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기반 데이터 협력”…NIA·우즈벡, 관광 실증로 확대 시동
데이터가 국가 간 디지털 전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신뢰 기반 데이터 협력 모델 구축에 나선다. 상이한 법 제도와 인프라로 데이터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은 UN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지원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데이터 교환과 공동 분석, 서비스 개발까지 포함한 실증 협력을 시작해 향후 농업과 환경, 모빌리티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데이터 연계 표준과 정책 논의를 선도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NIA는 17일 우즈베키스탄 디지털정부프로젝트관리청 DGPMC과 신뢰 기반 데이터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UN ESCAP 참여 아래 추진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전한 국가 간 데이터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국제 논의와도 맞물려 있다.

UN ESCAP는 그동안 역내 국가들을 중심으로 데이터 이동과 공동 활용을 둘러싼 규범과 기술 표준 논의를 주도해왔다.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가마다 다른 법 제도와 보안 규정, 기술 환경이 데이터 교류의 병목으로 지적돼 왔다. 이번 한·우즈벡 협력은 이러한 간극을 좁히기 위한 실증 프로젝트 성격이 강하다.
양 기관은 협약에서 첫째, 신뢰 기반 데이터 협력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둘째, 데이터 거버넌스와 보안, 상호운용성 등 제도와 기술 역량을 함께 강화하며, 셋째, 실증 중심 협력 모델을 발굴해 향후 확산까지 연계하는 데 합의했다. 데이터 거버넌스는 공공과 민간이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저장·활용하고, 어떤 규칙 아래 공유할지 정하는 관리 체계를 의미하며, 상호운용성은 서로 다른 시스템과 포맷의 데이터를 국가 간에 문제없이 주고받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적 호환성을 뜻한다.
실질적인 첫 단계로 양측은 내년 관광 분야 데이터 협력 실증을 추진한다. 관광 분야는 방문객 통계, 이동 패턴, 결제 데이터, 관광지 혼잡도 등 비교적 축적된 데이터가 많고, 개인정보 비식별화와 집계 통계를 활용하면 양국이 부담을 덜고 협력 모델을 설계하기 용이하다고 평가된다.
실증에서는 실행 가능한 데이터 교환 방식을 정의하고, 양국이 공동 분석을 수행해 관광 수요 예측, 맞춤형 관광 상품 개발, 인프라 투자 우선순위 설정 등에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이어 해당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데이터 기반 서비스와 분석 모델을 개발하고, 점진적으로 농업, 환경, 모빌리티 등 정책적 중요도가 높은 분야로 협력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농업에서는 기후·작황 데이터 공유, 환경에서는 대기질·수자원 모니터링, 모빌리티에서는 교통량·물류 데이터 분석 협력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양측은 기술 워크숍, 정책 대화, 전문가 교류를 통해 데이터 거버넌스와 분석 역량을 공동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도 세웠다. 데이터 보호법, 개인정보 비식별화 기준, 클라우드 인프라 보안 등 제도와 기술 이슈를 동시에 다루는 한편, 데이터 표준과 메타데이터 설계, API 기반 연계 구조 등 실무적인 상호운용성 논의도 병행될 전망이다.
또한 협력 결과와 교훈을 UN ESCAP의 아시아태평양 정보고속도로 구상 등 국제 논의에도 공유해, 역내 다른 국가들이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 협력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아시아태평양 정보고속도로 구상은 네트워크 인프라, 규제 조화, 데이터 활용 촉진을 통해 역내 디지털 격차를 줄이려는 다자 협력 프로젝트로, 국가 간 데이터 연계 사례 축적이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황종성 NIA 원장은 이번 협약이 구호 중심의 협력에서 실제 데이터 이동과 공동 활용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원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협력의 실행 단계를 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NIA가 UN ESCAP와 협력국들과 함께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글로벌 데이터 협력 모델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한·우즈벡 실증 협력이 향후 역내 데이터 협력 표준과 제도 설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