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금품 진술 재확인"…경찰, 윤영호 3시간 조사·강제수사 검토
정치권을 향한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놓고 경찰과 여야 인사들이 정면 충돌했다. 특검 수사에서 비롯된 진술이 재확인되면서, 수사 확대와 함께 정치권 파장이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11일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전담할 23명 규모의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전담팀은 첫날부터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찾아가 약 3시간 동안 접견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담팀은 이날 조사에서 윤 전 본부장이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법정에서 했던 진술 내용을 재확인했다. 특히 윤 전 본부장이 제기한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의 신빙성을 따져보고, 진술 간 모순 여부와 구체적 정황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핵심은 금품 제공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통상 대가성이 인정되면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고, 반대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관련 진술을 세밀하게 재점검했다"고 밝히며, 적용 혐의 판단을 위한 법리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절차상 시효도 수사 속도를 재촉하는 변수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2018년에 금품이 건네졌다면 올해 말까지가 기소 가능한 시한이 된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경찰이 전담팀 출범 첫날부터 구속 수감자를 직접 조사하는 등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될 경우 공소시효는 최대 15년까지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전담팀도 관련 법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져, 향후 적용 죄명에 따라 수사 방향과 대상 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과 특검·법원 기록 등을 종합 검토한 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곧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 관계자는 "수사 기록과 진술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법적 요건이 충족된다고 판단될 경우 증거물 확보 절차에 나설 것"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민중기 특검팀으로부터 이첩된 통일교 금품 의혹에서 비롯됐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 조사 과정에서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 관련 현안을 매개로 한 여야 정치권 연루 의혹이 함께 제기된 셈이다.
경찰은 특검에서 넘어온 수사 기록을 검토하는 한편, 의혹 당사자 일부와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점이 뚜렷해질 경우 소환 조사와 강제수사가 병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 가운데 한 명인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전 전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연코 없었다"고 밝히며 장관직 사의를 표명했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에 2018년부터 2020년 무렵 전재수 전 장관에게 명품 시계 2개와 수천만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당 금품이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통일교 교단 현안 해결을 위한 청탁성 금품이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관련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금품 제공자와 수수자 모두에게 뇌물 혐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수사 단계에서 이미 뇌물죄 구성요건을 염두에 둔 법리 판단이 이뤄진 셈이라, 이를 넘겨받은 경찰 수사가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주목된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내 특별전담수사팀은 박창환 중대범죄수사과장이 팀장을 맡았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파견됐다가 이날 경찰청으로 복귀한 박 총경을 포함해 중대범죄수사과 소속 수사관 대부분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력의 상당 부분이 이 사건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인사가 함께 거론되는 만큼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수사 범위가 확대되거나 강제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각 정당의 지도부와 관련 상임위 차원의 공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특검에서 이첩된 내용과 추가 확보 자료를 토대로 혐의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사팀은 윤 전 본부장에 대한 추가 조사와 관계자 소환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필요 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향후 경찰 수사 방향을 주시하며, 통일교 금품 의혹을 둘러싸고 한동안 격렬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