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각지대 이주민 지원”…여의도성모, 노조와 상생 나눔 확산
이주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려는 병원과 노동조합의 연대가 지역 의료 안전망을 보완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공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도심 대형병원이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비 지원 체계를 강화하면, 디지털 헬스케어나 정밀의료 같은 첨단 서비스에서도 소외계층을 포괄하는 포용적 의료 모델이 뿌리내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주민은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만큼, 의료기관의 자발적 지원 프로그램이 실제 치료 기회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은 성탄을 맞아 보건의료노조 여의도성모병원지부로부터 취약계층 이주민을 위한 의료비 지원금 3백만원을 전달받았다고 26일 밝혔다. 기금은 노조가 올해 봄과 가을 두 차례 개최한 바자회 수익금 전액으로 조성됐다. 병원은 사회사업팀을 중심으로 낯선 환경에서 질병으로 치료를 미루는 이주민 환자를 선별해 외래와 입원 치료비 전액을 이 기금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여의도성모병원 사회사업팀은 그동안 저소득층, 무연고자, 장기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비·생활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이번 노조 기부는 기존 프로그램 대상을 이주민까지 넓혀, 언어와 경제 장벽으로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에게까지 안전망을 확장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현장에서는 다국어 안내, 진료비 감면, 사회복지 연계 등 디지털 기반의 환자관리 시스템과 결합될 경우 지원 효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우상국 보건의료노조 여의도성모병원지부장은 “낯선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주민들이 아플 때만이라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조합원들의 마음을 모았다”며 “비록 적은 금액일지라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지속적으로 함께하며 사랑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병원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한 바자회 수익을 전액 기부한 만큼, 단발성 후원이 아니라 상시 나눔 활동의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병원 측도 이번 기부를 계기로 내부 나눔 문화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영렬 사회사업팀장 수녀는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환대와 사랑을 실천해 준 노동조합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조합원들의 소중한 정성이 이주민들에게 삶의 용기와 희망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병원은 이주민 지원 대상과 범위를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면서, 향후 민간 재단이나 지자체 사업과 연계해 지원 규모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할 전망이다.
국내 의료계에서는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원스톱 통합 진료, AI 진단 지원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이 빠르게 병원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이주민, 미등록 노동자, 의료급여 수급자 등 취약계층은 이러한 혁신의 혜택에서 뒤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의도성모병원 사례처럼 병원과 노조가 협력해 별도 기금을 조성하고 사회사업팀이 이를 구조적으로 집행하는 모델은 첨단 의료기술과 취약계층 보호를 함께 달성하는 하나의 해법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이 같은 기금이 언어 통역 서비스, 모바일 헬스케어 안내, 예방검진 지원 등으로 확장될 경우, 이주민 대상 정밀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접근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병원은 이번 노조의 기부를 계기로 원내 나눔 문화를 더욱 확산시키고,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산업계는 이러한 풀뿌리형 지원이 향후 제도권 정책과 결합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