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시마SC로 공립시장 공략 본격화…셀트리온, 칠레서 중남미 교두보 마련
인플릭시맙 기반 자가면역질환 치료 패러다임이 정맥주사에서 피하주사로 이동하는 가운데, 셀트리온이 칠레 공립시장을 발판으로 중남미 전역 공공의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플릭시맙 성분에 피하주사 제형을 적용한 램시마SC가 중남미 공립시장에 처음 진입하면서, 투약 편의성과 재정 효율성을 동시에 겨냥한 바이오시밀러 전략이 본격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급을 향후 브라질 등 대형 시장 진입 전 단계이자 중남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경쟁 구도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칠레 현지 법인을 통해 인플릭시맙 성분 피하주사 제형 바이오의약품 램시마SC 초도 물량을 남미 약가·조달 시스템의 핵심 축인 칠레 공공조달청 CENABAST에 공급하고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고 2일 밝혔다. 램시마SC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인플릭시맙의 피하주사 제형으로, 환자가 병원에서만 정맥주사를 맞아야 했던 기존 치료 경로를 바꿀 수 있는 제품이다.

셀트리온은 2023년 4월 칠레 공공보건청 ISP에서 램시마SC 품목허가를 취득한 뒤, 재정 부담이 큰 생물학적 제제 분야 특성에 맞춰 공보험 등재를 목표로 정부와 협의를 이어왔다. 그 결과 올해 4월 칠레 공보험 급여목록에 공식 등재됐고, 약 7개월 만에 공립의료기관을 통한 실제 판매가 성사됐다. 제도적 진입장벽인 허가와 급여 단계를 모두 통과한 뒤 단기간에 공공조달 실거래까지 연결된 셈이다.
램시마SC는 기존 정맥주사 제형 인플릭시맙과 달리 피하주사 방식으로 투여된다. 피하주사는 피부 아래 지방층에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주입 시간이 짧고 자가 투약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통상 정맥주사 제형 인플릭시맙은 병원 내 주사실에서 일정 시간 이상 정맥 투여를 받아야 하고 의료진 모니터링이 필수적인 반면, 피하주사 제형은 의료기관 방문 간격을 줄이거나 가정 내 투약까지 확장할 수 있어 의료 접근성과 환자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글로벌 자가면역질환 치료 시장에서도 피하주사 제형으로의 전환 트렌드가 가속되는 흐름이다.
특히 이번 칠레 진출은 중남미 의약품 유통 구조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중남미는 공립시장이 전체 의약품 시장의 약 80퍼센트를 차지하고 사립시장이 20퍼센트 수준에 머무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공공조달을 통해 공보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공급을 확보해야만 매출 기반을 만들 수 있는 구조여서, 공립시장 진입 여부가 사실상 상업화 성패를 좌우한다. 셀트리온은 처음부터 칠레 공공조달청과의 협의를 병행해 공급체계를 설계한 만큼, 향후 물량 확대와 타 국가 확장 시 레퍼런스로 활용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마련했다.
셀트리온 측은 출시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진 배경으로 현지 보건 당국과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직접적인 출시 요청을 꼽고 있다. 칠레 규제기관이 램시마SC의 제품 경쟁력과 비용 효율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공보험 등재와 공공조달 과정에서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인플릭시맙 계열 치료제는 주로 류마티스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등 만성 자가면역질환에 사용되는 만큼 장기 투약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재정 부담과 환자 순응도 관리가 핵심 과제로 지적돼 왔다. 피하주사 제형은 외래 방문 횟수 감소와 입원 필요성 축소를 통해 재정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이번 칠레 공립시장 진입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셀트리온의 포지셔닝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기존 인플릭시맙 정맥주사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다면, 램시마SC는 제형 혁신을 결합해 치료 경로 자체를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사례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에서 피하주사, 자가주사 디바이스, 장기 지속형 제형 등을 앞세워 환자 경험 중심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인플릭시맙 영역에서 독점적으로 피하주사 옵션을 제공하는 점은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중남미 시장에서는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제품과 각국 로컬 제약사의 바이오시밀러가 복합적으로 경쟁하는 구조다. 다만 고가 생물학적 제제의 경우 재정 여건상 광범위한 보험 적용이 제한적이어서, 공공 조달 과정에서 가격과 효과, 투약 편의성까지 동시에 평가받는 경향이 강하다. 칠레에서 확보한 레퍼런스는 유사한 보건 재정 구조를 가진 페루, 콜롬비아, 멕시코 등 인근 국가 진입 전략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맞춤형 의약품 허가와 달리 바이오시밀러는 각 국가별 약가 규정, 급여 평가 체계, 입찰 제도 등 규제 환경이 서로 달라 상용화에 추가 시간이 소요된다. 현지 공보험 등재와 공공조달 참여를 위해서는 임상 데이터와 약가 경쟁력뿐 아니라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사용 편의성과 사회경제적 효과를 설명해야 한다. 피하주사 제형을 통한 외래 진료 부담 감소, 시술 시간 단축, 원격 모니터링 연계 가능성 등은 디지털 헬스 연계 정책과 함께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셀트리온 중남미 지역을 담당하는 강경두 담당장은 램시마SC 신규 출시에 따라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치료 선택지가 확대될 것이라며, 공립시장에서의 접근성 개선을 통해 삶의 질 향상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칠레 사례가 실제 처방 패턴 변화와 재정 효과 데이터로 이어질 경우, 중남미 다른 국가의 공보험 제도권 편입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중남미 각국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자가면역질환 치료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국가별 재정 여건과 정치 상황에 따라 고가 치료제 도입 속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공립시장에서 증명된 피하주사 제형의 경제성과 편의성이 객관적 데이터로 축적될 경우, 셀트리온뿐 아니라 다른 바이오 기업들의 피하주사형 바이오시밀러 진입도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계는 칠레 공립시장에서 시작된 램시마SC의 실사용 성과가 중남미 바이오시밀러 시장 재편을 이끌 수 있을지 눈을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