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1% 넘게 밀린 날 상한가 직행 금호건설우, 아시아나 합병 훈풍에 품절주 랠리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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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가 1.27퍼센트 하락하며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12월 15일, 금호건설우 주가가 장중 상한가까지 치솟는 이례적인 흐름을 연출했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합병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소식과 상장 주식 수가 적은 품절주 특성이 맞물리며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그룹사 리스크 해소 기대와 2025년 실적 턴어라운드 전망이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하며, 단기 과열에 따른 급등락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 44분 기준 금호건설우는 전 거래일보다 29.76퍼센트, 5,240원 오른 22,850원에 거래되며 가격제한폭(상한가)에 안착했다. 지난 12월 5일 이후 가파른 상승 흐름을 이어온 가운데, 11일 기록한 19,950원 고점을 단숨에 돌파하며 신고가 랠리를 재시동한 셈이다. 단기 이동평균선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전형적인 급등주 패턴을 보이는 가운데, 이날 거래량은 전일 대비 급증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금호건설우[002995]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금호건설우[002995]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주가 급등의 직접적인 촉매는 4년째 이어져 온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기업결합 심사가 미국과 유럽연합 경쟁당국 승인 단계에 근접했다는 기대다. 금호건설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로, 합병이 완료될 경우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그룹 차원의 유동성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선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제주공공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 등에서 수처리 분야 독자 기술력을 입증하며 건설 본업 경쟁력이 부각된 점도 투자심리를 지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 경기 둔화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선택적 수주 역량이 부각되면서 재무 개선 기대가 키워드로 떠오른 것이다.

 

수급 구조를 보면 전형적인 품절주 효과가 확인된다. 금호건설우 상장 주식 수는 29만 2,266주에 그쳐 유통 물량이 극히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대금만으로도 주가가 상한가에 도달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최근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매는 거의 없는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이는 대형 자금의 관심 부족보다는 유동성 한계로 인해 기관이 적극적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 구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상승세는 개인 투자자 간 손바뀜에 의해 주도되고 있어, 매물 공백 구간에서 가격이 과하게 출렁일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제기된다.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금호건설은 기본 체력이 결코 크지 않은 중소형주다. 금호건설 보통주의 시가총액은 약 1,522억 원으로, 현대건설 7조 9,508억 원, 삼성E&A 4조 9,588억 원과 비교해 규모 차이가 크다. 외국인 보유 비중 역시 현대건설 20.41퍼센트, 삼성E&A 48.23퍼센트와 달리 2.22퍼센트 수준에 머물러 수급의 질적 차이가 뚜렷하다. 특히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이 없고, 거래량이 얇은 종목이 많아 펀더멘털보다는 수급에 의해 가격이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 시장에서는 금호건설우의 최근 급등을 동종 업계 밸류에이션과 직접 비교하기보다는 유동성 흐름과 단기 수급 변수를 중심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 측면에서는 중장기 기대 요인이 분명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금호건설은 2024년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1,818억 원으로 추산되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2025년에는 486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돼 뚜렷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현재 추정치 기준 2024년에는 적자 탓에 주가수익비율 산출이 어렵지만, 2025년 예상 PER은 약 6.63배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실적이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되면서 보통주를 중심으로 중장기 주가 하방을 지지할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다만 최근 주가 흐름이 뉴스에 과도하게 연동되는 이른바 뉴스 드리븐 장세에 가깝다는 점은 경계 요소다.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금호그룹 전반의 재무 리스크를 줄여줄 호재로 평가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최종 승인 발표 시점을 되레 재료 소멸 구간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합병 완료 공시와 함께 차익 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향후 미국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 등 대외 모멘텀도 거론되지만, 실제 수주와 실적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실화 속도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 건설 경기 전반이 둔화된 환경 속에서 내년도 실적 개선 기대가 유효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뉴스 흐름에 따라 급등락이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향후 주가 흐름을 둘러싼 전략 측면에서는 단기 과열을 염두에 둔 보수적 접근이 요구된다. 시장에서는 2만 원 안팎 가격대를 단기 분수령으로 본다. 이 수준을 지지하며 거래량이 뒷받침된다면 추가 오버슈팅도 가능하겠지만, 해당 가격대를 의미 있게 하회할 경우 유동성 부족에 따른 급락성 조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룹 리스크 해소와 2025년 실적 턴어라운드가 실제 실적으로 확인되는 시점에 보통주를 중심으로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다. 단기 급등 구간에서 추격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향후 조정 흐름을 활용해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전략이 위험 관리를 위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초소형 우선주 특유의 구조적 리스크도 상시 점검 대상이다. 상장 주식 수가 30만 주 미만인 종목은 유통 주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적은 물량으로도 시세가 크게 움직일 소지가 크다. 별다른 실적 개선이나 신규 수주 호재 없이 수급만으로 상한가를 기록한 경우, 가격 신호가 실제 기업 가치보다 과장됐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슈가 공식적으로 마무리되면 시장이 이를 재료 소멸 구간으로 인식할 수 있어, 이후 출렁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경고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향후 국내외 규제당국 결정과 건설 업황, 실적 개선 속도가 주가 향방을 좌우할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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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건설우#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