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초응급 희귀질환 48시간 내 심사"…국민권익위원회, 복지부·심평원에 제도개선 권고

김다영 기자
입력

초응급 희귀 질환 치료제 사전승인을 둘러싸고 의료현장의 불만과 환자단체의 호소가 맞붙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심사 지연 구조를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도 개선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7일 희귀 질환 치료제 사전 승인 심사 기간을 대폭 줄이고, 신속 심사 체계를 마련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계 기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특히 발병 직후 짧은 시간 안에 약물을 투여해야 하는 초응급 희귀 질환을 별도로 지정해 관리하자고 제안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aHUS과 같은 초응급 희귀 질환은 발병 후 2∼3일 이내 치료제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건강보험 사전 승인 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통상 2주 이상이 걸려 사실상 제때 약을 쓰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고 설명했다. 환자 생명이 치료제 도입 시점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는 취지다.

 

이에 권익위는 생명이 위급한 초응급 희귀질환을 별도 유형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하고, 이 환자에 대한 약제 사전 승인 심사를 접수 후 48시간 이내에 처리하는 신속 경로, 이른바 패스트 트랙으로 운영할 것을 권고했다. 접수 시점을 기준으로 이틀 안에 결과를 통보해 현행 구조에서 발생하는 치료 공백을 최소화하자는 요구다.

 

또 초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곧바로 심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온라인 기반 상시 심사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제안했다. 근무 시간과 요일에 따른 심사 편차를 줄이고, 의료기관과 심사기관 간 정보 전달을 신속하게 처리하자는 취지다.

 

심사 과정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권익위는 질환별 전문가와 환자단체 대표 등이 포함된 희귀질환 약제 심사위원회 가칭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에 신설해 다각도 검토가 가능하도록 하자고 권고했다. 더불어 사전 승인 심사 신청 서류를 간소화해 병원과 환자 측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심사기관도 핵심 정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환자 접근성 강화를 위한 의료체계 개편 방향도 함께 제안됐다. 권익위는 단기적으로는 지역별 전문의료기관 지정을 확대해 환자가 거주지 인근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진단·치료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병원별 기능 및 역할 세분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질병관리청에 정책 제안했다. 중증 희귀질환을 담당할 상급종합병원과 지역 거점 병원의 역할을 보다 명확히 나누자는 제언으로 해석된다.

 

정치권과 의료계에서는 초응급 희귀질환의 특성상 신속 심사 체계 구축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건강보험 재정 관리와 약제 안전성 검증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과제로 꼽힌다.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나설 경우 제약업계와 환자단체, 의료기관의 이해가 복합적으로 얽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정부는 희귀 질환 관리 체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현장 요구를 꾸준히 받아온 만큼, 권익위 권고 내용을 토대로 관계 부처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역시 관련 법·제도 정비 필요성이 제기될 경우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김다영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국민권익위원회#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