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값 온스당 4,400달러 첫 돌파…중동 리스크·환율 겹치며 국내 금시세도 강세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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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 온스당 4,400달러를 돌파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재점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리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크게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겹치며 국내 금 시세도 1돈당 80만 원대를 유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12월 23일 기준 국내 금 1돈 3.75그램 시세는 801,300원을 기록했다. 전일 대비 789,630원 안팎에서 상향 조정된 수준으로, 국제 시세 급등과 환율 효과가 동시에 반영된 가격이다. 국제 금 가격이 온스당 4,4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으로, 원화 기준 기준가격도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가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하는 한편, 미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금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고금리 기조 완화 기대가 채권 수익률을 낮추면서 금의 기회비용이 줄어든 가운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겹치며 금으로 자금이 몰리는 흐름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국내 금 투자 수요도 꾸준하다. 최근 들어 실물 골드바와 1돈 단위 금 구매뿐 아니라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와 금 통장 등 간접투자 상품으로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채권 변동성이 확대될 때마다 자산 포트폴리오 분산 수단으로 금 비중을 늘리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값이 단기간 가파르게 오른 만큼 조정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지정학 리스크와 통화정책 전환 국면이 겹친 현 환경에서 금 가격 상단이 이전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중동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연준의 인하 전환이 가시화될 경우 안전자산 선호가 장기화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 가격 급등에 따른 직접 규제보다는 시장 동향 점검과 투자자 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금 투자 관련 파생·간접상품이 확대된 만큼 레버리지 구조와 환헤지 여부 등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금 가격 과열이 특정 시점 이후 급락으로 이어질 경우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제 금값은 과거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팬데믹 국면 등 위기 때마다 급등세를 보인 뒤 조정을 거치며 장기 박스권을 형성해 왔다. 이번 온스당 4,400달러 돌파 역시 중동 분쟁과 통화정책 전환이 중첩된 특수 요인이 작용한 만큼, 향후 중동 정세와 미 연준 결정에 따라 방향성이 재조정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향후 국내 금 시세 흐름은 국제 금값과 원·달러 환율,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 등 복합 요인에 좌우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초 예정된 주요 중앙은행 통화정책 회의 결과와 중동 지정학 리스크 전개 양상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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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값#국내금시세#미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