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채 부동산 더 못 버틴다”…중국, 주관은행제 도입하며 리스크 관리 강화 예고
현지시각 기준 16일, 중국(China) 베이징에서 부동산 규제 기조를 가늠할 중대한 정책 방향이 제시됐다. 니훙 중국 주택도시농촌건설부장이 관영 매체 인민일보 기고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고부채·고레버리지 구조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선언하며 금융·자금 관리 전반에 대한 대대적 개편을 예고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헝다(에버그란데)와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완커(Vanke) 등 대형 개발업체의 위기와 맞물려 중국 내수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직접적 파장을 낳고 있다.
니훙 부장은 기고문에서 최근 수년간 중국 부동산 업계에 자리 잡은 ‘고부채·고레버리지·고회전’ 성장 모델이 자본의 과도한 확장을 초래했고, 그 부작용이 갈수록 두드러져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부동산 공급 구조와 기업 경영 방식, 감독 체계 전반의 개혁을 심화해 부동산 부문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예방·해소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니 부장이 제시한 개편의 핵심은 프로젝트 단위 법인의 실질화다. 그는 부동산 개발회사 제도를 정비해 개별 프로젝트 회사가 법에 따라 독립적인 법인 권리를 행사하도록 하고, 모회사 역할의 본사는 투자자로서 책임만 수행하는 구조를 확립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과거처럼 그룹 차원에서 프로젝트 자금을 수시로 돌려쓰는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프로젝트 단계의 자금 관리도 대폭 강화된다. 니 부장은 프로젝트가 완공되기 전에 투자자가 규정을 어기고 프로젝트 회사의 판매·융자 관련 자금을 다른 용도로 유용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프로젝트 자본을 빼돌리는 ‘자본 도피’와 이른 시점에 이뤄지는 조기 배당도 강력히 제한해, 개발 과정에서 자금이 계획대로 사용되도록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같은 조치는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선분양·후부실’ 위험을 줄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부동산 금융과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은 ‘주관 은행제’ 도입이다. 니 부장은 각 개발 사업마다 하나의 은행 또는 은행단이 주관 은행을 맡는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 아래에서는 개발업체가 프로젝트의 개발·건설·판매 등 관련 자금을 주관 은행에 예치하고, 주관 은행이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융자를 제공한다. 주관 은행이 프로젝트 자금 흐름을 통제하면서 수익과 리스크를 개발업체와 함께 분담하는 구조로, 개별 사업장의 부실이 금융 시스템 전체로 번지는 ‘연쇄 감염’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노린 조치로 풀이된다.
주택 인도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도 제시됐다. 니 부장은 판매 계약이 체결된 거래용 주택이 실수요자에게 실제로 인도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주택을 실제 건설 완료 후 인도하는 데 방점을 둔 현물 판매제 도입을 언급했다. 그는 분양 자금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공사 진행과 주택 인도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과거 미완공 주택 사태가 대규모 사회 불만으로 비화한 만큼, 실수요자 보호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니 부장은 중국의 주택 수급 여건 변화도 구체적인 수치로 설명했다. 그는 중국 도시 지역의 1인당 주택 면적이 40㎡를 넘었고, 가구당 평균 주택 수가 1.1채를 웃돌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주민들의 주택 수요가 과거의 ‘집이 있느냐 없느냐’에서 ‘집의 질이 좋으냐 안 좋으냐’로 전환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향후 정책 방향을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보장성 주택 공급 확대와 낙후 지역 주거 환경 개선에 두고, ‘좋은 집’ 공급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산업의 거대한 경제적 비중도 재차 강조했다. 니 부장은 부동산 산업이 공급망이 길고 연관 산업이 많아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지적하며, 지난 20여 년간 부동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도시화와 경제 성장을 강하게 뒷받침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2024년 기준 부동산업과 건축업의 부가가치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이른다고 설명하며,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상당한 잠재력과 발전 여지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의 시장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헝다와 비구이위안 등 대형 민간 개발업체가 잇따라 디폴트에 빠지면서 ‘부동산 위기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부동산 침체는 내수 부진과 맞물려 중국 경기 둔화의 주요 걸림돌로 지적됐고, 그때마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금융 규제 변화는 중국 증시와 역내외 금융시장 전반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 왔다.
올해에도 부동산 시장 약세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국유 자본이 최대 주주로 참여하는 대형 부동산업체 완커마저 디폴트 위기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시장 불안이 다시 커지는 양상이다. 국유·민영을 막론하고 업계 전반이 구조조정 압력에 놓인 가운데, 중국 정부가 부동산 리스크 관리에 고강도 규제를 동원하는 것은 전략적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니훙 부장이 이번에 고레버리지 성장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사실상 선을 긋고, 프로젝트별 주관 은행제와 자금 유용 규제, 분양 자금 감독 강화 방침을 구체화한 것은 중국 당국이 부동산 리스크 관리와 시장 연착륙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단기 경기 부양보다 금융안정과 장기 구조 개혁에 무게를 두는 신호로 해석하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부동산과 건축업 비중이 GDP의 13%에 이르는 상황에서 구조 개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관련 기업 실적과 금융기관 자산 건전성, 내수 심리에 상당한 변동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관련 자산과 증시에 주목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주관 은행제 세부 설계, 자금 유용 규제의 집행 강도, 실수요자 보호 장치의 실제 작동 여부 등 후속 조치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규제 강화와 제도 개편이 중국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과 금융안정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단기 충격을 키울지에 대해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향후 정책 이행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