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양평고속도로 핵심부 수사 국면”…특검, 김건희 오빠·관저공사업체 줄소환

윤선우 기자
입력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을 둘러싼 특검 수사가 김건희 여사 일가와 대통령 관저 공사 수주 의혹 관련 인물들로 향했다. 특검이 김 여사의 오빠를 직접 불러 조사하면서 정국은 다시 한 번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10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사무실로 김건희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이날 오전 9시 27분께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양평고속도로 의혹에 대한 입장이 있느냐", "종점부 변경 과정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노선 변경 과정에 개입했는지, 또 당시 국토교통부 관계자 등 정부 인사들과 사업 관련 논의를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묻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앞서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 피의자로 입건됐지만,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건에서는 참고인 신분이다.  

 

특검팀이 양평고속도로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일가를 직접 불러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향후 김 여사 본인 조사로 수사가 확장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양평고속도로 의혹은 2023년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종점 노선이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가 위치한 양평군 강상면 일대로 바뀌면서 불거졌다. 양서면을 종점으로 한 원안 노선은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으나, 국토부가 2023년 5월 강상면 종점 노선을 검토하면서 특혜 논란이 확산됐다. 논란이 커지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3년 7월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 7월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등을 압수수색한 뒤 5개월 넘게 관련 자료를 분석하며 수사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사업 실무진에게 노선 변경 검토를 지시한 인물로 지목된 국토부 과장 김모씨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두 차례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김진우씨는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미 여러 차례 특검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한 바 있다. 특검은 공흥지구 개발과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사이의 연관성을 추가로 따져보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팀은 대통령 관저 공사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날 주요 인물을 동시에 불러 조사했다. 특검은 10일 오전 10시부터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김태영 대표의 아내 조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조씨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연루된 이른바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21그램이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 이전 및 증축 공사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따냈다는 의혹이 뼈대를 이룬다. 21그램은 과거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가 주최한 전시회를 후원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설계와 시공을 맡았던 업체다. 이 때문에 김 여사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관저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이 지속 제기돼 왔다.  

 

애초 다른 업체가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관저 공사를 의뢰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2022년 5월께 대통령경호처가 갑자기 21그램으로 공사업체를 변경한 정황도 드러난 상태다. 특검은 이 과정에 부당한 청탁이나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김태영 대표 부부는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졌다. 조씨는 2022년 7월 통일교 측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한 샤넬 가방을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기 위해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함께 샤넬 매장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 과정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또 관저 공사 수주 의혹과 어떠한 연관을 가지는지 추적하는 데 수사 방점을 두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특검이 김건희 여사 일가와 측근 인맥을 직접 조사선상에 올리면서 정국 긴장이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여야는 향후 김 여사 본인 조사 여부, 특검 수사 기간 연장 문제를 놓고 다시 한 번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특검팀은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을 병행 수사하면서 관련자 조사와 자료 분석을 이어갈 방침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특검 수사 추이를 지켜보며 향후 회기에서 조사 결과와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윤선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김진우#김건희#양평고속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