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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인적분할 효과 본격화…CDMO 순수기업 재평가 본격 시동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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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CDMO 산업이 기업 구조 재편을 계기로 새로운 평가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이후 순수 CDMO 기업으로 재상장한 뒤 증권가에서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며 밸류에이션 재평가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빅파마의 리쇼어링과 공급망 재편, 초대형 수주 증가, 생산능력 CAPA 확장 전략이 맞물리며 국내 CDMO 대표 기업의 전략 전환이 향후 바이오 생산 패러다임 변화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주가를 200만∼230만원 수준으로 올려잡고 있다. 인적분할 이전 약 160만원 수준이던 목표가 대비 25∼40퍼센트 상향된 수치다. 바이오시밀러 사업 분리가 마무리되면서 CDMO 본사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온전히 반영되는 구조가 갖춰졌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증권가는 인적분할을 기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업가치 리레이팅 구간에 진입했다고 해석한다. 그동안 같은 지주 아래 있던 바이오 시밀러 사업부와의 이해 상충 요인이 제거되면서, CDMO 관점에서의 장기 수주 구조와 공장 가동률, 영업이익률 등이 독립적인 기준으로 재산정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특히 수주와 설비 확장,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글로벌 동종 업계 대비 성장 곡선이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시장에서는 재평가 근거로 여러 지표를 제시한다. 우선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대형 제약사의 외주 생산 의존도가 높아지며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생산 수요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회사는 최근까지 누적 수주액 200억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미국 소재 제약사와 체결한 1조8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수주 계약이 상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바이오 정책 변화에 따른 고객사의 의사결정 지연 구간이 해소되면서, 억눌렸던 수주가 재개되는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생산 인프라 확대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4공장과 5공장 가동률이 상승세를 보이며 고수익 체제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4공장은 풀가동 구간에 근접했고, 5공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 기여가 예상된다. 대형 스테인리스 및 일회용 배양 시스템을 활용하는 바이오의약품 공정에서 가동률 상승은 고정비가 크게 절감되는 구조라, 상각전영업이익 EBITDA 마진 확대 폭이 경쟁사 대비 더 클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미래에셋증권은 리포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적정 기업가치를 약 106조원으로 산정하며, 현재 목표주가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추가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김승민 조세은 연구원은 최근 1조8000억원 규모의 미국 제약사 수주를 언급하며 미국 내 정책 리스크 완화로 고객사들의 투자 및 생산 의사결정이 재개되는 흐름에 주목했다. 그는 5공장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 인적분할로 이해 상충이 해소된 만큼 수주 경쟁력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6공장 착공이 시장에서 핵심 모멘텀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시각도 덧붙였다.

 

다올투자증권 이지수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230만원으로 상향하며 재평가 구간이 확대되는 국면으로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4공장 풀가동과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를 근거로 견조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 우위는 수출 비중이 높은 CDMO 사업에서 매출과 마진 모두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단기 실적 방어 요인으로도 거론된다. 이 연구원은 내년부터 5공장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성장 모멘텀이 한 단계 강화될 것이라며, 설비 증설과 수주 확대가 동시 진행되는 레버리지 구간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 성장 축은 차세대 모달리티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인천 송도 11공구 부지를 추가 확보하며 제3바이오캠퍼스 조성을 공식화했다. 이 캠퍼스에는 세포 유전자치료제 CGT, 항체백신, 펩타이드 등 차세대 모달리티 기반 CDMO 연구 생산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 항체의약품 중심 대량 생산 모델에서, 고부가가치 맞춤형 치료제 생산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글로벌 고객사 스펙트럼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CGT와 같은 첨단 바이오의약품 분야가 향후 CDMO 시장의 핵심 성장 축이 될 것으로 본다. 세포·유전자치료제는 환자 맞춤형 공정이 많고 생산 변수가 복잡해 선진 규제기관의 품질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대형 CDMO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3캠퍼스를 통해 이러한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할 경우, 글로벌 CDMO 시장에서 기술 난도가 높은 영역을 선점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공급망 관점에서 미국 공장 설립 검토도 주목받는다. 회사는 현재 미국 현지 공장 건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구체적인 진출 전략을 검토 중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빅파마의 리쇼어링 reshoring과 공급망 제어 정책 강화로, 실제 완제품 생산과 최종 임상용 물질을 자국 내 설비에서 조달하려는 수요가 커지는 추세다. 일부에서는 미국 내 설비 선호가 증가하면 한국 송도 공장의 수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고환율과 비용 효율, 검증된 품질을 감안하면 글로벌 제약사가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한국 CDMO를 병행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수익성 측면에서 인적분할 효과는 구조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바이오시밀러 사업 분할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퓨어 CDMO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CDMO 사업부의 40퍼센트대 영업이익률이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20퍼센트대 영업이익률에 의해 희석되던 구조가 사라지면서, 고마진 기반의 본업 경쟁력이 보다 명확히 반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단순해지고, 업종 내 비교 대상인 글로벌 CDMO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산정하기 용이해졌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는 스위스, 미국, 유럽 대형 CDMO들과의 CAPA 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초대형 항체의약품 생산에 특화된 송도 공장 클러스터와 추가 캠퍼스 확장을 무기로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전략이다. 유럽과 미국의 기존 CDMO들은 노후 설비 교체 부담과 인건비, 환경 규제 비용 등 구조적 비용 요인을 안고 있어, 한국의 통합 캠퍼스형 생산 모델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규제 환경과 정책 변수는 여전히 주요 리스크로 지목된다. 미국과 유럽의 바이오 약가 규제, 생산 거점 다변화 요구, 각국의 수출 통제 정책 등은 중장기 수주 구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첨단재생의료와 CGT 분야에서는 각국 허가 절차와 품질관리 기준이 강화되는 추세라, 규제 변화에 맞춘 공정 기술 업그레이드와 품질 시스템 고도화가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3캠퍼스 투자와 미국 공장 검토는 단순 증설을 넘어, 글로벌 규제에 선제 대응하는 기술·품질 인프라 구축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송도 11공구 부지 확보에 대해 신사업 확장과 미래 파이프라인 다변화를 가속화할 촉매로 평가했다. 그는 차세대 모달리티 기반 CDMO 역량이 자리 잡을 경우 기업가치와 주가의 중장기 상승 모멘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보다 공장 가동률, 신규 수주 속도, CGT 등 신사업 상업화 실적이 실제로 뒷받침되는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라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오 산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과 CAPA 확장 전략이 글로벌 CDMO 시장 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시하고 있다. 수주와 설비, 규제 대응이 맞물린 복합 전략이 실제 시장에서 성과로 이어질 경우, 국산 CDMO 모델이 글로벌 생산 허브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결국 기술과 설비 투자, 공급망 전략, 규제 대응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향후 바이오 생산 산업의 성장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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