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데이터로 읽는 두쫀쿠 열풍”…푸드테크, 수요예측 시험대
두바이 쫀득 쿠키, 이른바 두쫀쿠 열풍이 외식업계와 편의점 유통망을 동시에 뒤흔들고 있다. 전국 주요 상권 카페마다 품절 안내문이 붙고, 편의점에서도 재고가 비는 현상이 반복되는 동안 온라인에서는 레시피와 후기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단기간 수요 폭증 패턴을 데이터 기반으로 포착하고 생산과 물류에 반영하는 푸드테크, 리테일테크 기술 경쟁이 본격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본다.
두쫀쿠는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초콜릿으로 만든 두바이 초콜릿에 마시멜로를 녹여 만든 쫀득쿠키를 감싼 형태의 디저트다. 한 알 가격이 4000원대에서 1만원 이상에 형성된 프리미엄 제품임에도, 서울 성동구와 중구 등 도심 카페에서는 오픈 3시간 만에 매대가 비고, 오픈런 대기 행렬이 일상화된 상황이다. 일부 매장은 포장 전용 전환과 1인당 4개 구매 제한까지 걸어 재고 관리에 나섰다.

실제 수요 폭증은 온라인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트렌드에 따르면 두바이쫀득쿠키와 두쫀쿠 등 연관 키워드 검색량은 11월부터 서서히 상승하더니 지난달 24일 지수 52에서 29일 100으로 급등했다. 플랫폼이 검색량 최고치를 100으로 두고 상대적 변화를 보여주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수일 만에 최고 수요 국면에 진입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검색, 소셜 언급량 급증 패턴을 딥러닝 기반 수요예측 모델에 연결하면, 소규모 카페나 편의점도 매장 단위 발주량을 신속히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두쫀쿠 제조는 공정을 세분해 보면 식품공학, 레시피 데이터화 관점에서 디지털 전환 여지가 크다. 카다이프의 수분 함량,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와 초콜릿 비율, 마시멜로를 녹이는 온도와 시간 등이 식감과 보관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클라우드 기반 레시피 관리 시스템과 센서 연동 스마트 오븐 등 푸드테크 장비가 확산하면서, 이런 공정 변수를 정량화해 디지털 레시피로 축적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두쫀쿠 같은 바이럴 디저트도 초기 레시피가 표준화되면, 프랜차이즈나 편의점 PB 제품으로 확장될 때 품질 편차를 줄일 수 있다.
두쫀쿠 열풍은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편의점 유통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CU가 지난달 15일 선보인 두바이 초콜릿 디저트 2종은 31일 기준 상당수 점포에서 재고 없음으로 조회됐고, GS25의 두바이 쫀득 초코볼 등 연관 제품도 비슷한 인기를 보인다. 편의점 본사들은 통상 판매 데이터와 날씨, 요일, 상권 특성을 반영한 수요예측 알고리즘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인플루언서 추천과 소셜 플랫폼을 타고 급부상한 제품은 초반 예측 오차가 클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검색 트렌드, 유튜브와 숏폼 영상 조회수, 인플루언서 언급량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기존 발주 시스템과 연동하는 방향으로 알고리즘 고도화를 추진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두쫀쿠처럼 특정 지역 카페에서 먼저 유행이 시작된 뒤 전국 단위 편의점 상품으로 확산되는 패턴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로컬 푸드의 대중화’ 사례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바이럴을 일으킨 디저트와 음료 레시피를 대형 유통사가 빠르게 산업화해 냉동 디저트나 레디투이트 제품으로 내놓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통사는 소셜 데이터를 분석해 어느 지역, 어떤 연령층에서 반응이 먼저 나오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머신러닝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상 판매량과 매대 배치를 최적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 자영업 카페들은 데이터 분석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해, 수요를 체감으로만 인지한 뒤 뒤늦게 원재료를 추가 발주하는 사례가 많다. 두쫀쿠 재료로 쓰이는 수입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는 리드타임이 길고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간에 주문량을 늘리기 어렵다. 최근에는 SaaS 형태로 매출, 재고, 날씨, 온라인 리뷰를 통합 분석해 발주를 추천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어, 이런 솔루션이 소상공인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신드롬은 또 다른 측면에서 디지털 환경이 식품 개발 프로세스에도 변화를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높은 가격과 품절 탓에 직접 두쫀쿠를 만드는 소비자가 늘면서, 레시피 공유와 변형 과정이 온라인상에 방대한 데이터로 축적되고 있다. 소셜 플랫폼에는 재료별 원가 분석, 당류와 열량 비교, 대체 재료 추천 등 사실상 ‘분산형 식품 R&D’에 가까운 콘텐츠까지 등장했다. 식품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사용자 생성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당류를 줄인 버전이나 알레르기 유발 재료를 바꾼 버전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세분화할 기회가 열릴 수 있다.
한편 식품 안전과 표시 규제 측면에서도 새로운 쟁점이 예상된다. 두쫀쿠는 고당, 고지방 디저트에 속하는 만큼, 향후 영양성분 의무 표시 강화나 고열량 제품 경고 문구 도입 논의가 확산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유럽 일부 국가는 인공지능을 통한 식단 추천 서비스에 영양 기준과 표시 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디지털 푸드 플랫폼과 연계된 규제 논쟁으로 번질 여지도 있다.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한 수요예측, 디지털 레시피 표준화, 사용자 생성 레시피 데이터를 활용한 상품 기획 등은 모두 푸드테크 산업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두쫀쿠 신드롬은 겉으로는 유행성 디저트 열풍처럼 보이지만, 이면에서는 식품과 IT, 데이터가 얽힌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계기로도 해석된다. 산업계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디저트 한 종류의 유행이 아니라, 디지털 데이터 흐름 전체를 읽어낼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