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반도체 7.5퍼센트 급증에 생산 반등…소비 21개월 만에 최악 감소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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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황이 되살아나면서 11월 전산업 생산이 한 달 만에 반등했다. 다만 내수 소비는 2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어 IT 중심의 생산 회복과 실물 경기 체감 사이의 괴리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반도체를 축으로 한 제조업 회복세가 실제 경기 저점을 끌어올릴지, 혹은 내수 부진이 회복 흐름을 다시 꺾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0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9퍼센트 증가해 10월 마이너스 2.7퍼센트 급락 이후 한 달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6월 1.6퍼센트, 7월 0.4퍼센트, 8월 마이너스 0.3퍼센트, 9월 1.3퍼센트, 10월 마이너스 2.7퍼센트로 요동치던 흐름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다시 회복 국면을 시도하는 양상이다.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0.6퍼센트 늘었다. 자동차 부문 생산이 3.6퍼센트 줄어든 가운데 반도체가 7.5퍼센트, 전자부품이 5.0퍼센트 증가해 전체 수치를 끌어올렸다. 고부가가치 IT 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 구조상, 반도체 생산 회복은 수출과 설비투자, 관련 장비 수요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의 출발점으로 해석된다.

 

서비스업 생산도 0.7퍼센트 증가했다. 도소매가 1.6퍼센트 줄어든 반면 금융·보험이 2.2퍼센트, 협회·수리·개인 서비스가 11.1퍼센트 늘어 전체 증가를 견인했다. 금융·보험 부문의 확대는 자산시장의 변동성, 이자 수익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으며, 디지털 채널 기반 금융 서비스 이용 증가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반면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3.3퍼센트 감소해 2024년 2월 마이너스 3.5퍼센트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줄었다. 비내구재 판매가 4.3퍼센트, 의복 등 준내구재가 3.6퍼센트, 통신기기와 컴퓨터 등 내구재가 0.6퍼센트 감소했다. IT 기기와 컴퓨터 등 내구재 판매 둔화는 고금리와 환율 변동에 따른 교체 수요 위축, 해외 직구와 수입 소비재 가격 부담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읽힌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통계심의관은 11월 지표를 두고 반도체 등 IT 업황 구조 개선과 소매판매가 10월 기저효과 영향 속에서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매판매 감소 전환과 관련해 10월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와 소비 시점 이동을 주요 요인으로 꼽으면서도, 환율 변화가 수입 소비재와 직구 관련 지출에 미치는 영향은 수치로 명확히 제시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연간 흐름으로 보면 소비 부진이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심의관은 소매판매 지수가 절대 수준에서 크게 높지는 않지만 최근 2~3년간 이어졌던 하락 국면에서는 벗어나 적어도 반등에는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2025년 연간 기준으로는 소매판매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내놨다. 다만 실제로는 실질 임금, 고용, 가계부채 부담 등 기초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병존한다.

 

투자는 뚜렷한 회복 신호를 보였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5퍼센트 증가했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가 6.5퍼센트 줄었지만, 일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5.0퍼센트 늘어난 효과가 컸다. 반도체와 전자부품 중심의 공정 고도화,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장비·공정 투자 확대가 기계류 수요를 밀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건설기성은 전월 대비 6.6퍼센트 증가했다. 토목 공사 실적은 1.1퍼센트 줄었으나 건축 부문 실적이 9.6퍼센트 늘어 전체를 견인했다. 민간 건축 프로젝트와 일부 공공 개발 사업이 맞물리면서 단기적으로는 건설 부문이 성장 기여도를 높이고 있지만, 고금리 환경과 분양 시장 조정 흐름을 감안하면 지속성에는 변수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는 혼조를 나타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반영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반대로 향후 경기 흐름을 가리키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3포인트 상승했다. 통상 선행지수 상승은 6개월에서 1년 뒤 실물 경기 개선 가능성을 뜻하지만, 동행지수 하락과 함께 나타나면서 경기 저점 통과 여부를 둘러싼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이 심의관은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 하락에는 내수 출하지수가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2025년 1월을 잠정적인 저점 후보로 보고 있는 만큼 이후 지표가 상승 흐름으로 이어질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건설과 내수 출하지수 부진이 경기 반등 시점을 늦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IT와 반도체 업계에서는 11월 수치가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 회복이 국내 실물 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한 초기 국면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 메모리와 AI 연산용 칩 수요 확대가 생산과 설비투자 지표 개선으로 연결되고 있어서다. 다만 소비와 내수가 동반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제조업 중심 경기 회복이 수출 의존 구조를 한층 강화하고, 대외 리스크에 대한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과 대만, 일본 등이 반도체 공급망과 첨단 공정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면서 차세대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한국 역시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투자를 병행하고 있지만, 고금리와 내수 부진 속에서 투자 여력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장비·소재 내재화, 전력·용수 인프라, 고급 인력 확보 같은 요소가 향후 생산지표의 안정성과 직결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11월 산업활동동향을 두고 반도체 회복이 경기 저점 통과 신호로 이어질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내수와 건설, 서비스업의 동반 회복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회복 국면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산업계는 이번 반등이 일시적 기술적 반등에 그칠지, 아니면 IT와 반도체를 축으로 한 구조적 회복의 출발점이 될지, 앞으로 몇 분기 동안의 지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투자, 내수와 수출의 균형이 한국 경제의 다음 성장 경로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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