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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뉴스페이스 포럼”…韓우주기업, 해외공략 시동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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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기술이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좌우하는 전략 분야로 부상한 가운데, 국내 우주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한 대규모 글로벌 협력 장이 서울에서 열렸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우주 수송과 위성, 탐사, 서비스 전 주기에 걸친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향후 한국 우주 산업의 수출 경로를 넓히는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우주항공청과 외교부는 서울에서 글로벌 뉴스페이스 포럼을 개최하고 우주 수송, 위성 생태계, 우주 인재와 투자, 우주 서비스, 우주 탐사 등 세부 분야별 협력 의제를 논의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민간 주도의 새로운 우주 산업 흐름을 의미하는 뉴스페이스 확산에 맞춰, 국내 기업을 글로벌 공급망과 정책 네트워크에 직접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됐다.

포럼에는 국내 우주기업 40여 개가 참가했고, 미국,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알제리, 브라질, 아르헨티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리투아니아, 덴마크, 룩셈부르크, 유럽연합, 이탈리아, 뉴질랜드, 일본 등 16개국 정부와 우주 관련 기관이 참석했다. 발사체, 위성, 지상국, 위성 데이터 활용, 우주 탐사 장비 등 다양한 밸류체인 기업들이 한 자리에서 각국 우주 수요를 점검하며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특히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직후 포럼이 열리면서 해외 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각국 우주기관의 발주와 구매를 담당하는 실무 책임자들이 직접 방한해 우리 기업과 1대1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함으로써, 구체적인 장비·서비스 수요와 예산 규모, 개발 일정 등을 공유하고 실제 계약 체결을 염두에 둔 협력 모델을 논의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 기술 소개를 넘어 조달과 프로젝트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통로를 확보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개회사에서 뉴스페이스 시대를 언급하며 민간 참여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그는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구조에서는 정부 역할만으로는 확장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하면서, 우주외교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간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교부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우주 생태계 구축과 글로벌 협력 강화를 외교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이번 포럼이 각국 간 협력의 폭과 깊이를 동시에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청장은 우주 협력이 발사체나 위성 같은 기술 요소 교류를 넘어, 우주 데이터 기반 서비스, 민간 투자, 인력 교류를 포함한 경제·사회 전반의 파급 효과를 지닌 전략 과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우주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이 글로벌 파트너와의 공동 개발이나 상호 기술 인증 등을 통해 해외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는 여지를 키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발표와 패널 토론 세션에서는 신흥 우주강국으로 부상 중인 지역의 전략도 공유됐다. 마지드 이스마일 이집트 우주청장 겸 아랍우주협력그룹 의장은 아중동 지역이 정부 주도의 대형 위성 프로젝트와 민간 위성통신, 지구관측 데이터 산업을 병행해 키우는 전략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기후·농업·재난 관리 등에서 우주 데이터를 활용해 자국 경제 구조를 고도화하려는 움직임을 설명하며, 한국과의 공동 프로젝트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책 세션에서는 이재형 우주항공청 기획조정관과 한민영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이 한국의 우주 정책 방향을 소개했다.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구축, 차세대 중형위성 사업, 민간 발사체 기술 육성, 위성 데이터 개방 확대 등 정부의 중장기 로드맵이 핵심 내용으로 다뤄졌다. 참석국들은 제도적 지원과 데이터 인프라를 바탕으로 민간 기업이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한국 모델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 연계 측면에서는 외교부가 사전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해외 우주기관과 국내 기업 사이에 60건의 1대1 면담을 주선했다. 발주 예정인 위성 탑재체와 지상국 시스템, 위성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교육훈련 프로그램 등 분야에서 매칭이 이뤄졌고, 일부 기업은 후속 기술 검토와 견적 요청 등 구체 협의를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맞춤형 네트워킹 세션도 별도로 운영돼, 초기 접촉 단계의 기업들이 자국 프로젝트 정보와 기술 스펙을 교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번 포럼 구조는 정책 교류와 산업 매칭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례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글로벌 우주 시장이 저궤도 통신, 지구관측, 우주 인프라 서비스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는 가운데, 한국이 수출 허브 역할을 강화할 경우 위성 플랫폼과 발사 서비스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분석, 운용 인력 교육까지 포함한 패키지 수출 모델도 논의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한 해외 우주기관 대표단은 5일 대전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방문해 국내 우주 연구 인프라를 둘러볼 예정이다. 천문 관측망과 위성 개발·시험 설비, 임무 운용 시스템 등을 직접 확인하면서 공동 연구와 기술 협력 가능성도 타진할 계획이다. 산업계는 이번 포럼이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협력 계약과 공동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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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뉴스페이스포럼#우주항공청#외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