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자산 한계 넘을까”…리플XRP, 플레어 통한 디파이 확장에 기대와 변수
현지시각 기준 28일, 가상자산 시장에서 리플 XRP(XRP)의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생태계 확장 움직임이 부각되고 있다. 오랜 기간 결제용 토큰이자 투기적 자산으로 분류돼온 XRP가 플레어 네트워크 등 외부 프로토콜을 통해 활용성을 넓히려는 시도에 나섰다는 평가다. 이번 흐름이 디파이 강자들이 포진한 글로벌 시장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외신 크립토베이직(The Crypto Basic)에 따르면 XRP 커뮤니티의 주요 인물인 크립토 에리는 최근 XRP 레저(XRPL)가 개발 초기 설계에서 스마트 계약과 스테이킹 기능이 빠졌던 점을 지적하며, 이 때문에 XRP가 결제 이외 용도에서는 가격 변동성에 의존하는 투기 수단으로 소비돼 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공백을 메우는 수단으로 플레어 네트워크와 같은 서드파티 솔루션을 꼽으며 “생태계 확장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XRP 레저는 약 13년간 운영돼 왔지만, 네이티브 스마트 계약 기능과 예치형 스테이킹 구조가 탑재되지 않은 채 결제·송금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 더디파이언트(The Defiant)의 버지니아 발렌수엘라에 따르면 현재 리플의 디파이 관련 총 예치 자산(TVL)은 약 8천300만 달러 수준으로, 다수가 XRP 레저 메인넷에 묶여 있어 온체인 금융 서비스로의 연결은 제한적이다. 이 같은 구조가 XRP를 장기 보유보다는 단기 가격 변동에 베팅하는 자산으로 인식하게 만든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등장한 것이 플레어 네트워크다. 보도에 따르면 플레어는 약 2억2천500만 달러 규모의 TVL을 확보하며, XRP를 비롯한 여러 자산의 활용성을 높이는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도입된 FXRP는 XRP를 이더리움 가상머신(EVM) 호환 네트워크 상의 래핑(wrapping) 자산으로 전환해 대출, 파생상품 거래 등 다양한 디파이 프로토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발렌수엘라는 플레어가 레이어제로(LayerZero) 표준을 적용한 USDT0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고, 파이어라이트(Firelite) 메커니즘을 통해 유동성 공급과 스테이킹 수익 창출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를 설명했다. XRP 보유자가 FXRP를 통해 EVM 디파이 생태계로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면서, “결제 전용 토큰”이라는 기존 한계를 넘어 수익형 자산으로의 역할 전환이 시도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리플(Ripple) 내부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리플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데이비드 슈워츠(David Schwartz)는 과거 디지털 자산 가치가 “투기적 요소에 크게 의존해 왔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최근에는 리플엑스(RippleX)의 엔지니어링 책임자 아요 아킨엘레가 XRP 레저 자체에 네이티브 스테이킹 기능을 도입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이는 플레어 등 외부 네트워크에 의존하지 않고 XRPL 내에서 직접 수익 모델을 구축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전략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외신 보도를 비판적으로 보면, 플레어 네트워크의 도입이 XRP의 투기적 성격을 단기간에 해소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따른다. FXRP와 같은 래핑 자산은 원본 자산을 다른 체인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브리지 보안 리스크를 수반한다. 글로벌 디파이 시장에서는 이미 여러 브리지 해킹 사례가 발생해 수억 달러 규모 손실이 반복됐고,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XRP 투자자에게도 잠재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XRP 관련 TVL이 8천300만 달러에서 플레어를 포함해 2억 달러대 수준으로 늘었다 해도, 수십억 달러대 TVL을 형성한 이더리움(Ethereum)이나 솔라나(Solana) 등 기존 디파이 강자들과 비교하면 시장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글로벌 자산운용 업계가 디파이를 신흥 수익원으로 주목하고 있으나, 자금 유입은 여전히 시총 상위 체인에 집중된 상황이다. 주요국 규제 당국의 스테이킹 관련 가이드라인이 모호한 가운데, 기관 자금이 XRP 기반 디파이로 본격 유입될 여지도 당분간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많다.
국제 규제 환경도 변수로 꼽힌다. 미국(USA)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국 감독 당국은 스테이킹 서비스가 증권성 상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 및 디파이 프로토콜이 요구받는 공시·자본 규제가 강화될 경우, XRP 디파이 생태계 확대 속도가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반면 명확한 규제가 정립되면, 오히려 기관 투자자의 참여를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공존한다.
시장 전망과 관련해 일부 분석가들은 2025년을 XRP에게 중요한 분기점으로 본다. 기관 투자자의 관심 증대와 더불어,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기대감이 겹치면 XRP 유입 자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이 자금이 단순 가격 투기 수요에 머물지, 플레어와 향후 XRPL 네이티브 스테이킹 등 디파이 인프라로 흘러들어가 실질적 유틸리티 수요로 전환될지가 향후 가격 형성의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해외 암호화폐 전문 매체들은 XRP의 디파이 진출을 “뒤늦은 추격전”으로 평가하면서도, 기존 결제 인프라와 대규모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후발 주자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브리지 보안과 규제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XRP의 탈투기화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국제사회와 금융당국이 이러한 새로운 디파이 실험을 어떤 틀로 수용할지, 그리고 XRP가 투기 자산 꼬리표를 떼고 실사용 기반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