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바이오 미국시장 공략…MCRA와 규제전략 제휴
재생의료와 척추 임플란트 분야를 겨냥한 국내 바이오 기업의 미국 공략이 규제 전문기관과의 동맹을 통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생체재료 기반 의료기술을 보유한 시지바이오가 미국 현지 규제·임상 컨설팅 강자 MCRA와 손잡고 임상 설계, 허가 전략, 보험 코드 확보까지 아우르는 패키지 전략을 마련하면서, 고난도 규제가 걸림돌이던 글로벌 정형외과 시장 진입 구도가 달라질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국산 재생의료 기술의 북미 상용화 경쟁에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지바이오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제40회 북미척추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글로벌 규제·임상 전문기관 MCRA와 미국 및 주요 글로벌 시장 진입 가속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 체결 무대가 척추외과 분야 최대 학술행사 가운데 하나인 북미척추학회라는 점에서, 척추 임플란트와 골 대체재 등 정형외과 재생의료 제품군의 해외 상용화에 무게를 둔 행보로 해석된다.

이번 파트너십의 직접적인 수혜 대상은 시지바이오와 자회사 시지메드텍이 개발 중이거나 이미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정형외과 임플란트 및 생체재료 제품이다. 두 회사는 미국 상용화 전략을 독자적으로 수립해 오다, 미국 의료기기 인허가와 보험 코드 정책이 복잡해지면서 글로벌 전문기관과의 협업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MCRA는 미국 식품의약국 인허가 전략 수립, 임상시험 설계, 데이터 분석, 보험 코드 및 급여 등재 자문을 전문으로 하는 규제·임상 컨설팅 기관이다. 시지바이오와 MCRA는 미국 내 임상 설계, 허가 전략, 보험 코드 검토, 시장 진입 전략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통합 실행 전략을 공동으로 수립한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임상과 허가, 상환 전략을 동시에 고려하는 미국식 상용화 프로세스를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협력은 기존에 해외 전시회나 개별 파트너를 통해 영업망 확보에 집중하던 방식의 한계를 보완했다. 미국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제품 성능뿐 아니라 근거 중심의 임상 데이터와 명확한 경제성 입증이 필수다. 보험 코드 부여와 급여 인정 여부에 따라 같은 기술이라도 시장 점유율이 크게 갈리는 만큼, 규제·임상·보험 전략을 하나의 로드맵으로 통합 설계하는 것이 상용화 속도를 좌우하는 구조다.
MCRA는 근거 기반 전략에 따라 임상과 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전개해 시지바이오와 시지메드텍 제품의 미국 시장 진입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초기 탐색 임상에서 효능과 안전성 신호를 명확히 잡은 뒤, 이를 바탕으로 피벗 임상 설계와 허가 전략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보험 코드 신청 시 필요한 비용 효과 분석과 실제 진료 현장 적용성에 대한 자료도 병행 준비함으로써 허가 이후 매출 전환 시점을 앞당기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시장성 측면에서 미국 정형외과 및 척추 재건 시장은 고령화와 수술 건수 증가로 연평균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척추 융합술, 골절 고정, 관절 재건 등에 사용되는 생체재료와 임플란트는 수술 후 회복 기간과 재수술률을 줄이는 것이 핵심 가치로 평가된다. 시지바이오가 강점을 가진 재생의료용 생체재료가 미국에서 임상적 효익과 경제성을 입증할 경우, 척추 분야를 시작으로 정형외과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여지도 있다.
글로벌 비교에서 미국과 유럽은 이미 척추 임플란트, 골 대체재, 조직공학 기반 재생의료 제품에 대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다국적 의료기기 기업들은 대규모 임상 데이터와 오랜 시판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과 보험사에 강한 협상력을 갖고 있다. 국내 기업이 이들과 경쟁하려면 허가 취득을 넘어, 미국 보험제도 속에서 비용 대비 효과를 수치로 보여주는 전략이 필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MCRA와의 협업은 이러한 허들에 대한 경험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읽힌다.
규제 측면에서도 미국 의료기기 제도는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뿐 아니라 제조 공정, 품질 관리, 사후 모니터링 등의 요건을 엄격하게 요구한다. 제품 특성에 따라 510k, PMA 등 허가 경로가 달라지고, 혁신 의료기기 프로그램과 같은 별도 트랙을 활용할 수 있는지도 초기 전략에서 판단해야 한다. 시지바이오와 MCRA는 각 제품의 위험도와 임상적 차별성을 분석해 최적의 허가 경로를 선택하고, 추후 유럽 등 다른 규제권 진입에도 활용 가능한 데이터 패키지를 준비한다는 방향을 세웠다.
유현승 시지바이오 대표이사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규제 요건을 철저히 충족하면서도 상용화를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한 계기라고 평가하며, 검증된 근거와 운영 우수성을 기반으로 높은 수준의 글로벌 인증 제도를 갖춘 국가 진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켈리 케네디 MCRA 부사장은 MCRA의 규제·임상 전문성과 시지바이오의 개발 역량을 결합해 환자들이 첨단 생체재료와 의료기술에 더 빠르게 접근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전략적 제휴가 국내 재생의료 기업의 글로벌 상용화 모델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