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그대로 믿기 어렵다"…'불법 정치자금 혐의' 김봉현 1심 무죄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불법 정치자금 수사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다시 맞붙었다. 핵심 진술을 토대로 여권과 야권 인사들을 겨냥했던 수사가 법원 판단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며, 수사 신뢰 논란이 재부상하는 모양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서영우 판사는 1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전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국회의원 전 예비후보 김모씨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며 기소했지만, 법원은 공소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검찰이 제시한 핵심 증거가 대부분 진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서영우 판사는 "이 사건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직접 증거는 진술이 있는데, 김봉현의 진술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여러차례 변경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술 변경 동기나 경위 등을 종합하면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원은 물증 부족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진술 외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이에 더해 기동민, 이수진 등의 정치자금법 1심 판결에 무죄가 선고된 점을 종합해보면 진술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했다. 결국 김 전 회장이 자신의 진술을 바탕으로 제3자를 지목한 구조의 수사에 대해, 법원이 연속해서 신빙성을 부정한 셈이다.
김봉현 전 회장과 이강세 전 대표는 2016년을 전후해 기동민 전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당시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김모씨 등에게 합계 1억6천만원대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체적으로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 정치활동 자금 명목으로 현금과 기타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정작 자금 제공 대상자로 지목된 정치인들은 이미 1심에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9월 서울남부지법은 기동민 전 의원, 이수진 의원, 김영춘 전 장관, 김씨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 역시 김봉현 전 회장의 진술과 수첩 등 기록물에 대해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죄 인정에는 이르지 못한다고 밝혔다.
두 사건의 재판부가 공통으로 김봉현 전 회장의 진술 변천과 정황을 문제 삼으면서, 정치인 수사의 기초가 됐던 진술 구조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진술 중심 수사 관행과 피고인 진술에 과도하게 의존한 기소 관행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이 항소에 나설 경우 항소심 재판에서 증거 보강 여부와 김 전 회장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추가 검증이 이어질 전망이다. 법조계는 향후 판결 결과에 따라 정치자금 수사 전반의 신뢰도와 향후 유사 사건 처리 기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