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선 붕괴…외국인 1조원대 순매도에 환율 1,477원 급등
코스피가 16일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와 환율 급등 속에 4,0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이 약 한 달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가상자산 시장도 약세를 보이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물가 지표 발표와 인공지능 관련 자산 거품 논쟁이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1.46포인트, 2.24퍼센트 하락한 3,999.13에 마감했다. 장중 내내 매도 우위가 이어지며 종가 기준 4,000선이 무너졌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전반이 약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 폭을 키웠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91퍼센트 내렸고, SK하이닉스는 4.33퍼센트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5.54퍼센트 떨어지는 등 반도체와 2차전지 대표 종목이 동반 약세를 기록했다.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지수를 압박한 셈이다.
수급 동향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다. 기관 투자자도 2,260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약세장을 거들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1조2,550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이 내놓은 물량을 대부분 받아냈다. 개인의 매수 방어에도 불구하고 지수는 4,000선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 위축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하락장은 이번 주 예정된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를 앞두고 위험자산 전반의 변동성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인공지능 관련 자산을 둘러싼 거품 논쟁이 다시 부각되면서 글로벌 증시 전반에 차익 실현과 위험 회피 움직임이 확산했고, 국내 시장도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미국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금리 인하 기대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외환시장도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16일 원달러 환율 종가는 오후 3시 30분 기준 1,477.0원으로, 전날보다 6.0원 상승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24일 기록한 1,477.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화 약세가 재차 심화한 셈이다.
환율은 장 초반 외환 당국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 계약 연장 소식에 하락세로 출발했으나, 오전 중 상승 전환한 뒤 오름폭을 확대했다. 장 마감 직전에는 한때 1,480.1원까지 올라 1,480원을 넘어섰다가 딜 미스가 발생해 해당 거래가 사후 취소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03퍼센트 낮은 98.276 수준에 머물러 달러 강세 자체는 제한적인 양상을 보였다. 반면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화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오후 3시 30분 현재 100엔당 953.30원으로, 전날 같은 시각 기준가인 948.97원보다 4.33원 올랐다. 원화가 달러뿐 아니라 엔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인 셈이다.
디지털 자산 시장도 같은 날 약세 흐름을 나타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6일 오후 4시 30분 기준 1억2,833만 원에 거래되며 전날보다 0.66퍼센트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최근 닷새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월 9일 1억8,000만 원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던 수준과 비교하면 낙폭이 30퍼센트에 근접해 투자 심리 위축이 두드러진다.
시장에서는 미국 물가와 통화정책 방향, 일본은행의 금리 결정 등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전반적인 관망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리스크 요인과 환율 변동성 흐름에 따라 국내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도 상당 기간 확대 국면을 이어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