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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군집위성 검증기 발사 연기"…우주항공청, 일정 재조정 예고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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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군집운영 체계 구축을 위한 한국의 첫 양산형 초소형 지구관측위성 검증기 발사가 카운트다운 중단으로 연기됐다. 위성 군집은 향후 한반도 상공을 하루 여러 차례 촬영하며 기존 중대형 위성 체계를 보완할 핵심 인프라로 꼽혀, 발사 일정 조정이 국내 정밀감시 및 우주기술 로드맵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업계는 이번 상황을 초기 군집위성 전력화 과정에서 기술·운영 리스크를 점검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11일 공지를 통해 이날 오전 9시55분 한국시각으로 예정돼 있던 초소형군집위성 검증기 발사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세부 일정과 원인 분석 결과는 추후 다시 안내할 계획이다. 이번 임무는 미국 민간 발사기업 로켓랩의 소형 발사체 일렉트론을 이용해 뉴질랜드 마히아 발사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발사 진행 과정에서는 카운트다운이 두 차례 중단됐다. 첫 번째 홀드는 발사 5분43초 전 요청됐고, 약 8분55초 동안 카운트다운이 멈춘 뒤 발사 전 22분47초 지점에서 재개됐다. 그에 따라 목표 발사 시각도 오전 10시21분으로 약 26분 늦춰졌고, 이는 이날 론치 윈도우의 막바지 구간에 해당했다.

 

재개 이후 로켓랩 발사통제센터에서는 각 시스템 점검 결과가 모두 정상 범위를 의미하는 그린으로 표시되며 무난한 진행이 예상됐다. 그러나 발사 8분7초를 남기고 두 번째 홀드 요청이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로켓랩 측은 이후 발사 시퀀스를 재검토했으나, 설정된 발사가능 시간대 안에는 더 이상 카운트다운을 재개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날 임무 중단을 결정했다.

 

로켓랩은 발사 중단 직후 향후 며칠 사이 여러 차례 백업 발사 기회가 확보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로켓과 위성 상태가 치명적 문제가 아니라, 환경 조건이나 시스템 확인 절차 등 운영상 요인에 따른 보수적 결정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구체적인 홀드 사유와 기술적 진단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우주항공청은 로켓랩과 함께 카운트다운 중단 원인을 분석하는 한편, 검증기와 발사체 상태를 정밀 점검한 뒤 최종 발사 일정을 확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군집위성 체계가 향후 국방·재난·환경 감시 등 다목적 활용이 예정된 만큼, 초기 검증 단계에서 보수적인 발사 안전 기준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초소형군집위성은 무게 100kg 미만의 초소형위성을 여러 기 동시에 운용해 한반도 및 주변 해역을 고빈도로 촬영하는 체계다. 기존 중대형 단일 지구관측 위성이 같은 지역을 재관측하는 데 수일이 걸리는 구조였다면, 군집 체계는 하루 3회 이상 같은 지역을 촬영할 수 있어 시간 해상도를 크게 끌어올린다. 이 같은 고빈도 관측은 홍수, 산불, 해양오염 같은 재난 상황에서 초기 징후 포착과 피해 확산 추적에 유용하고, 농업·수자원 관리, 인프라 모니터링 등에도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지난해 4월 발사된 초소형군집위성 시제기가 궤도에서 기본 설계 개념과 탑재체 성능을 확인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번 검증기는 양산·전력화를 앞두고 성능과 운용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단계에 해당한다. 검증기가 계획된 궤도 투입과 임무 운용을 무리 없이 수행하면, 동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양산형 위성들의 사양이 사실상 확정된다.

 

정부와 우주항공청은 검증기 이후 본격적인 양산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양산형 초소형군집위성은 내년 6월 5기, 내후년 6월 5기 등 총 10기가 발사될 전망이다. 발사가 계획대로 이어질 경우 2년 안에 한반도 상공에 군집위성망이 완성되며, 국산 지구관측 데이터 확보 능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이미 미국과 유럽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수십 기 규모 군집위성 상용 서비스가 운영 중이며, 기상·농업·물류·보험 등으로 데이터 활용 산업이 확장되고 있다. 한국의 초소형군집위성 프로그램은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국가 차원의 독자 감시망과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이번 발사 연기 역시 높은 신뢰도를 요구하는 위성군집 사업 특성상 초기 단계에서 리스크를 보수적으로 관리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주 전문가는 군집위성 체계가 본격 가동되는 시점을 국내 우주산업의 업그레이드 전환점으로 본다. 발사 일정이 일부 조정되더라도 궤도 상 운용과 데이터 서비스가 안정화되면 위성 제작, 지상국 운용, 데이터 처리 플랫폼까지 연계된 산업 생태계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초소형군집위성 검증기 발사가 조속히 재개돼 계획된 군집망 구축 로드맵을 지킬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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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군집위성#우주항공청#로켓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