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M이 선택한 데노수맙…셀트리온, 美 골질환 공략 분수령
바이오시밀러 중심 성장 전략을 앞세운 셀트리온이 미국 골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유통 허브 역할을 맡는 대형 PBM과의 계약을 연달아 확보하며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의 처방집에 데노수맙 바이오시밀러가 선호의약품으로 등재되면서, 고가 생물학제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오리지널 의약품 중심이던 시장 구조에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두고 미국 데노수맙 바이오시밀러 경쟁의 방향을 가를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셀트리온은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 가운데 한 곳과 골질환 치료제 스토보클로 오센벨트의 처방집 등재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스토보클로 오센벨트의 유효성분은 데노수맙으로, 골다공증을 비롯한 골 질환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단일클론항체 치료제다. 이번 계약으로 스토보클로 오센벨트는 해당 PBM이 운영하는 모든 공보험과 사보험 처방집에 포함됐고, 일반 등재를 넘어 우선 처방이 가능한 선호의약품 지위까지 확보했다.

처방집 등재 효력은 2025년 1월부터 발효될 예정이며, 이 시점부터 미국 내에서 스토보클로 오센벨트를 사용하는 환자들은 보험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미국에서는 처방집에 포함된 약제만 보험급여 대상이 되기 때문에 PBM과의 계약은 사실상 필수 절차로 여겨진다. 특히 선호의약품으로 분류되면 동일 계열 약물 중 의료진이 우선적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어 매출 확대 가능성이 커진다.
주목할 점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데노수맙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PBM 처방집에 등재된 제품이 현재까지 스토보클로 오센벨트 단 하나라는 점이다. 3대 PBM은 미국 의약품 구매 교섭과 가격 결정을 사실상 좌우하는 핵심 사업자로, 이들 처방집 진입 여부는 제품 경쟁력 평가의 간접 지표로 활용된다. 셀트리온은 이번 계약을 통해 스토보클로 오센벨트의 약효, 안전성, 가격 경쟁력이 종합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보고 있다.
셀트리온 미국 법인은 시장 내 5위권에 속하는 또 다른 대형 PBM과도 스토보클로 오센벨트 등재 계약을 체결했다. 두 번째 PBM에서도 이 제품은 모든 공보험과 사보험 처방집에 선호의약품으로 등재되며, 환급 적용 시점 역시 2025년 1월로 동일하다. 출시 후 약 4개월 만에 상위 5개 PBM 중 두 곳을 확보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바이오시밀러가 주요 PBM과의 협상을 마무리하고 선호의약품 지위를 획득하는 데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빠른 진입 속도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두 곳의 대형 PBM을 포함해 셀트리온이 미국에서 확보한 스토보클로 오센벨트의 시장 커버리지는 약 30% 수준으로 추산된다. 커버리지란 해당 약제가 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상 인구와 보험 플랜 비중을 의미하며, PBM 계약 확대가 곧 처방 잠재 시장의 확대로 이어진다. 셀트리온은 나머지 두 곳의 대형 PBM과도 처방집 등재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들 PBM이 관할하는 사보험 영역에서 오센벨트에 대한 등재 계약은 이미 완료됐으며, 현재는 스토보클로 추가 등재만 마무리하면 전체 포트폴리오 단위의 계약 구조가 완성되는 단계에 와 있다. 통상 PBM은 동일 성분 또는 계열 약물을 묶어 가격과 리베이트 조건을 협상하는데, 셀트리온은 스토보클로 오센벨트 조합을 통해 단일 제품이 아닌 라인업 경쟁력으로 접근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셀트리온은 PBM을 통해 관리되는 보험 시장과 별개로, 미국 데노수맙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오픈 마켓도 병행 공략할 계획이다. 오픈 마켓은 보험사나 PBM의 관리 강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유통 채널로, 병원 또는 대형 클리닉의 자체 구매 결정과 제약사 영업력이 시장 점유율을 좌우한다. 가격 협상 대신 실제 임상 경험, 약효 데이터, 공급 안정성 등이 직접 비교되는 만큼, 제품 경쟁력이 부족할 경우 진입 자체가 어려운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데노수맙 계열 치료제는 노년 인구 증가로 골다공증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미국 내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는 중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이 장기간 시장을 주도해온 분야에서 바이오시밀러가 가격 인하와 치료 접근성 확대를 동시에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 부담 경감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특히 선호의약품으로 지정된 바이오시밀러는 약가 경쟁을 촉진하는 동시에, 오리지널 대비 실질 치료 성과가 동등하다는 메시지를 의료진에게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미국 보건 규제 측면에서 바이오시밀러는 엄격한 품질과 동등성을 증명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어, 허가 후 PBM이 선호의약품으로 채택했다는 것은 임상적 동등성뿐 아니라 경제성까지 인정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미국 의료 시스템에서는 PBM 리베이트 구조, 보험 플랜별 공제금 차이, 의사 처방 관성 등 복합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단기적 시장 점유율 확대 속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셀트리온 미국 법인 최고상업책임자인 토마스 누스비켈은 스토보클로 오센벨트가 대형 PBM에 빠르게 등재된 점을 강조하며, 미국 골질환 환자들에게 고품질 바이오 의약품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의 이번 행보를 두고 데노수맙을 시작으로 미국 내 다른 항체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에도 PBM 전략을 확대 적용하려는 신호로 보는 분위기다.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향후 수년간 오리지널 고가 생물학제제의 특허 만료가 잇따르면서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PBM이 어떤 제품을 선호의약품으로 채택하느냐에 따라 실제 환자 처방 패턴이 크게 갈릴 수 있는 만큼, 제약사들은 단순 가격 인하를 넘어 유통 채널 협상력, 공급 안정성, 실사용 데이터 확보를 종합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계는 셀트리온의 스토보클로 오센벨트가 미국 현지에서 어느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할지, 그리고 이 경험이 향후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전략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