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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멤버십 강화한 KT, 데이터 기반 생활 플랫폼 전략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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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가 제공하는 멤버십 서비스가 단순 요금제 부가 혜택을 넘어 생활 전반을 묶는 플랫폼 경쟁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KT가 연말 시즌을 맞아 크리스마스 케이크, 외식, 배달, 여행, 문화 콘텐츠까지 아우르는 멤버십 혜택을 대폭 확대한 것도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 고객 결제·이용 데이터를 두텁게 쌓을 수 있는 소비 접점을 넓혀, 향후 데이터 기반 서비스와 광고, 제휴 비즈니스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연말 프로모션이 내년 통신 3사 멤버십 경쟁 구도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T는 12월 한 달 동안 멤버십 등급과 무관하게 전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연말 멤버십 혜택 구성을 공개했다. 케이크와 외식, 배달 할인부터 여행과 전시, 뮤지컬 등 문화 콘텐츠까지 최대 50퍼센트 수준의 할인 혜택을 제공해, 연말 소비가 집중되는 카테고리를 전방위로 포섭했다. 특히 올해 초 포인트 한도를 폐지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선택형·중복형·연령 특화형 혜택을 동시에 배치해 고객 이용 장벽을 낮추고 사용 빈도 확대를 유도하는 구성을 택했다.

핵심 축 가운데 하나는 선택형 구조인 달달초이스다. 고객은 11종 혜택 가운데 하나를 골라 사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롯데마트 6000원 금액권, 파스쿠찌 홀 케이크 1만원 할인, 티맵 대리운전 8000원 할인 쿠폰, 롯데시네마 7000원 예매권 등이 포함됐다. 통신사가 자체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않고 대형 마트, 카페, 모빌리티, 극장 등 주요 오프라인 소비처와 연결한 점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KT는 고객의 연말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제휴 가맹 파트너는 멤버십 유입 효과를 얻는 구조가 된다.

 

중복 이용이 가능한 달달스페셜은 생활 전반으로 범위를 확장한 제형이다. 여행·쇼핑·생활 분야 제휴 혜택을 묶어, 복수 카테고리를 동시에 이용하도록 설계했다. 대표적으로 아티제 크리스마스 시즌 케이크 5000원 할인 혜택을 12월 23일까지 제공하고, 하이오더 매장 1만원 할인, 신라면세점 더블적립금 1만5000원과 3만원 등 적립형 혜택도 배치했다. 기존 단발성 할인 중심 멤버십과 달리 실질적 마일리지 구조를 도입해 반복 사용과 재방문을 유도하는 구성이어서, 고객 락인 효과를 노린 시도로 해석된다.

 

젊은 층 공략을 위한 Y혜택은 만 34세 이하 고객만을 대상으로 한 연령 특화형 상품이다. 여기에는 영화 주토피아2 관련 굿즈와 라이브시네마 이용권 등 콘텐츠형 혜택이 포함됐다. 통신업계에서는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MZ세대를 장기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이 수익성 유지의 핵심인데, KT는 가격 할인보다 문화 경험 중심의 혜택을 전면에 내세워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달달스페셜과 Y혜택을 중복 이용할 수 있게 한 것도 이런 연령층의 멀티 플랫폼 소비 패턴을 반영한 설계로 해석된다.

 

문화 혜택을 묶은 컬처앤모어는 콘서트·뮤지컬·전시에 집중된 겨울 시즌 수요를 겨냥한다. KT는 12월 한 달간 인기 공연에 대해 선택적 고할인 구조를 적용했다. 뮤지컬 데스노트와 보니 앤 클라이드는 각각 최대 30퍼센트 할인,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은 50퍼센트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전시 영역에서도 미피와 마법 우체통 in 부산 전시에 대해 전 등급 50퍼센트 할인을 적용했다. 통신사 멤버십이 공연 유치와 좌석 소진을 지원하는 채널로 자리잡으면서, 공연기획사와의 협업 구조가 점차 심화되는 양상이다.

 

KT멤버십 앱 내 쇼핑라운지에서는 이커머스와 연계한 쇼라어워즈 프로모션이 진행된다. 12월 23일까지는 매일 선착순 1000명에게 15퍼센트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24일부터 30일까지는 전 고객에게 10퍼센트 할인 쿠폰을 배포한다. 데이터 상에서는 선착순 구조를 통해 접속 피크타임을 조정하고, 주간 단위로 고객 유입 패턴을 분석할 수 있게 된다. 통신사가 자체 커머스보다는 제휴형 커머스 허브를 선택한 만큼, 할인율에 비례해 얼마나 반복 방문과 전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같은 멤버십 전략은 통신업의 수익 구조 변화와도 맞물린다. 5G 보급 둔화와 요금 규제 강화로 음성·데이터 중심 매출 확대에 한계가 생기면서, 업계는 멤버십을 데이터 기반 플랫폼 비즈니스의 전초 단계로 활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구독형 패스를, LG유플러스는 교육·육아 특화형 멤버십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KT는 생활·문화 소비 접점과 여행·면세 영역을 폭넓게 묶는 구성을 택했다. 통신 3사 모두 제휴처와의 데이터 공유 범위와 고객 동의 절차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향후 규제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규제 측면에서는 아직 멤버십 자체가 직접적인 인허가 대상은 아니지만, 개인정보 보호법과 전자상거래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부담이 존재한다. 특히 통합 멤버십은 제휴사 간 데이터 결합이 수반되기 때문에, 가명정보 처리, 마케팅 활용 동의, 탈퇴 시 데이터 파기 등 절차에서 투명성을 요구받고 있다. 유럽연합이 디지털 서비스법과 데이터법을 통해 대형 플랫폼의 데이터 독점에 제동을 거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멤버십 플랫폼이 어느 수준까지 데이터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KT의 이번 연말 멤버십 강화가 2025년 이후 통신 멤버십 모델 변화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포인트 한도 폐지와 중복 사용 허용이 실제 고객 체감 혜택으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통신사 멤버십이 유료 구독형으로 전환되는지, 광고·제휴 수수료 기반 무료 모델로 남을지가 갈릴 수 있어서다. 김영걸 KT 서비스상품본부장은 연말을 맞아 고객의 일상을 풍요롭게 채울 수 있는 식음료와 쇼핑 중심 혜택을 준비했다며, 실효성 있는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KT의 선택이 생활 플랫폼 경쟁 속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시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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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멤버십#연말멤버십#달달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