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검찰수사 미진했다"…최재영 목사, 김건희 디올백 특검 출석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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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부실수사 논란과 특검 수사가 맞물리며 권력 핵심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졌다.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디올백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선물 당사자인 최재영 목사를 직접 불러 조사에 착수했다.

 

김건희특검팀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사무실로 최 목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2022년 9월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건넨 인물이자 각종 청탁을 시도한 당사자를 불러, 검찰의 무혐의 처분 과정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이날 오전 10시 20분께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최 목사는 취재진에 "김건희특검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윤석열 정권 탄핵의 시발점이 된 디올백 사건을 통해 전반적으로 다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검찰 조사 과정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없지 않아 있다. 그런 부분도 소상하게 진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검찰 수사에서 자신의 진술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디올백 논란은 202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 목사는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했고, 이 장면이 촬영된 영상이 이듬해 11월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를 통해 공개되면서 불법 청탁 의혹이 부각됐다. 최 목사는 그동안 김 여사에게 미국 민간외교사절단 행사 참여 요청,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국립묘지 안장 등을 청탁했다고 주장해왔다.

 

서울의소리는 2023년 12월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2024년 10월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선물에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고, 청탁금지법상 공무원 배우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검찰 결론을 둘러싸고 여야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해석이 갈렸다.

 

민중기 특검팀은 최 목사를 상대로 디올백을 건네게 된 구체적 경위와 선물 당시 대화 내용, 이후 연락 내용 등을 집중 확인할 방침이다. 아울러 검찰 수사 과정에서 수사 범위 축소나 진술 누락이 있었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수사팀은 이를 토대로 당시 무혐의 처분이 법리와 사실관계에 부합했는지, 나아가 외압이나 부당한 개입이 작용했는지 여부를 가를 방침이다.

 

특검은 전담팀 2개를 구성해 김 여사 관련 검찰 수사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다. 하나는 디올백 수수 의혹과 무혐의 처분 과정을, 다른 하나는 이른바 셀프 수사무마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내란특검 수사 결과와의 교차 분석도 이뤄지는 중이다.

 

내란특검팀은 앞선 수사에서 2024년 5월 김건희 여사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자신의 수사 상황을 문의한 정황을 확보했다.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디올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전담팀 구성을 지시한 직후였다. 이 메시지 이후 법무부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지휘부를 전면 교체하고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폭 인사 조정한 점을 두고, 수사 라인 교체를 통한 수사 방향 변경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새로 꾸려진 수사팀은 김 여사를 검찰청이 아닌 대통령실 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방문 조사한 뒤 디올백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피조사자 조사 장소와 형식, 조사 횟수와 방식 등이 통상의 사건과 달랐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따라 특혜 의혹과 정치적 고려 논란이 확산됐다.

 

내란특검은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박성재 전 장관을 수사 무마 청탁을 받은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여기에 김건희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박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검찰 수사가 정권 핵심 인물에게 유리하게 조정됐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정치권 반응도 엇갈린다. 야권은 김 여사 무혐의 처분 과정과 인사 이동을 직권남용 의혹의 정황 증거로 보고 특검 수사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여권에서는 법률상 공무원 배우자 처벌 규정 부재와 대가성 부재를 강조하며, 무리한 정치 공세라고 반박하고 있다. 다만 특검이 실질적인 수사 기록과 통신 자료, 인사 검토 문건 등을 확보할 경우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민중기 특검팀은 최재영 목사 조사를 시작으로 당시 수사에 관여한 검찰 관계자와 법무부 지휘라인을 차례로 부를 가능성이 크다. 특검 관계자는 수사 일정과 관련된 구체적 언급을 자제하고 있으나, 수사 종료 시한을 고려할 때 핵심 인물에 대한 소환 조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특검 사무실 주변에서는 시민단체와 정치권 관계자들이 수사 확대를 촉구하며 긴장된 분위기를 보였다. 국회에서도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법무부와 검찰 지휘부를 상대로 한 추가 국정감사나 청문회 추진 요구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특검 수사 결과 보고를 토대로 청탁금지법상 공무원 배우자 규정 정비와 고위공직자 수사 독립성 확보 방안을 논의에 올릴 계획이다. 정치권은 김건희 여사 디올백 의혹을 둘러싼 진상 규명을 놓고 정면 충돌 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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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목사#김건희여사#김건희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