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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완화 수혜주 부각”…현대차·기아, 대미 수출 모멘텀→실적 재평가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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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해 온 관세를 소급 인하하기로 하면서 현대차와 기아 주가가 동반 상승세를 연출했다. 대미 관세 부담에 눌려 있던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이 상당 부분 해소되며, 국내 완성차 업종 전반에 걸쳐 중장기 이익 전망이 재조정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증권가는 관세 인하와 맞물려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중심의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경우, 올해 4분기부터 내년까지 양사의 실적 체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전 거래일보다 4.52% 오른 26만6천원, 기아는 4.19% 상승한 11만7천원에 장을 마쳤다.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전날 한국과의 무역 합의 이행을 공식화하며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지난달 1일부터 소급해 15%로 인하하기로 한 조치가 직접적인 촉매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상무부가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성명에서 한국 정부가 전략적 투자 법안의 국회 절차에 착수했다고 언급하며, 이로써 미국 산업과 노동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체결한 한미 무역협정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어 협정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1월 1일부터 15%로 낮추는 내용을 포함해 특정 품목 관세를 인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관세 완화 수혜주 부각 현대차·기아, 대미 수출 모멘텀→실적 재평가
관세 완화 수혜주 부각 현대차·기아, 대미 수출 모멘텀→실적 재평가

수출 지표는 관세 변수에도 불구하고 이미 견조한 흐름을 보여 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월 자동차 수출은 미국의 25% 품목 관세 영향 속에서도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13.7% 증가한 164억1천만달러, 한화 약 24조원 규모를 기록했다.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자동차 수출액은 660억4천만달러에 달해 역대 최대치로 집계됐고, 연간 최대 실적인 708억6천만달러까지는 48억3천만달러만을 남겨두고 있어 올해 사상 최대 연간 수출 기록 경신이 통계상 유력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불리한 관세 여건 속에서도 제품 믹스 개선과 고부가가치 차종 비중 확대가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대미 수출 관세의 실질적 부담 완화는 완성차 기업의 가격 전략과 수익성 구조에도 미묘하면서도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다올투자증권 유지웅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의 대미 수출이 11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전환됐다고 짚었다. 그는 완성차의 글로벌 도매판매가 전년 대비 성장에는 제약을 받았으나, 대미 수출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지면서 핵심 차종 수출 여력이 확대된 점이 주요했다고 평가했다. 유지웅 연구원은 올해 4분기 글로벌 도매판매 규모를 현대차 108만대, 기아 89만대로 전망하며, 관세 인하 효과와 차종 믹스 개선이 결합될 경우 내수와 수출을 포괄하는 전방위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아의 중장기 전략 변화도 투자자 관심을 끈다. 유지웅 연구원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Ⅱ 도입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며, 특히 북미 시장 주력 SUV인 텔루라이드 풀체인지 시점인 내년 1분기부터 판매 볼륨의 가파른 상승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에서 텔루라이드를 필두로 한 대형 SUV와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확충은, 관세 부담이 완화된 수출 환경과 맞물려 영업이익률 방어는 물론 추가적인 마진 확장 가능성까지 담보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하이브리드 기술 경쟁력과 현지 선호 차급에 대한 정교한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은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수익성 변동성을 흡수하는 완충장치로도 평가된다.  

 

다만 관세 효과가 실적에 온전히 반영되기까지는 재무 항목을 통한 조정 과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임은영 팀장은 현대차와 기아가 관세 영향이 잔존하는 올해 4분기에 기타 비용을 집중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을 전후해 양사가 신차 출시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관세 인하에 따른 일시적 비용 요인이 해소되고 나면 중장기 전동화 전략과 신차 사이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관세 정책이 완성차 업계의 불확실성을 일부 덜어낸 만큼, 투자자들은 수출 물량 증가와 제품 포트폴리오 고급화가 가져올 영업 레버리지 효과, 그리고 글로벌 경기와 환율 흐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분석이 증권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관세 완화가 단기적으로는 주가 반등의 촉매 역할을 했으나,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현대차·기아가 북미를 포함한 주요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프리미엄을 얼마나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는지가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수출 변수에서 한숨을 돌리게 된 국내 완성차 업계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아우르는 다층적 파워트레인 전략을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지, 향후 분기 실적 발표에서 보다 구체적인 해답이 드러날 전망이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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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미국자동차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