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고용·소비 둘 다 식어간다”…미국, 연착륙과 경기둔화 기로에 뉴욕증시 흔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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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고용과 소비 지표가 동시에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 연착륙과 본격 둔화 사이 기로에 섰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 같은 우려 속에 뉴욕증시는 3대 지수가 엇갈린 흐름을 보이며 혼조세로 마감해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16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02.30포인트(0.62%) 떨어진 4만8천114.2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6.25포인트(0.24%) 내린 6천800.26으로 마감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지난주 하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54.05포인트(0.23%) 오른 2만3천111.46을 기록했다.

뉴욕증시, 고용·소비 둔화에 경계심…다우 0.62%↓·나스닥 소폭 반등
뉴욕증시, 고용·소비 둔화에 경계심…다우 0.62%↓·나스닥 소폭 반등

미국(USA)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6만4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9월 10만8천명 증가와 비교하면 증가 폭이 크게 줄어 고용 둔화 흐름이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11월 실업률은 4.6%로 집계돼 2021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비농업 고용은 전월 대비 10만5천명 감소로 수정됐다.

 

다만 월가에서는 10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에 따른 행정 차질과 정부 부문 일자리 15만7천명 감소가 겹치면서 해당 통계가 상당 부분 왜곡됐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10월치를 일종의 특수 사례로 보고 비중을 낮추는 분위기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최근 수개월 간 신규 고용 증가세가 약해진 점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고용 흐름을 둘러싼 해석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과열됐던 노동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판단하며 임금·물가 압력 완화에 따른 연준의 완화 전환 여지를 긍정적으로 본다. 반면 또 다른 시각에서는 해고 증가와 고용창출 둔화가 향후 경기 위축의 전조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라이언 웰던 IFM인베스터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정부 셧다운 영향으로 11월 고용 데이터가 왜곡됐지만, 핵심은 미국 고용시장 전반에서 약세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해고 증가, 인구 구조 변화, 노동참여율 상승을 고려하면 미국 고용시장은 구조적 조정 국면에 들어섰고, 이 과정은 수개월에 걸쳐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소비도 약화 기류를 드러냈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소매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7천326억달러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보합에 그치며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시장이 예상한 0.1% 증가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나 볼신 볼빈자산관리그룹 대표는 “고용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곳곳에서 균열이 생기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갑을 열고 있으나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지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고용과 소비가 미국 경제를 떠받쳐온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 두 지표의 동반 약화가 중장기적으로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더라도, 그 배경이 경기둔화 심화라면 주식시장에 반드시 호재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크리스 자카렐리 노스라이트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통상 금리인하를 긍정적으로 반응하지만, 경기침체로 향하는 과정에서 내년에 더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해지는 상황이 오면 증시는 오히려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도 확장세를 유지하긴 했지만 성장 속도가 꺾였다. S&P글로벌에 따르면 1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2.9로 집계됐다. 기준선인 50을 웃돌며 확장 국면을 이어갔지만,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12월 제조업 PMI 예비치는 51.8로, 시장 예상치 52와 11월 확정치 52.2를 모두 밑돌았다. 미국 내 경기 모멘텀이 전반적으로 둔화 방향으로 기운 셈이다.

 

국제 유가 급락도 경기 비관론을 부추기며 투자심리를 꺾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5.27달러에 마감해 전장보다 1.55달러(2.73%) 하락했다. 2021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세계 석유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선반영된 결과로 해석한다. 이 같은 조치는 원유 수출국과 에너지 기업들뿐 아니라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섹터별로는 에너지 업종이 유가 약세의 직격탄을 맞으며 3% 하락했다. 의료·헬스케어 업종 역시 1% 넘게 떨어졌다. 반면 시가총액 1조달러를 웃도는 주요 대형 기술주는 전반적인 위험 회피 기조에도 불구하고 저가 매수 수요에 힘입어 강보합권에 머물렀다.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브로드컴이 대체로 상승 마감했고, 알파벳만 소폭 약세를 나타냈다. 테슬라는 스페이스X 기업공개 기대감과 로보택시 사업 성장 가능성에 대한 낙관론이 겹치며 3% 이상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이날도 1% 넘게 상승해 11거래일 연속 강세를 이어가며 역대 최장 연속 상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금리 선물시장은 아직까지 연준의 급격한 방향 전환보다는 신중한 동결 기조를 점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내년 1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을 75.6%로 반영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16.48로 전장보다 0.02포인트(0.12%) 낮아져 변동성 확대 우려는 제한적이었다.

 

미국 경제지표 약화와 유가 급락이 동시에 나타난 가운데 투자자들은 향후 연준 통화정책과 글로벌 경기 흐름을 더욱 면밀히 살피는 모습이다. 뉴욕증시가 고용·소비 둔화 신호를 어떻게 소화할지, 그리고 연준의 내년 행보가 증시와 실물경제에 어떤 파급을 가져올지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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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뉴욕증시#연방준비제도#fed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