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가 52주 신고가 터치…HL홀딩스, 자사주 소각·대형 수주에 지주사 밸류 재평가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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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홀딩스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터치하며 지주사 저평가 해소 기대가 커지고 있다. 4일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장중 기준 HL홀딩스 주가는 5만2,500원으로 전일 대비 9.60퍼센트 상승했다. 자사주 소각을 앞세운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자회사들의 대형 수주가 맞물리면서 지주사 밸류에이션 재평가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 달 동안 HL홀딩스 주가는 기존 박스권을 벗어나 강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장중 고가는 5만3,800원으로, 52주 신고가와 같은 수준에 도달하며 기술적 저항선을 시험했다. 최근 6개월간 이어진 기간 조정 이후 단기 이동평균선이 정배열로 전환되며 상승 추세 복귀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분석] 주주환원 본격화… HL홀딩스 지주사 밸류 재평가 흐름
[분석] 주주환원 본격화… HL홀딩스 지주사 밸류 재평가 흐름

상승장을 이끄는 직접적인 촉매는 주주가치 제고 조치다. HL홀딩스는 약 73억 원 규모의 자사주 19만여 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상장주식수 약 921만 주 가운데 유통 물량이 줄면 주당순이익과 주당순자산이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추가 매입 및 소각 가능성도 거론하며, 경영진의 주주환원 의지가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수급 측면에선 기관 매수세가 뚜렷하다. 최근 1주일간 기관 투자자는 11월 28일 4만여 주, 12월 1일 2만7,000여 주를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외국인은 매수와 매도를 오가는 혼조 양상을 보였지만, 거래량이 전일 대비 크게 늘며 손바뀜이 활발하다. 증권업계에서는 기관의 순매수가 이어질 경우 주가 상단을 높이는 추가 상승 탄력이 확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HL홀딩스는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476위에 위치한 중형주로, 시가총액은 4,800억 원대 수준이다. 동일 업종 내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 대형주 대비 규모는 작지만, 주가순자산비율 PBR 0.3배로 업계 최저 수준의 저평가 상태라는 점이 부각된다. 외국인 지분율은 12.66퍼센트로 현대모비스 45.74퍼센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36.63퍼센트와 비교해 낮아 향후 수급 여지가 남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재무 지표 역시 방어력을 뒷받침한다. HL홀딩스의 PBR은 0.3배, 배당수익률은 3.81퍼센트로 저평가 고배당주의 전형적인 특성을 나타낸다. 부채비율은 122퍼센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고, 유보율은 1,800퍼센트를 웃돌아 재무 건전성이 양호한 편이다. 증권가는 HL홀딩스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5만4,500원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어 현재 주가는 목표가에 근접해가는 구간으로 평가된다.

 

실적 모멘텀은 자회사에서 나온다. 건설 자회사 HL D&I 한라는 최근 한무쇼핑과 4,119억 원 규모의 더현대부산 신축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의 26퍼센트에 해당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향후 수년간 안정적인 현금 흐름 창출이 기대된다. 국군재정관리단 관련 공사 등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수주도 이어지면서 건설 부문 실적 불확실성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

 

핵심 자회사 HL만도의 성장 스토리도 HL홀딩스 밸류업에 힘을 싣고 있다. 북미 전기차 시장 확장과 현대차그룹 미국 메타플랜트 가동률 상승은 HL만도의 부품 공급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HL홀딩스는 HL만도의 지주사로서 전기차와 자율주행 확산에 따른 지분법 이익 증가와 브랜드 로열티 확대의 간접 수혜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자본 조달과 사업 구조조정 전략도 긍정적 변수로 꼽힌다. HL홀딩스는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10배가 넘는 자금을 모으며 1,300억 원 규모 조달에 성공, 단기 유동성 우려를 덜었다. 동시에 수익성이 낮은 저온 물류창고 사업권 매각을 추진하고 알짜 자산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성수동 신사옥 매입과 계열사 통합 이전 이슈도 그룹 차원의 경영 효율성 제고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HL홀딩스를 자동차 부품과 지주사 밸류업 테마의 교차점에 위치한 종목으로 본다. 정부의 지주사 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저PBR 지주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HL홀딩스가 자사주 소각이라는 구체적인 주주환원 조치를 내놓자 주가가 강하게 반응한 구조다. 여기에 자동차 부품 섹터가 전기차 성장 둔화 우려를 딛고 반등하는 흐름이 겹치며 자회사 실적과 지주사 저평가 매력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다만 수익성 측면의 과제도 남아 있다. HL홀딩스의 자기자본이익률 ROE는 1퍼센트대에 머물러 있다. 현대모비스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8∼9퍼센트대 ROE를 기록하는 것과 대조적인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극단적인 저PBR과 3퍼센트 후반대 배당수익률이 주가 하방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중장기 주가 재평가를 위해서는 ROE 개선이 뚜렷하게 확인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향후 주가 흐름을 두고는 기술적 저항 돌파 여부가 관건으로 거론된다. 단기적으로는 전고점이자 52주 신고가인 5만3,800원 안착 여부가 중요하다. 최근 급등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는 가운데 기관 매수세가 이를 소화하며 해당 가격대를 지지선으로 만들 경우, 역사적 밸류에이션 상단으로 레벨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적 시각에서 5만 원대를 1차 지지선으로 보고,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PBR 0.4배 수준인 6만 원대까지 추가 상승 여력도 거론된다.

 

투자 리스크도 적지 않다. 단기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데다 건설 경기 둔화 우려가 여전히 상존한다. HL D&I 한라의 수주가 늘었지만 국내 건설업 전반의 업황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수익성 변동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주주대표소송 등 법적 리스크가 잔존하는 점도 돌발 변수로 지목된다.

 

향후 HL홀딩스 주가와 밸류에이션 흐름은 추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 HL만도의 북미 실적 가시화, 건설 자회사의 수익성 유지 여부 등에 좌우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지주사 밸류업 정책 후속 조치와 글로벌 전기차 수요 흐름이 지배구조주와 자동차 부품주의 투자 매력을 재평가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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