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국산 車 관세 15%로 낮췄다”…미국, GM·현대차 비용 경감에 수익성 개선 기대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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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4일, 미국(USA)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해 온 관세율을 25%에서 15%로 공식 인하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도입된 고율 관세 정책을 일부 되돌리는 내용으로, 한국에 생산 거점을 둔 제너럴모터스(GM)와 현대차그룹의 비용 구조와 미국 시장 전략에 직접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관세 조정은 한·미 무역협상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로 발표됐다. 경제 매체 CNBC는 3일(현지시각) 보도에서 관세 인하가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한국 공장을 운영하는 GM에도 상당한 수혜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부과해 온 25%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를 상징하는 조치로, 한국산 자동차 수출 기업의 부담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미국, 한국산 자동차 관세 15%로 인하…GM·현대차 비용 부담 완화
미국, 한국산 자동차 관세 15%로 인하…GM·현대차 비용 부담 완화

GM 측은 관세 인하 효과를 구체적인 비용 감소로 제시했다. 폴 제이컵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유럽계 금융사 UBS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25% 관세 적용 당시 한국산 차량에 대한 연간 관세 비용을 20억달러(약 2조9천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다면서도, 관세율이 15%로 낮아지면서 “상당 부분이 상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관세 관련 비용이 10억달러(약 1조4천700억원)에 근접하거나 그 이하까지 줄어들 수 있다며 “우리는 이것이 내년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관세 조정의 직접적인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CNBC는 현대차가 25% 관세 부과로 올해 3분기에만 1조8천억원 규모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해 왔다고 전하면서, 관세율이 15%로 내려가면서 비용 부담 완화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은 C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5%로 낮춘 것은 중요한 이정표”라면서도 관세 수준 자체는 여전히 부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합의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긴 과정”을 거쳤다고 언급하며, 관세 인하가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시장 가격 구조와 기업의 중장기 전략에 의미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세 조정의 파급력은 한국 내 생산 구조와 수출 의존도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부평을 포함한 한국 GM 사업장은 생산 차량 대부분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으며, 쉐보레와 뷰익 브랜드의 보급형 크로스오버 차량이 미국 시장에서 높은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GM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판매한 4만3천799대 중 4만2천826대가 수출 물량으로, 비중은 97.8%에 달했다. 한국 내 생산 물량 거의 전부가 해외, 특히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구조가 확인된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한국에서 생산된 GM 차량의 미국 판매량은 2019년 17만3천여대에서 지난해 40만7천여대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미국 판매 예측치는 42만2천여대로 제시됐으며, 같은 해 미국에서 판매된 전체 차량 약 1천370만대 가운데 한국산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8.6%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국산 차량이 이미 미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한 상황에서 관세 인하는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 개선에 직결되는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 고율 관세 정책 이후 한국산 차량에 부과된 부담을 부분적으로 완화하면서, 한·미 자동차 무역 구조에도 변화를 예고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율이 여전히 두 자릿수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완전한 자유무역 환경과는 거리가 있지만, GM과 현대차그룹의 재무 부담이 줄어들면서 미 시장 내 투자 여력과 신차 전략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CNBC 등 주요 매체들은 관세 인하를 계기로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내 공급이 보다 안정적인 가격대에 이뤄질 수 있다고 전하면서, 환율 변동과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압박받던 양사의 마진 구조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미국 내 정치 환경과 향후 행정부 교체 여부에 따라 관세 정책이 다시 변동할 가능성도 제기하며, 무역 규범의 예측 가능성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가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도 선택적 완화가 이뤄지는 사례로 보면서, 향후 전기차 보조금 정책, 배터리 공급망 규제 등 다른 통상 현안에도 연쇄적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미 양국이 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싼 협력을 확대해 온 만큼, 이번 조치가 향후 무역 협상의 기준점이 될지 주목된다. 국제사회는 이번 발표가 실제 투자와 가격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 그리고 미국 자동차 시장 경쟁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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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gm#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