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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L14-1BB 이중항체로 내성 공략"…에이비엘, 투여전략 전환 속도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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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 내성을 정면으로 겨냥한 이중항체 기술이 글로벌 학회 무대에서 검증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 중인 PD L1 및 4 1BB 표적 이중항체 ABL503이 투여 간격을 대폭 늘린 신규 용량 전략으로도 항암 효능을 유지하면서 안전성까지 개선됐다는 초기 데이터를 확보해, 면역항암제 개발 판도에 변수를 던질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 물질이 상용화 단계로 진입할 경우 PD 1 계열 치료제 중심이던 시장 구도를 뒤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12월 10일부터 12일까지 현지 시간 기준 열리는 유럽종양학회 면역종양학 학술대회 ESMO IO 2025에서 ABL503의 임상 1상에서 진행 중인 새로운 용량용법에 대한 중간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되는 데이터는 정맥주사 투여 간격을 기존 2주에서 6주로 늘린 단독요법 코호트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 분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ABL503은 에이비엘바이오와 노바브릿지 바이오사이언스가 공동 개발 중인 PD L1 4 1BB 이중항체다. PD L1은 종양이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하는 데 관여하는 대표적 면역관문 단백질이고, 4 1BB는 T세포 활성과 기억 형성을 촉진하는 공동자극 수용체다. 두 표적을 하나의 항체 분자로 동시에 공략함으로써 종양 주변 환경에서 면역반응을 선택적으로 증폭시키면서도 전신 독성은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PD 1 계열 면역항암제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내성과 낮은 반응률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ABL503은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고형암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용량 상승과 용법 탐색을 포함하는 초기 단계 시험으로, 안전성 최대내약용량 약동학 약력학 및 항종양 활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설계다. 지난해 미국임상종양학회 ASCO에서 에이비엘바이오는 2주 간격 단독요법 코호트의 초기 데이터를 공개했고, 여기서 1건의 완전관해와 6건의 부분관해가 보고되면서 기전 기반 효능 신호를 입증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ASCO 발표 이후 독성 관리와 환자 편의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 투여 스케줄 최적화에 착수했다. 회사는 동일한 유효 용량을 유지하면서 주기를 6주로 연장하는 전략을 새롭게 설계했고, 이번 ESMO IO에서 공개될 포스터는 이 6주 간격 단독요법 코호트의 안전성 유효성 약동학 약력학 결과를 집약해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장기 반감기 기반 항체 설계와 4 1BB 타깃의 활성 조절 메커니즘을 고려하면, 투여 간격 확대가 혈중 노출과 종양 내 면역세포 활성 패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해석이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중항체 기반 면역항암제는 단일 표적 항체 대비 종양 미세환경에서 복합적인 신호를 동시에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T세포를 과도하게 활성화했을 때 간독성 등 면역 관련 이상반응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용량과 투여 주기 설정이 핵심 설계 변수로 꼽힌다. 특히 이번 기술은 4 1BB 자극의 효율을 높이면서도 오프 타깃 장기에서의 비특이적 활성화를 최소화하는 구조로 설계된 만큼, 6주 간격이라는 비교적 긴 인터벌에서도 항암 활성이 유지될 경우 약물 설계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시장 측면에서는 ABL503의 투여 전략 전환이 면역항암제 사용 패턴 변화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투여 간격이 2주에서 6주로 늘어나면 병원 방문 횟수가 줄어 환자 부담이 완화될 뿐 아니라,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투약 스케줄 관리 및 인력 운영 효율화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속 임상에서 생존 연장과 내성 극복 등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지표가 확인될 경우, PD 1 PD L1 저반응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PD 1 병용요법 및 차세대 면역관문 이중항체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4 1BB 타깃 항체와 PD 1 PD L1 계열 치료제를 다양한 조합으로 투여하는 임상이 진행 중이며, 일부 후보물질은 초기 단계에서 간독성 관리 실패로 개발이 중단되는 사례도 있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ABL503은 한 분자 안에 PD L1과 4 1BB 기능을 통합해 종양 부위에서 4 1BB 신호를 더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개념으로, 기존 개별 항체 병용 전략 대비 안전성 프로파일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 측면에서는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역시 기존 항암제와 동일하게 안전성 유효성 입증을 위한 단계적 임상과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몇 년간 이중항체와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의약품 심사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면역 관련 이상반응 관리 계획과 장기 추적조사 설계 등을 허가 심사에서 중점적으로 점검하는 추세다. ABL503이 추후 글로벌 다국가 임상과 허가 전략을 본격화할 경우, 병용요법으로 확장되는 개발 경로에 맞춰 각국 규제기관과의 조기 협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이비엘바이오 이상훈 대표는 ABL503의 유효 용량인 체중당 3밀리그램 투여 주기를 2주에서 6주 간격으로 연장한 결과 우수한 항암 효능은 유지하면서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ABL503의 후속 임상 전략을 병용요법으로의 확장이라고 못박으며, 기존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을 통해 고형암 환자군 전반에서 항암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ABL503의 병용 임상 결과가 면역항암 이중항체 기술의 상용화 시점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ABL503이 실제 후속 임상과 허가 과정을 거쳐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투여 전략 전환이 면역항암제 치료 패러다임 재편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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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엘바이오#abl503#esmoio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