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작은 피드백도 괴롭힘 인식”…호주 Z세대 번아웃, 연간 2,600만 일 공백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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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청년층이 극심한 직장 스트레스로 인해 연간 2,600만 일 이상의 근무일을 소진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며, 청년 노동자의 정신건강 위기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18~29세 Z세대는 전체 노동 인구 비중은 가장 낮지만 스트레스 수준은 가장 높은 세대로 나타나, 기업과 정부의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데일리 메일과 맥쿼리대학교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호주 근로자 5,515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8~29세 청년층이 직무 스트레스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연령대가 업무 압박을 견디지 못해 짧은 기간 정신건강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멘탈 헬스 미니 휴가’를 잦게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출처=픽사베이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출처=픽사베이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스트레스 직군에 속한 근로자는 1년에 평균 20일 이상 결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8~29세 근로자는 50~64세 근로자보다 스트레스 위험이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연령대별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지역별로는 빅토리아주가 스트레스 비율 2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서호주는 14%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력 컨설턴트 태미 밸리스는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전혀 놀랍지 않다”며 최근 Z세대의 스트레스 인식과 직장 적응 방식에 주목했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는 작은 피드백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학교는 공부만 가르치고, 직장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업무 태도는 배우지 못한 채 사회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밸리스는 업무 교육 과정에서 이뤄지는 지적과 코칭이 ‘괴롭힘’으로 받아들여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당연히 피드백을 받게 되는데, 이를 ‘괴롭힘’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소수는 성숙하지만 상당수는 일에 대한 책임감과 지속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 차이로 인해 일부 기업은 채용 단계에서부터 스트레스에 취약해 보이는 지원자를 선별해 배제하려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맥쿼리대학교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여성과 청년층이 특히 심리적 취약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여성 근로자의 21.9%가 높은 스트레스를 호소한 반면, 남성은 14.8%로 나타나 젠더 간 차이도 확인됐다. 직군별로는 사무·행정직의 결근률이 25.9%로 가장 높았고, 광산업은 8.5%로 가장 낮아 업무 특성과 스트레스·결근 간 상관성이 추정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보고서는 젊은 근로자들이 직장 내 갈등, 낮은 업무 통제력, 괴롭힘, 불안정 고용 등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위험 요인에 더 자주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플랫폼 노동과 프리랜서 위주의 이른바 ‘긱 경제’ 확산이 청년층 중심의 불안정 노동 구조를 강화해, 장기적인 정신적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관련된 부상·보상 비용이 연간 170억 호주달러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잦은 결근과 생산성 저하를 통해 국가 경제 전반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재정부담뿐 아니라, 조직 내 인력 이탈과 업무 공백을 통해 직장 문화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학교 교육과 직장 문화 모두에서 스트레스 관리 능력과 건강한 피드백 수용 방식을 가르치는 구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한 직업 상담 분야 전문가는 “청년층은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과도한 성과 압박 속에서 성장했지만,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 체계는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며 “정신건강을 개인의 취약성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와 연결해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맥쿼리대학교 연구진은 “호주인의 절반 이상의 깨어 있는 시간이 직장에서 이뤄지는 만큼, 직장을 중심으로 한 정신건강 개선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은 단기 성과 중심 인사 관행을 재검토하고, 정부는 청년·여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정신건강 프로그램과 안전한 고용 구조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호주 내에서 Z세대 번아웃 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노동시장 정책, 직장 문화 개선, 교육 제도 개편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스트레스 취약 세대를 보호하면서도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 마련이 당분간 주요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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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z세대#맥쿼리대학교#멘탈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