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GDP 4.3% 깜짝 성장에도 금값 급등”…미국, 경기 탄탄하지만 금리 경로는 안갯속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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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3일, 미국(USA)에서 발표된 3분기 국내총생산(GDP) 확정치가 연율 4.3% 성장으로 집계되면서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돌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에 공개된 이 수치는 미국 경제의 견조한 체력을 재확인시켰지만, 투자자들은 위험자산 추가 매수 대신 금과 은 등 안전자산으로 시선을 돌리며 복합적인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결과는 경기 침체 우려를 누그러뜨리면서도 미국 금리 인하 경로에 대해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23일 오전,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3분기 미국 GDP 성장률이 4.3%로 발표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초 시장은 소비 둔화와 고금리 부담을 이유로 성장세가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수치는 이를 넘어서는 ‘서프라이즈’에 가까웠다. 소비와 투자 모두 예상보다 견고하게 유지된 것으로 풀이되며, 미국 경제가 고금리 환경 속에서도 버틸 만한 체력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주가지수 선물은 발표 직후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강한 성장 지표를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해석하며, 최근 이어진 주가 상승분에 대한 차익 실현에 나선 모습이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미국 금리 고점 유지 기간이 길어질 경우 신흥국 통화와 자본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시선은 안전자산으로 급격히 쏠렸다.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45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 수준의 랠리를 이어가고 있고, 은 가격 역시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의 단기 체력에 안도하면서도, 고금리 장기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동시에 의식하는 모습이다. 금 가격 급등은 달러 강세와 미 국채 수익률 흐름,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와 맞물려 글로벌 자산 재배치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은 과거에도 경기 확장 국면에서 인플레이션과 금융 불균형 우려가 커질 때마다 통화정책과 자산시장의 미묘한 엇박자를 경험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규모 재정지출과 초저금리 정책으로 급팽창했던 유동성이 빠르게 회수되는 과정에서, 성장과 물가, 자산 가격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번 3분기 강한 성장 지표 역시 연준이 어느 시점에서, 어떤 속도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지에 대한 논쟁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럽(EU)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자국 통화 약세와 자본 유출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독자적인 금리 전략을 조정해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각국 재무·통화 당국은 물가 안정과 성장 둔화 사이에서 정책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매체들은 미국의 3분기 성장률과 금·은 가격 급등 현상을 엇갈린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와 경제 전문 매체들은 “경기 침체를 당장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시장이 금리 인하 기대를 앞당겨왔던 흐름에는 제동이 걸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금리 인하 지연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금과 은이 인플레이션 헤지이자 금융 불안 대비 수단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견조한 성장세가 당장은 글로벌 경기 경착륙 우려를 덜어줄 수 있다고 보면서도, 고금리 환경이 길어질 경우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에 늦은 시차를 두고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을 경고한다. 또한 금과 은 가격 급등은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를 넘어, 세계 투자자들이 중장기적으로 물가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로 본다.  

 

향후 시장의 관심은 미국 4분기 경제 지표와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 결과에 집중될 전망이다. 성장률과 물가 흐름이 어떤 궤적을 그리느냐에 따라 금리 인하 시점은 물론, 글로벌 자금 흐름과 신흥국 금융시장 안정성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미국 성장 서프라이즈와 안전자산 랠리가 향후 세계 경제와 금융 질서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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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미연준#금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