혜택도 통합 제공된다. 정부는 통신비 절감 정책의 핵심 인프라로서 이 플랫폼을 재정비해, 복잡한 요금 구조 속에서 소비자의 선택 비용을 줄이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알뜰폰 허브가 사실상 공공 기반의 디지털 요금제 비교 서비스로 재포지셔닝되면서, 통신 시장 내 가격 경쟁 구도가 다시 한 번 요동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알뜰폰 허브 전면 개편 계획을 공개하고, 소비자가 자신에게 최적화된 알뜰폰 요금제를 더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서비스 구조를 손질한다고 밝혔다. 알뜰폰 허브는 2015년 알뜰폰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구축된 온라인 플랫폼으로, 알뜰폰 요금제와 단말기, 부가 서비스 정보를 모아 비교·선택을 지원해 왔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들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공동 운영에 참여하고 있어, 사실상 알뜰폰 공적 정보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개편의 중심 축은 개인별 맞춤형 요금제 추천 기능이다. 플랫폼은 이용자가 입력하거나 동의한 정보를 기반으로 데이터 사용량, 음성 통화량 등 실제 사용 패턴을 분석해 요금제를 분류한다. 청소년, 청년, 중장년과 고령층 같은 연령대 기준은 물론, 직장인, 외국인 이용자, 고사용량 헤비유저 등 생활 유형과 이용 성향을 반영한 테마별 추천도 제공한다. 기존 단순 가격·데이터 용량 중심의 단일 비교에서 벗어나, 이용자 군집별 특성을 반영한 정교한 필터링 구조로 진화하는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개별 사업자 사이트를 일일이 방문하며 확인해야 했던 부가 혜택도 한 화면에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알뜰폰 허브는 사업자별 할인 이벤트, 멤버십 제휴, 단말기 결합 할인과 같은 부가 혜택 정보를 표준화된 형식으로 모아서 보여준다. 통신 시장에서 가격표 자체보다 조건부 할인, 제휴 프로모션 등이 실제 체감 요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런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기능은 선택 효율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온라인 채널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외국인 이용자의 정보 격차를 줄이는 수단으로도 평가된다.
접근성 측면에서는 모바일 중심 사용 행태를 겨냥해 화면 구성과 인터페이스가 재설계된다. 새 알뜰폰 허브는 PC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도 레이아웃이 자동 최적화되도록 반응형 구조를 구현해, 이동 중에도 요금제 탐색과 비교가 가능하도록 했다. 가입까지 연계하는 원스톱 구조로 확장될 경우, 알뜰폰 유통 채널의 온라인 비중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알뜰폰은 기존 이동통신 3사와 동일한 망 품질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기본 요금 수준을 절반 안팎으로 낮춘 상품이 강점으로 꼽힌다. 2024년 9월 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1천30만 명, 시장 점유율은 17.8퍼센트 수준까지 확대됐다. 다만 요금제 종류가 사업자별로 세분화되고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계층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이번 개편이 맞춤 추천과 혜택 통합 안내에 방점을 찍은 배경이다.
통신 산업 경쟁 구도 측면에서 보면, 알뜰폰 허브는 공공이 개입한 디지털 가격 비교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럽 일부 국가처럼 민간 가격 비교 사이트 중심으로 시장 정보가 유통되는 구조와 달리, 한국은 정부 주도 플랫폼이 기본 정보와 비교 틀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간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공통의 비교 창구가 강화될 경우, 단순 데이터 제공량 경쟁을 넘어 타깃 세분화와 금융·콘텐츠 제휴 등 패키지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원가 구조상 가격 인하 여력이 제한적인 기존 통신 3사 입장에서는, 알뜰폰 허브 고도화가 중저가 구간 가입자 이탈을 가속화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정책 측면에서는 통신비 절감을 위한 데이터 기반 인프라 구축이라는 점이 부각된다. 정부는 그간 선택약정 할인, 요금제 구조 개편 등 규제와 인센티브를 병행해 왔지만, 실제 소비자 행동에서는 정보 비대칭이 여전히 큰 장애 요인으로 남아 있었다. 이용 패턴 기반 추천과 혜택 통합 안내는 사실상 디지털 통신비 컨설팅과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셈이다. 향후 전기통신사업법과 관련 고시에 따라, 요금제 정보 갱신 주기와 표시 기준, 비교 알고리즘의 공정성 검증 등이 새로운 규제·감독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알뜰폰 허브를 통신비 절감 정책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며, 알뜰폰 사업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용자 친화적 기능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통신 업계에서는 플랫폼 개편이 실제로 알뜰폰 가입 확대와 요금 인하 압력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비교 알고리즘과 정보 제공 범위를 둘러싼 추가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용자 데이터 활용과 공정한 경쟁, 소비자 보호를 조율하는 제도 설계가 통신 시장의 다음 성장 조건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