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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 또 한 번 번호를 적었다”…제1202회 로또가 보여준 일확천금의 일상성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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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토요일 밤마다 편의점에서 로또 용지를 고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가끔 즐기는 ‘복권 놀이’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한 주를 마무리하는 작은 의식이 됐다. 사소한 행동 같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사정과 소소한 희망이 함께 들어 있다.

 

동행복권에 따르면 12월 13일 추첨한 제1202회 로또 6/45 당첨번호는 5, 12, 21, 33, 37, 40번이고 보너스 번호는 7번이다. 숫자 여섯 개를 모두 맞춘 1등 당첨자는 14명으로, 각자 19억 2,041만원의 당첨금을 얻었다. 세금을 제하고 손에 쥐는 금액은 12억 8,667만원이다. 같은 추첨을 지켜본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14명만 다른 아침을 맞게 된 셈이다.

제1202회 로또당첨번호 (출처:동행복권)
제1202회 로또당첨번호 (출처:동행복권)

1등 바로 아래인 2등 역시 적지 않다. 1등 번호 중 5개와 보너스 번호를 맞힌 2등은 109명으로, 각 4,110만원을 받는다. 세금 904만원을 제한 실수령액은 3,206만원이다. 번호 5개를 맞힌 3등은 3,764명으로 1인당 119만원을 챙긴다. 네 개를 맞힌 4등은 180,212명, 다섯 개 중 세 개만 맞춘 5등은 2,723,770명이다. 결국 이번 회차에서 당첨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은 300만명을 훌쩍 넘는다. 그만큼 많은 주말이 잠시 들떴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런 열기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제1202회차 로또 복권 총판매금액은 1,169억 5,423만 7,000원에 이르렀다. 2002년 1회차부터 1202회까지 누적 판매금액은 84조 9,621억 5,445만원, 이 가운데 42조 4,810억 7,722만원이 당첨금으로 지급됐다. 20여 년 동안 1등으로 인생의 방향을 크게 틀어 본 사람은 10,030명, 2등은 60,653명, 3등은 2,290,709명이다. 평균 1등 당첨금은 20억 1,754만원이고, 가장 많이 나온 회차에선 407억 2,295만원이 한 사람의 계좌로 들어갔다.

 

흥미로운 건 사람들의 마음이 특정 숫자에 모인다는 점이다. 1202회차까지 가장 많이 추첨된 번호는 12번과 34번으로 각 204회, 이어 27번과 33번이 203회, 13번이 201회 나왔다. “12, 34는 효자 번호”라는 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이유다. 보너스 번호로 등장한 7번도 지금까지 199회나 모습을 드러냈다. 반대로 최근 15회 동안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18, 23, 29, 39, 42, 43번은 ‘언젠가 터질 번호’라는 기대를 모은다. 확률적으로는 매 회차가 독립적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패턴을 찾아 마음의 편안을 얻으려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운 찾기를 단순한 도박심리로만 보지 않는다. 한 심리상담사는 “로또 구매의 본질은 돈보다는 가능성을 사는 경험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불안을 잠깐 내려놓고 싶을 때 사람들이 작은 종이 한 장에 마음을 얹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니까 토요일 밤 추첨 방송을 지켜보는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일주일 중 유일하게 ‘미래가 열려 있는 느낌’을 주는 순간이기도 하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번에도 2등만 스쳐 갔다고 믿고 싶다”, “5천원만 돼도 로또값 건졌다며 혼자 웃는다”는 솔직한 고백에서부터 “당첨 안 돼도 번호 고를 때가 제일 설렌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당첨 여부와 상관없이, 숫자를 고르고, 당첨 결과를 확인하는 그 짧은 과정이 일상의 긴장과 피로를 잠시 잊게 해 준다는 반응이다.

 

로또는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 오후 8시가 되면 판매를 멈추고 오후 8시 35분 MBC TV 생방송 행복드림 로또 6/45를 통해 추첨 과정을 공개한다. 당첨금은 지급 개시일로부터 1년 안에 찾아야 한다. 기한을 넘기면 행운은 온전한 국가 재원이 된다. 사람들은 동행복권 홈페이지에서 지난 당첨번호와 판매점을 다시 확인하며, 다음 주를 준비한다.

 

토요일 저녁 편의점 카운터 앞에서, 누군가는 남은 동전으로, 누군가는 한 달 예산에서 쥐어 짠 여유로 복권을 산다. 거창한 인생 역전을 꿈꾸지 않더라도 “이번 주엔 나도 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비슷하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로또를 사든 사지 않든, 누구나 한 번쯤은 숫자 여섯 개에 자신의 내일을 조용히 걸어 본 경험이 있을지 모른다. 결국 중요한 건, 그 기대를 어떻게 나답게 다루며 오늘을 살아갈 것인가일 것이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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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동행복권#행복드림로또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