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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걷는 백제의 시간”…흐린 날 부여, 고즈넉함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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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걷는 백제의 시간”…흐린 날 부여, 고즈넉함이 머문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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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여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한때는 유적지 여행이 딱딱한 경험이라 여겨졌지만, 흐린 날씨와 어우러진 부여의 풍경은 이제 여유와 사색의 일상이 됐다.

 

여름답게 다소 무더운 기운이 감도는 날, 부여는 구름 많은 하늘 아래 고요한 시간으로 흐른다. 전국적으로 불볕더위가 이어지지만 부여의 고즈넉한 명소들은, 따가운 햇살을 가린 흐린 날씨 덕분에 한결 느긋하게 누빌 수 있다. 궁남지에선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연못 위로 희뿌연 구름빛이 내려앉고, 산뜻한 습기와 함께 부드럽게 퍼지는 연못의 정취가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백제의 미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백제의 미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부여군의 유적지 관람객은 특히 여름철 연꽃 개화 시기와 흐린 날 집중적으로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백제문화단지의 실내·외 체험관은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다. 실내 전시에서는 오랜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만날 수 있고, 흐린 날에도 쾌적하게 산책할 수 있는 대규모 야외 복원공간까지 준비돼 있다. 백마강 강가를 따라 나있는 유람선 코스는, 잔잔한 물결 위에 비치는 회색빛 하늘과 어우러져 한층 운치 있는 풍광을 선사한다.

 

역사문화 전문가들은 “부여 유적의 본질은 풍경과 시간, 그리고 그 위에 흐르는 고요함에 있다”고 표현한다. 강이나 절벽에 깃든 옛사람들의 애틋한 이야기가 흐린 날에 더욱 깊게 마음에 스며든다고도 덧붙인다.

 

실제 여행자들도 “햇빛 쨍한 날보다 오히려 흐린 날이 더 좋다”, “날씨가 구름 많을수록 유적지 산책이 편안하다”는 소감을 전한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는 연꽃 사이 산책하는 일상, 부소산성 오르는 길의 신선한 바람, 그리고 유람선 위에서 바라본 백제의 남은 시간들을 공유하는 글들이 꾸준히 이어진다.

 

흐린 날씨는 ‘좋은 여행’의 풍경마저 바꿨다. 강렬한 채도가 아니라, 은은한 빛 아래에서 느리게 걸으며 역사의 결을 만나는 시간. 부여는 구름이 닿은 하루에도 고요한 재미와 의미를 더하는 여행지다. 작고 사소한 날씨의 변화이지만, 그 안에서 여행자의 마음은 다시 깊어지고 있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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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백제#궁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