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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젤트로 안질환 공략”…셀트리온, 유럽 직판 확대 나선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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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용 바이오시밀러가 유럽 안질환 치료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셀트리온이 항혈관내피성장인자 VEGF를 표적하는 안과질환 치료제 아이덴젤트를 독일, 영국, 포르투갈 등 유럽 주요국에 잇따라 출시하며 고가 블록버스터 오리지널 의약품 아일리아를 정조준했다. 유럽 공공의료 시스템에서 눈치료제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업계는 이번 행보를 항체 바이오시밀러에 이어 안과 분야까지 확장하는 셀트리온의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달 초 유럽 시장에 안과질환 치료제 아이덴젤트를 공식 출시했다. 성분명 애플리버셉트인 아이덴젤트는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 혈관 비정상 증식이 동반되는 주요 망막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항 VEGF 바이오시밀러다. 영국과 독일을 시작으로 포르투갈 등 순차 출시를 진행했고, 내년까지 유럽 내 판매국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술적으로 아이덴젤트는 아일리아와 동일 성분의 재조합 단백질 치료제다. VEGF와 성장인자 PlGF에 결합해 망막 및 맥락막에서 비정상 혈관 생성과 누출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시력 저하 진행을 늦추고 시력을 개선하도록 설계됐다. 셀트리온은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주요 안과 적응증에서 글로벌 임상을 수행했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2월 유럽연합집행위원회로부터 바이알과 프리필드시린지 두 제형에 대한 품목허가를 동시에 획득했다. 프리필드시린지는 별도 약제 준비 과정 없이 바로 유리체 내 주사가 가능해, 안과 전문의의 시술 효율을 높이고 오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다.  

 

아이덴젤트는 특히 공공조달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 영국 법인은 제품 출시와 동시에 3개 행정구역에서 실시된 국가보건서비스 NHS 입찰을 수주하며 공급 기반을 조기에 확보했다. 이 가운데 영국 입찰 기관 가운데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북부 잉글랜드 지역에서는 아이덴젤트가 바이오시밀러 중 유일하게 공식 등재됐다. NHS는 대규모 입찰을 통해 약가를 강하게 조정하는 구조여서, 등재 여부가 제품 확산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유럽의 또 다른 핵심 입찰 시장 중 하나인 포르투갈에서도 셀트리온은 아이덴젤트 출시를 이미 마친 상태다. 회사는 포르투갈에서 전체 시장의 약 60퍼센트를 차지하는 국가 단위 입찰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기존 램시마, 트룩시마 등 바이오시밀러 직판 과정에서 구축한 유럽 병원 네트워크와 유통·영업 인력을 그대로 활용해, 안과 영역으로 영업 범위를 확장하는 구조다.  

 

글로벌 안과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애플리버셉트는 이미 검증된 블록버스터다. 오리지널 의약품 아일리아는 2023년 기준 글로벌 매출 95억2300만달러를 기록했고, 높은 약가와 고령 인구 증가, 당뇨병성 망막질환 환자 증가에 따라 수요가 꾸준히 늘어왔다. 그만큼 각국 공공의료 재정 부담도 커졌고, 유럽을 중심으로 고가 안과 주사제에 대한 바이오시밀러 도입 요구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항암·자가면역질환 분야 바이오시밀러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안과 영역으로의 확산 속도도 빠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스위처블 처방 구조가 정착된 일부 국가에서는 안과 전문의가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바이오시밀러 전환을 선택할 수 있고, 병원과 보험 당국 입장에서는 약제비 절감 여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다만 망막질환 환자의 특성상 장기간 반복 주사가 필요하고 시력과 직결되는 치료인 만큼, 실제 현장에서는 안정성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와 안과 전문의의 수용도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유럽 전역에서 바이오시밀러 명가로 인정받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다년간 직판 구조로 쌓아온 마케팅 경쟁력과 브랜드 신뢰도를 아이덴젤트에도 그대로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내년까지 유럽 내 출시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고품질 바이오 의약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안질환 치료 영역에서 회사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유럽 규제 환경도 바이오시밀러 확산에 우호적인 편으로 평가된다. 유럽의약청과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바이오시밀러 승인 경험을 바탕으로 비교 임상 설계·면제 기준을 정교화해 왔고, 그 결과 허가를 받은 제품에 대한 의료진 신뢰도도 누적되는 추세다. 안과용 주사제 특성상 약가 결정과 처방 가이드라인 설정 과정에서 보수적인 접근이 이뤄질 여지는 있으나, 각국 보건 당국의 예산 절감 압력이 높아 대체·전환 정책이 강화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전문가들은 셀트리온의 아이덴젤트가 NHS 등 공공 조달과 주요 국가 입찰을 지렛대로 삼아 시장에 안착할 경우, 안과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서도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고가 치료제 중심이던 안질환 치료 패턴에 가격 경쟁이 도입되면서, 환자 접근성이 개선되고 국가 의료 재정 구조에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계는 아이덴젤트의 유럽 실적이 향후 글로벌 안과 바이오시밀러 전략의 바로미터가 될지를 주시하고 있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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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아이덴젤트#아일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