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내선 노선 전반 적자”…日 ANA·JAL, 설비·인력 공동 운용으로 수익 악화 대응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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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1일, 일본(Japan) 항공업계를 대표하는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이 혼슈 서부 오카야마 공항에서 설비와 인력을 함께 쓰는 협업 체계를 본격 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선 수익 악화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조치로, 일본 국내 항공 시장과 정부 규제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ANA와 JAL은 오카야마 공항에서 항공기 견인차와 급수차 등 지상 조업 장비를 공동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현지시각 기준 이달 중에는 항공기 도착 후 승객을 수하물 수취대로 안내하는 업무 등 지상 서비스 부문까지 통합해, 인력과 설비를 묶는 형태의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日 ANA·JAL, 국내선 수익 악화에 설비·인력 공동 운용…10개 공항 협업 확대
日 ANA·JAL, 국내선 수익 악화에 설비·인력 공동 운용…10개 공항 협업 확대

양사는 오카야마를 첫 사례로 삼아 내년 이후 일본 내 10개 공항으로 이러한 공동 운용 방식을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 조업과 서비스의 통합을 통해 인건비와 장비 유지 비용을 낮추는 것이 핵심 목표로 거론된다.

 

ANA와 JAL은 이미 일본 전역 75개 공항에서 수하물 검사 장비와 탑승구 입장 시스템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일부 공항에서는 항공기 계단차를 함께 사용하는 등 기존에도 제한적인 협력 구조가 존재했다. 두 회사는 이번 조치를 통해 기존 협업 범위를 장비 중심에서 인력과 서비스 영역까지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닛케이는 경쟁 관계에 있는 양대 항공사가 협업 강도를 높이는 배경으로 일본 국내선 사업의 실적 부진을 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원격 근무와 화상 회의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기업 출장 수요가 눈에 띄게 축소됐고, 이에 따라 일본 국내선 항공권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아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반면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연료 비용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수익 감소와 비용 증대가 겹치면서 일본 항공사의 비용 구조 전반에 압박이 커졌고, 노선 유지 자체의 경제성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닛케이는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지 않는다면 일본 국내선 노선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구조적 어려움 속에서 ANA와 JAL의 협업 확대는 일본 국내선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해석된다. 경쟁사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운영 효율을 극대화해야 하는 과제가 두 회사 앞에 놓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정부도 국내선 시장 안정을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ANA와 JAL 등 항공사가 동일한 일본 국내 노선을 운항하는 경우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양사의 출발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시간대 중복을 줄여 탑승률을 높이려는 취지로 보인다.

 

국제 항공업계에서는 일본 사례를 팬데믹 이후 수요 회복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해외 여행 수요는 비교적 빠르게 반등하는 반면, 내수 중심의 국내선은 출장·업무 수요 축소의 영향을 장기적으로 받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에도 유사한 압박이 확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와 같은 거시경제 변수, 일본 정부의 보조금 및 규제 완화 정책, 양사의 협업 범위 확대 여부가 향후 일본 국내선 시장의 회복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일본 항공사들의 구조조정과 공동 운용 모델이 다른 국가 항공업계에 어떤 선례를 남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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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jal#일본국내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