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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멤버십 해지 혜택 달라요”…쿠팡, 차별 논란에 소비자 불신 확대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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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유료 멤버십 모델이 고객 락인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해지 과정에서의 차별적 혜택 제공이 새로운 소비자 분쟁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료 구독을 유지시키기 위한 데이터 기반 마케팅이 정교해질수록, 일부 고객만 추가 혜택을 받는 구조가 형평성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쿠팡의 와우 멤버십 해지 과정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도마에 오르며, 플랫폼 기업의 구독 비즈니스 관행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회원 이탈 방지를 위한 A B 테스트와 세분화 마케팅 전략이 역설적으로 소비자 불신을 키우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X, 쓰레드 등 SNS에는 쿠팡 유료 구독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 해지 인증 게시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쿠팡이 3천370만 개 계정의 고객명, 이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됐다고 밝힌 이후 해지와 탈퇴를 시도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관련 후기와 불만이 동시에 쏟아지는 분위기다.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은 해지하려는 고객에게 제시되는 혜택이 계정별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일부 이용자는 “와우 회원 해지 버튼을 누르니 2개월 무료 연장 혜택을 제안받았다”며 화면을 캡처해 공유했다. 다른 사용자들은 할인 쿠폰을 받았다는 경험담을 올렸다. 반면 아무런 혜택 제안 없이 곧바로 해지가 완료됐다고 밝힌 이용자도 다수였다.  

 

이용자 반응은 엇갈렸다. 해지 보류를 조건으로 무료 기간이나 쿠폰을 받은 고객은 “혜택 덕에 한 번 더 써본다”고 했지만, 혜택을 받지 못한 고객들은 “갑자기 해지한 사람 됐다”, “왜 나는 바로 해지되느냐”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다. 커뮤니티에는 “사람 가리는 것 아니냐”, “기준이 뭐냐”는 글이 잇따랐다.  

 

일부 이용자들은 나름의 패턴 분석도 내놨다. “랜덤인 것 같지만 최근 주문 내역이 많으면 혜택이 안 뜨는 것 같다”, “평소 잘 안 쓰는 계정에만 준다. 새벽 배송 자주 쓰는 계정은 기대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소비 빈도가 낮은 고객에게만 ‘잡기용’ 혜택을 제시하고, 이미 충성도가 높은 고객은 별도 인센티브 없이도 유지된다고 보는 마케팅 관행을 체감한 셈이다. “오히려 많이 안 써야 더 많은 혜택을 준다”는 반응까지 나오며, 충성 고객이 역차별을 받는 구조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은 플랫폼이 보유한 결제 이력, 접속 빈도, 장바구니 데이터 등을 토대로 해지 가능성이 높은 고객 집단을 선별하고, 그중 일부에게만 무료 기간과 쿠폰을 제공하는 ‘세분화 리텐션 전략’을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글로벌 구독 서비스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데이터 기반 마케팅 모델이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알고리즘의 기준과 운영 방식이 이용자에게 전혀 설명되지 않고 있어 불투명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지 과정과 더불어 계정 탈퇴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용자 후기에 따르면 모바일 앱에서 쿠팡 계정을 완전히 삭제하려면 여러 화면을 거치는 6단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단순 회원 탈퇴를 넘어 결제 내역, 배송지 정보, 개인정보 보관 기간 등에 대한 확인 항목이 많고, 탈퇴 메뉴 진입 경로도 직관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 이후 ‘탈팡’으로 불리는 집단 탈퇴 움직임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런 구조가 사실상 해지 저항으로 작동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개인정보 유출은 국내 전자상거래 산업 전반의 보안 체계와 책임 구조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3천370만 개 계정의 고객명, 이메일, 주소 등 주요 식별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다고 발표했고, 박대준 대표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고 원인, 재발 방지 체계, 장기적 보상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커지며, 소비자들은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SNS에서는 “평생 와우 멤버십 제공에 50만원 쿠폰을 지급하라”는 과격한 요구가 담긴 게시물이 1만7천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며 호응을 얻었다. 실제로 그런 수준의 보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개인정보라는 비가역적 피해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그만큼 깊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특히 유출 이후 해지 고객에 대한 차별적 혜택 제공 의혹까지 겹치며, 플랫폼과 이용자 사이 신뢰 균열이 구조적 문제로 번지는 모습이다.  

 

해외 주요 플랫폼들은 유료 멤버십 해지와 개인정보 삭제를 비교적 단순한 절차로 제공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가입보다 해지가 더 어렵게 설계된 인터페이스를 ‘다크 패턴’으로 규정하고 규제 대상으로 삼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EU와 일부 주 정부는 구독 해지 버튼 위치, 단계 수, 안내 문구 등에까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사용자 권리 강화를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개인정보 보호법과 전자상거래법을 중심으로 플랫폼 책임을 강화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의 UX 설계와 데이터 활용 투명성은 여전히 기업 자율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빅테크와 대형 커머스 기업들이 AI 기반 추천과 맞춤형 혜택 시스템을 지속 확장하는 만큼, 해지 고객을 포함한 전 과정에서의 공정성 원칙을 법과 가이드라인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분위기다.  

 

전자상거래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혜택 차등 문제를 넘어, 구독 비즈니스 모델의 신뢰 기반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디지털 정책 연구자는 “유료 멤버십은 가격 할인과 빠른 배송 같은 효용을 넘어, 플랫폼에 대한 장기적 신뢰를 전제로 작동하는 구조”라며 “개인정보 보호와 해지 절차의 공정성, 혜택 제공 기준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데이터 기반 마케팅이 오히려 브랜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산업계는 쿠팡을 둘러싼 해지 혜택 차별 논란과 개인정보 유출 후폭풍이 실제 제도 개선과 UX 개편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구독 경제 모델의 신뢰 회복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보고 있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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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와우멤버십#개인정보유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