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비례 공천룰 손봤다”…정청래, 지방선거 앞두고 당헌 재정비 속도
당내 공천룰을 둘러싼 갈등과 정당 민주주의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방식을 손보면서, 당원 참여 확대와 지도부 권한 조정 사이에서 미묘한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내년 6·3 지방선거 기초비례대표 후보 경선 시 투표 반영 비율을 상무위원 50퍼센트, 권리당원 50퍼센트로 조정하기로 의결했다. 광역비례대표 후보 경선은 애초 당헌·당규 개정안대로 권리당원 투표 100퍼센트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민주당은 광역·기초비례대표 모두 권리당원 투표 100퍼센트를 적용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이 개정안은 12월 5일 열린 중앙위원회 표결에서 부결됐다. 당시 찬성 비율은 과반을 넘겼지만, 투표 참여가 저조해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방선거 공천에 관한 당헌 개정안은 수정안을 발의해 신속하게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에 재부의해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투표에서 공천룰 개정이 담긴 당헌·당규 개정안은 찬성률로 보면 통과됐었겠지만, 투표 참여 저조로 무산됐다"고 언급했다.
정 대표는 특히 표결 과정에서의 혼선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투표 종료 시간을 몰랐다는 뒷얘기를 듣고 만감이 교차했다"고 토로했다. 다만 그는 "당원 주권 정당의 오랜 꿈이었던 1인1표제는 이번에는 재부의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그러나 꿈조차 포기할 수 없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는 당원에게 뜻을 물어 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당원 직선 원칙을 당장 확대하지는 않되, 향후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날 최고위 의결에 따라 광역비례대표 선출은 당초 구상대로 권리당원 100퍼센트 시스템이 유지된다. 반면 기초비례대표는 상무위원과 권리당원이 절반씩 영향력을 행사하는 혼합 구조가 됐다. 현역 지방의원, 지역위원장 등 상무위원단의 의견도 일정 부분 반영하면서도, 권리당원의 참여 비율을 절반 수준으로 확보한 셈이다.
민주당은 지도부 공백 메우기에도 착수했다. 전현희 의원, 김병주 의원, 한준호 의원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면서 3석의 공석이 발생한 데 따라, 이를 보충하기 위한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내년 1월 11일 실시하기로 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선거권 권리행사 시행일은 2025년 12월 1일이며, 올해 5월 31일까지 입당한 당원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24년 12월 1일부터 2025년 11월 30일까지 1년간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비 납부 실적을 기준으로 한 권리당원 중심 선거 체계를 재확인한 것이다.
최고위원 보궐선거의 선거인단별 유효투표 반영 비율은 중앙위원 50퍼센트, 권리당원 50퍼센트로 결정됐다. 광역·기초비례 공천룰과 마찬가지로, 당원 참여 확대 기조를 유지하되 중앙당과 조직 핵심의 영향력을 동시에 유지하는 절충형 구조가 반복된 셈이다.
한편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수장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신임 민주연구원장에 이재영 양산갑 지역위원장을 지명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재영 내정자는 국제경제 분야 학자 출신 정치인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 원장을 지낸 경제전문가로 꼽힌다.
이 내정자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양산시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두 차례 총선에 출마한 경력이 있다. 당내에서는 경제·대외통상을 아우르는 정책 역량을 바탕으로 내년 지방선거와 향후 총선까지 중장기 전략 수립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이번 공천룰 수정과 지도부 보궐선거 일정 확정이 내년 지방선거 체제 정비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당원 주권 확대를 상징해온 1인1표제가 재부의 대상에서 빠지면서, 강경 개혁파와 조직 기반 세력 사이 조정 과정이 이어질 것이란 해석도 뒤따른다.
민주당 지도부는 조만간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수정된 공천 관련 당헌 개정안을 재상정할 계획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민주당의 공천룰 확정 과정과 최고위원 보궐선거 결과를 지켜보며 내년 지방선거 판도 변화를 가늠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