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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내시경 수술까지 본다"…시지메드텍, 솔렌도스 인수로 척추 플랫폼 확대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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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내시경 기술과 인공지능이 결합한 새로운 수술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형외과 임플란트 전문기업 시지메드텍이 독일 광학 계통을 잇는 척추 내시경 기업 솔렌도스를 인수하면서다. 수술의 시야를 책임지는 내시경과 척추 임플란트, 골대체재, 그리고 AI 기반 수술 보조 소프트웨어가 한 구조로 묶이면서, 글로벌 척추 수술 시장 판도에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업계에서는 외래수술센터 중심으로 빠르게 커지는 척추 내시경 수술 시장에서 플랫폼 선점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지메드텍은 척추 내시경 장비 전문기업 솔렌도스를 인수하고 지분 90퍼센트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고 22일 밝혔다. 솔렌도스는 세계 최초로 경성 내시경을 개발한 독일 MGB Endoscopy사의 기술을 계승한 회사로, 척추 수술 특화 내시경 장비 개발에 집중해 왔다. 시지메드텍은 이번 거래를 통해 기존 임플란트 중심 사업 구조에 척추 수술의 핵심 의료기기인 내시경 플랫폼을 결합해, 글로벌 척추 수술 시장을 겨냥한 사업 확장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회사 측은 특히 척추 수술에서 눈 역할을 하는 내시경 장비를 직접 확보해 수술 생태계 전반을 설계할 수 있게 된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솔렌도스는 1906년 설립된 독일 MGB Endoscopy사가 100여 년 동안 축적해 온 광학 기술 기반을 계승했다. 이러한 광학 역량을 바탕으로 양방향 내시경 수술로 알려진 BESS에 최적화된 내시경 시스템과 솔루션을 구축했다. BESS는 최소침습적 접근으로 척추 주변 신경과 근육 손상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수술 기법으로, 수술 시야의 해상도와 범위, 조직 식별 정확성이 임상 성과를 좌우한다. 솔렌도스 장비는 이러한 수술 환경에 맞춰 설계된 것으로 평가된다.  

 

시지메드텍은 기존에 케이지와 스크류 등 척추 임플란트 하드웨어와 모회사 시지바이오의 골대체재 노보시스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해 왔다. 여기에 솔렌도스 인수를 통해 내시경 카메라 시스템과 연계되는 고주파 수술 장비까지 아우르는 수술 인프라를 추가 확보했다. 수술실 내에서 환부를 비추는 내시경, 병변 제거에 활용되는 고주파 에너지 장비, 구조적 지지를 위한 임플란트, 손상 조직을 대체하는 골대체재가 하나의 체계로 연동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회사는 이로써 시야 확보에서 기구 활용, 임플란트 적용, 조직 재생에 이르는 척추 수술의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토탈 솔루션 플랫폼 기반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한다.  

 

솔렌도스의 척추 내시경 수술 시스템과 관련 수술 기구 세트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획득한 상태다. FDA 승인은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진입의 핵심 관문으로, 규제 요건과 안전성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획득할 수 있다. 시지메드텍은 솔렌도스 장비의 FDA 인증을 기반으로, 미국 외래수술센터 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외래수술센터는 입원 없이 당일 수술과 퇴원이 가능한 시설로, 최소침습 척추 수술 채택이 빠르게 확산되는 거점으로 꼽힌다. 척추 내시경 수술이 절개를 줄이고 회복 기간을 단축하는 특성상 외래수술센터와의 궁합이 높은 만큼, 플랫폼 경쟁이 집중되는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척추 내시경 시장은 2035년 약 2조원 규모, 미화 16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술 기법 자체가 최소침습 방향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고령화와 척추 질환 증가가 맞물리면서 내시경 기반 장비와 임플란트 수요가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다. 시지메드텍은 솔렌도스 인수로 얻은 내시경 플랫폼과 함께 자사의 유니스페이스 케이지, 미국 FDA 허가용 임상을 준비 중인 노보시스 골대체재의 글로벌 시장 확대도 병행할 방침이다. 내시경 수술을 통해 병변 제거와 구조 교정이 이뤄진 뒤, 골대체재를 활용한 조직 재생으로 이어지는 치료 경로 전체를 패키지 형태로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인수는 하드웨어 중심이던 척추 수술 장비 시장에 소프트웨어와 AI를 더하는 방향 전환과도 맞닿아 있다. 시지메드텍은 내시경 영상에 나타나는 척추, 신경, 근육 등 해부학적 구조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표시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 중이다. 내시경 카메라로부터 들어오는 영상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신경과 혈관, 디스크, 인대 등 주요 구조물을 구분하고, 위험 구역을 시각적으로 표시해 의료진의 수술 판단을 돕는 방식이다. 고해상도 광학 장비와 실시간 영상 분석 알고리즘이 결합되면, 술기 편차를 줄이고 교육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로봇 보조 척추 수술, 내비게이션 시스템, 영상 융합 기술을 활용한 수술 지원 플랫폼 경쟁이 진행 중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대형 의료기기 업체를 중심으로 3차원 영상, 증강현실, AI를 결합해 척추 나사 고정 위치를 안내하거나 신경 손상 가능성을 줄이는 솔루션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이에 비해 시지메드텍은 최소침습 척추 내시경을 전면에 내세우고, 내시경 시야와 임플란트, 골대체재를 연동하는 방향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독일 광학 계열의 내시경 기술과 한국 의료진의 척추 내시경 수술 경험을 접목해, ASC 환경에 맞춘 통합 수술 플랫폼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규제와 교육 인프라 측면에서도 준비 작업이 병행된다. 솔렌도스 장비가 이미 FDA 승인을 확보한 만큼, 시지메드텍은 이를 발판으로 각국 인허가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척추 내시경 수술 표준화와 술기 교육을 산업 성장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내년 7월 개관 예정인 대웅제약 마곡 C&D센터 내에 조성될 대웅술기센터를 중심으로 척추 내시경 수술 기법에 대한 교육과 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장비 공급에 그치지 않고 교육 플랫폼을 함께 제공해, 병원과 외래수술센터가 새로운 수술 시스템을 도입하는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유현승 시지메드텍 대표는 솔렌도스 인수가 척추 수술의 핵심인 보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술 하드웨어와 수술 시야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하나의 구조로 연결해 척추 수술 플랫폼 확장 전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독일 광학 기술 기반 내시경과 국내 척추 수술 노하우, AI 등 소프트웨어 역량이 결합된 새로운 척추 수술 환경을 글로벌 시장에 제시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산업계는 시지메드텍의 내시경 플랫폼 통합 전략이 실제 수술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채택될지, 그리고 AI 기반 수술 보조 기술이 규제와 임상 검증을 어떻게 통과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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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메드텍#솔렌도스#노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