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검찰, 전신오염 아내 방치한 육군 부사관 살인혐의 기소
아내를 장기간 방치해 숨지게 한 육군 부사관 사건을 두고 군검찰이 살인 혐의를 적용하면서 군 사법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수사 초기 유기치사 혐의에 무게가 실리던 사건이 검찰 단계에서 살인으로 격상되자, 군 내부에서도 엄중한 책임 추궁 기조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육군에 따르면 육군 수사단은 육군 부사관 A씨를 중유기치사 혐의로 군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군검찰은 전날 A씨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주의적 공소사실을 살인으로,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기치사로 각각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군검찰은 부양 의무를 진 배우자가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장기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가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 있는지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검찰 관계자는 부작위, 즉 마땅히 해야 할 조치를 하지 않아도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와 법리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서 시작됐다. 이날 119에 "아내의 의식이 혼미하다"는 취지의 신고가 접수됐고, 구급대가 현장에 출동했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A씨의 아내는 전신이 오물에 오염된 상태였고, 하지 부위에서는 감염과 욕창으로 인한 피부 괴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아내는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의료진은 심각한 욕창과 위생 상태 등을 근거로 방임 의심 정황을 신고했고, 경찰과 군 수사기관이 동시에 사실관계 파악에 착수했다. A씨는 병원에서 방임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직후 긴급체포됐다.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은 참혹했다. A씨 아내는 지난 8월부터 공황장애와 우울증 증상이 악화되며 거동이 불편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온몸에 욕창이 생기고 상태가 악화됐는데도 약 3개월 동안 병원 치료나 적절한 보호 조치를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육군 수사단은 A씨가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아 아내를 숨지게 했다고 보고 중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군검찰로 넘겼다. 그러나 군검찰은 방임 기간과 피해자의 건강 상태, 사망 경위 등을 종합해 살인에 준하는 고의성이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군검찰의 판단을 두고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고의 살인으로 보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치료를 거부하거나 방치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어서다. 반면 인지능력, 경제적 여건, 심리 상태 등 A씨 측 사정을 둘러싼 공방도 예상된다.
군 내 인권 보호와 관련한 제도적 허점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가족을 돌봐야 하는 현역 군인의 생활 여건,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지원 체계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따라붙고 있다. 특히 장기 방임 의심 사례가 외부 신고에 의존해 뒤늦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군과 지방자치단체, 복지기관 간 정보 공유 체계 개선 요구도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군사법원은 향후 공판 절차에서 혐의 인정 범위와 형량을 둘러싼 양측 주장을 심리하게 된다. 군검찰은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변호인 측은 당시 상황과 심리 상태 등을 근거로 유기치사 혐의 수준으로 다퉈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과 인권단체도 재판 경과를 주시하고 있어, 군 사법체계와 인권 보호 대책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