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식품도 과학적 안전관리"...식약처, 황남빵 생산현장 점검 강화
전통 식품의 안전관리가 과학적 기준을 중심으로 다시 조명되고 있다. APEC 정상회의 공식 선물로 제공되며 세계인의 관심을 받은 경주 특산물 황남빵에 대해 규제당국이 직접 제조현장을 찾아 위생과 품질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지역 기반 전통 식품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식품안전 규제와 현장 관리 고도화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용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12일 경주 지역 대표 특산물인 황남빵의 안전관리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빵류 제조업체 황남빵 생산현장을 방문했다. 지난달 APEC 2025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황남빵이 선물로 제공되면서 해외에서도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점을 고려해, 제조 공정 전반의 위생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업계 의견을 듣는 현장 행보에 나선 것이다.

식약처 점검의 핵심은 원재료에서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 안전관리 체계다. 원재료 검사와 보관 기준 준수 여부, 작업장 내 교차오염 방지를 위한 위생관리 체계, 포장 완료 후 완제품의 보관 및 유통 과정에서 온도와 환경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는지 등이 중점적으로 확인됐다. 특히 팥소를 비롯한 원부재료는 수분과 영양성분이 풍부해 미생물이 증식하기 쉬운 만큼, 온도와 시간 관리, 살균 공정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엄격히 적용되는지가 핵심 점검 포인트가 됐다.
김 차장은 황남빵이 오랜 기간 전통의 맛과 품질을 유지해온 지역 특산 식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글로벌 선물용 식품으로 위상이 높아진 만큼 과학적 안전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팥소 등 원부재료 입고 단계부터 가열과 살균, 성형과 포장, 보관과 유통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미생물 제어를 위한 관리 기준을 더욱 꼼꼼히 적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전통 제조법을 유지하면서도 식품위생법과 식품안전관리기준에 부합하는 공정 설계를 통해 식중독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제조업체 측도 수요 확대 속에서 품질과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상은 황남빵 대표는 국제행사 기념품 선정 이후 주문과 관심이 크게 늘어난 상황을 언급하며, 생산량 조정 과정에서도 위생과 안전 기준을 후순위로 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방문객 증가와 온라인 주문 확대 등 유통 채널이 다변화되는 만큼, 보관과 배송 과정에서의 온도 관리 강화, 유통기한 설정 재점검 등 추가적인 품질관리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은 지역 특산 전통식품이 글로벌 행사와 연계되며 급격히 수요가 늘어날 때, 생산능력 확대와 동시에 안전관리 수준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규제당국과 업계 모두에게 공통 과제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규모 공장형 식품기업과 달리 중견·중소 전통식품 업체들은 자동화 설비와 디지털 품질관리 시스템 도입 여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인력 중심의 위생관리 체계를 과학적 기준과 어떻게 접목할지에 대한 지원 필요성도 제기된다.
식약처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황남빵과 같은 지역 특산물과 전통 식품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신뢰받을 수 있는 안전관리 체계를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와의 소통을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공정 개선과 위생관리 고도화에 필요한 제도적 지원과 교육·컨설팅을 확대하는 방향도 검토 중이다.
규제당국과 업계가 함께 전통 식품의 품질과 안전 수준을 끌어올릴 경우, 향후 APEC 같은 국제행사는 물론 수출 시장 개척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계에서는 지역 특산 전통식품이 글로벌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맛과 스토리뿐 아니라 과학적 위생관리 체계를 갖추는 작업이 필수 단계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