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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심 판결문 더 본다”…국회 본회의 상정에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예고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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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노선이 다른 여야가 형사사법·금융·치안 법안을 두고 다시 맞붙었다. 국회가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와 대북 전단 살포 제지 근거를 담은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자, 국민의힘은 사법개혁안 저지 차원의 필리버스터를 예고하며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회는 12월 11일 본회의를 열어 형사소송법, 은행법,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법안들을 정기국회 내 처리 대상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에 대한 반발의 뜻을 담아 필리버스터에 돌입할 계획을 세웠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하급심 판결문 공개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원 공개 시스템을 통해 1심과 2심 재판에 대한 판결문 접근을 넓혀 사법 투명성과 국민 알권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은행법 개정안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리 산정의 투명성 제고에 무게를 뒀다. 특히 은행이 금리를 정할 때 가산금리에 보험료와 각종 출연금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예대 마진을 둘러싼 논란 속에 금융권의 불투명한 가산금리 구조를 손보겠다는 국회의 판단이 반영됐다.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에는 접경지역에서의 대북 전단 살포를 염두에 둔 조항이 들어갔다. 개정안은 경찰관이 군사적·외교적 긴장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전단 등의 살포를 위해 위험구역에 출입하는 행위가 있을 경우, 관계인에게 경고하고 긴급한 경우 제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은 국민의힘이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의 부활이라고 규정한 항공안전법 개정안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추가 논쟁이 예상된다. 항공안전법 개정안은 이미 12월 2일 국회를 통과했으며, 접경지역에서의 풍선·전단 살포 행위에 제약을 가하는 내용으로 보수 진영의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민주당은 세 법안이 각각 사법 투명성, 금융소비자 권익, 접경지역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 개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 침해와 정부 규제 강화, 사법부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은행법,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에 나설 예정이다. 필리버스터는 시작한 지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종결할 수 있다. 국회법상 안건마다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루에 법안 1건만 처리가 가능하다. 이 계산에 따르면 11일 상정된 3개 법안의 처리가 모두 끝나려면 빠르면 14일이 돼야 한다. 여야의 장기 대치가 이어질 경우 정기국회 막판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도 진행된다. 개정안은 가맹사업자에 대한 가맹주들의 협상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본사와 가맹점 간 불공정 거래를 줄이고 협상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앞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대상이 됐으나, 지난 12월 9일 필리버스터가 종료돼 표결 절차만 남은 상태다. 민주당은 가맹점주의 권익 보호를 위한 법안이라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 가중과 과도한 규제를 우려하며 처리 과정에서 제동을 걸어왔다.  

 

정치권 안팎에선 사법·안보·경제 현안이 한꺼번에 본회의에 올라온 만큼 여야 대치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본회의 표결 처리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와 절차적 저지를 통해 최대한 시간을 끌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국회는 이날부터 이어질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은행법, 경찰관직무집행법,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게 됐다. 여야가 필리버스터와 표결을 반복하는 소모전을 이어갈지, 막판 협상으로 절충점을 찾을지에 따라 향후 입법 일정과 정국 흐름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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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