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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의료로 글로벌 나눔"…자생, 베트남서 건강·생계 지원 확대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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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근골격계 중심의 한방의료 기술을 보유한 자생의료재단이 개발도상국 현지에 맞춤형 의료·생계 지원 모델을 확산시키고 있다. 단순 일회성 시술이 아니라 장기적 건강 개선과 소득 기반을 동시에 겨냥한 헬스케어 사회공헌 구조로, 글로벌 보건 의료 격차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모인다.

 

자생의료재단은 지난 26일과 27일 베트남 꽝찌성 동하시를 찾아 지역 내 저소득 대학생 가정 10곳에 암소 10마리를 기증했다고 1일 밝혔다. 척추질환 비수술 한방치료 등으로 축적한 임상 경험과 운영 역량을, 취약계층 건강과 생계 안정 지원에 접목하는 행보다.

꽝찌성은 베트남 전쟁 당시 고엽제와 화학무기 피해가 집중된 지역으로, 현재도 관련 후유증과 만성질환 부담이 크다. 여기에 태풍·폭우 등 기후 재난이 겹치며 농업 기반 생계가 불안정해진 상태다. 의료 인프라와 소득이 모두 취약한 이중 구조가 형성돼 있어, 건강 문제와 경제 문제가 서로 악순환을 일으키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자생의료재단은 해당 지역에서 대학생 가정을 중심으로 암소를 지원해, 교육 지속과 장기 소득원을 동시에 뒷받침하는 전략을 택했다. 암소는 초기에는 가정의 노동력과 영양 공급원 역할을 하고, 이후 번식 과정에서 추가 소득을 창출할 수 있어, 의료·복지 분야에서 ‘지속 가능 생계 자산’ 모델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 기증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됐다. 자생의료재단은 2024년 11월에도 같은 지역의 형편이 어려운 학생 5명의 가정에 암소 5마리를 먼저 지원했다. 이후 해당 암소가 출산을 통해 개체 수를 늘리면서 2차 수혜가 발생했고, 가축 거래와 축산물 판매를 통한 현금 수입이 생기며 지역사회 경제활동 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수혜 가정의 체감도도 높다. 이날 암소를 전달받은 호티느 씨는 암소를 가족의 미래를 위한 자산이라고 표현하며 한국 자생의료재단 지원을 통해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학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교육 지속률과 건강 수준이 연동된 개발협력 지표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는 변화로 볼 수 있다.

 

자생의료재단은 의료 지원과 생계 지원을 병행하는 구조를 통해, 건강 취약계층이 치료 이후에도 다시 빈곤과 질병의 악순환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척추질환과 근골격계 통증은 노동력 상실을 유발하는 대표 질환군으로, 농업·육체노동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경제 손실이 특히 크다. 한방의 침·약침·추나요법 등 비수술 치료기술을 활용한 해외 의료봉사는 이러한 부담을 낮추는 데 실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병모 자생의료재단 이사장은 최근 수해 피해를 입은 꽝찌성 주민과 학생들의 일상 회복에 작은 버팀목이 되길 바란다고 밝히며, 도움이 필요한 지역이 있다면 국경을 넘는 나눔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의료 기술을 가진 기관이 직접 해외로 나가 진료와 교육, 생계자산까지 함께 제공하는 형태로, 국내 의료기관들이 시도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사회공헌 모델 중 비교적 입체적인 접근으로 분류된다.

 

자생의료재단은 그동안 다양한 국가에서 한방의료를 기반으로 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다. 2018년과 2019년에는 베트남 동나이성 롱토 지역을 방문해 허리통증, 관절질환 등 근골격계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방 의료봉사를 실시했다. 한방 진단과 침·한약 처방, 생활습관 교정 교육을 결합해, 척추 건강 관리의 기초를 현지에 전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근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고려인 주민을 대상으로 한방 의료지원과 아동 척추건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성장기 아동의 척추 측만, 거북목 등 근골격계 이상은 성인기 만성통증과 의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교육과 운동 지도 등이 중요한 예방 전략으로 꼽힌다. 재단은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적인 질병 부담을 줄이는 예방 중심 디지털 이전 단계의 헬스케어 모델을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6·25전쟁 발발 75주년을 맞아 필리핀 참전용사와 현지 주민을 대상으로 한방 의료봉사를 진행했다. 고령 참전용사는 퇴행성 관절염, 만성 요통, 순환기 문제 등 복합 만성질환을 겪는 경우가 많아, 침치료와 한약 처방이 통증 완화와 삶의 질 개선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가 의료계 일각에서 나온다.

 

글로벌 헬스케어 관점에서 보면 자생의료재단의 활동은 척추·근골격계 특화 한방의료를 기반으로, 전쟁 피해 지역, 저소득층, 이주민·고려인, 참전용사 등 다양한 취약계층 건강 격차를 줄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디지털 헬스나 인공지능 기반 진단처럼 최첨단 IT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은 아니지만,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직접 인력을 보내 현장 중심으로 진료와 교육을 병행하는 모델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이러한 오프라인 의료봉사와 더불어, 원격 상담, 건강교육 콘텐츠, 데이터 기반 추적 관리 등 디지털 헬스 기술이 결합될 여지도 주목하고 있다. 기초 진료와 교육은 현지 방문 형태로 진행하되, 이후 경과 관찰과 생활습관 관리는 모바일 기기나 간단한 앱을 통해 지원하는 구조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자생의료재단과 같은 민간 의료기관의 국제 공공의료 참여가 확대될 경우, 개발도상국의 NCD 관리, 근골격계 질환 부담 완화, 노인·참전용사 복지 등에서 의미 있는 보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장기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현지 의료기관과의 협력, 인력 양성, 데이터 축적 등 구조적 연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계와 보건의료계는 자생의료재단이 구축해 온 해외 한방의료·생계지원 모델이 향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어떤 형태의 지속 가능한 글로벌 헬스케어로 진화할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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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의료재단#베트남#한방의료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