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노인낙상뇌손상경보…강북삼성병원, 조기진단촉구
겨울철 빙판길 낙상이 고령층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 위험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큰 상처나 통증이 없어 보여도 며칠에서 수주 뒤 뇌손상이나 고관절 골절 후유증이 드러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의료계는 조기 진단과 모니터링 체계 강화를 촉구하는 분위기다. 특히 항응고제 복용 환자와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의 경우 디지털 영상장비를 활용한 신속한 뇌 및 골격 검사가 생사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겨울철 빙판에서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히면 뇌진탕, 두개골 골절, 뇌출혈 등 다양한 두부 손상이 생길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신경과와 정형외과 의료진은 31일 고위험 노인 환자에서 이런 손상이 지연성으로 나타나는 만큼, 낙상 직후부터 일정 기간 증상 변화를 체계적으로 관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두부 손상은 충격 직후 바로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며 악화될 수 있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거나 항응고제, 항혈소판제 등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약을 복용하는 노인은 지연성 뇌출혈 위험이 크다. 초기에는 단순 어지럼증이나 경미한 두통 정도로 보이지만, 출혈이 서서히 진행되면서 두통 악화, 반복되는 구토, 의식 저하, 보행 장애, 성격 변화 등 신경학적 이상이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백장현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교수는 노인 뇌 구조의 취약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노화가 진행되면 뇌가 위축되면서 두개골과 뇌 사이 공간이 넓어진다. 이 틈을 지나는 혈관이 상대적으로 긴장된 상태가 되기 때문에, 비교적 약한 충격에도 혈관이 손상되며 만성 경막하혈종 같은 뇌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백 교수는 가벼운 뇌진탕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고위험군 노인의 경우 며칠 이상 의식 상태, 언어 변화, 보행 패턴을 주의 깊게 살피고 필요 시 뇌 영상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진료 현장에서는 낙상 직후 괜찮다며 귀가했다가 수일에서 수주 뒤 심한 두통, 구토, 보행 장애를 호소하며 다시 내원해 뒤늦게 뇌출혈이 확인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의료진은 의식이 멀쩡하고 통증이 크지 않아도, 특히 항응고제 복용자라면 뇌 CT나 MRI 같은 영상 검사를 조기에 시행해 출혈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대한 후유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보고 있다.
머리 손상과 함께 겨울철 노인 낙상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손상 사례로 고관절 골절도 지목된다. 고관절은 골반과 허벅지뼈를 잇는 엉덩이 관절로 체중을 지탱하며 걷기, 서기, 계단 오르기 등 거의 모든 일상 동작과 직결된다. 이 부위가 부러지면 보행 능력 저하는 물론 전신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노인에게 고관절 골절이 많은 이유는 골다공증 등으로 뼈의 밀도가 떨어지고, 근감소증으로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량이 줄어 넘어질 때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빙판길에서 옆으로 미끄러지며 엉덩이부터 떨어지는 전형적인 낙상 패턴이 고관절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구조다. 젊은 층이라면 타박상에 그칠 수 있는 상황도, 노인에게서는 골절로 이어질 위험이 훨씬 크다.
박재형 강북삼성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고관절 골절 이후 장기 입원과 침상 생활이 동반하는 연쇄적인 합병증에 주목한다. 노인이 고관절 골절을 입으면 걷기와 서기가 거의 불가능해지며, 오랜 시간 침대에 누워 지내는 동안 근육이 빠르게 빠지고 심폐 기능이 떨어진다. 이 과정에서 욕창, 폐렴, 요로감염, 심혈관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사망 위험까지 증가하는 패턴이 자주 관찰된다.
문제는 고관절 골절이 발생해도 초기 통증이 생각보다 크지 않거나, 순간적으로는 서거나 몇 걸음 걷는 것이 가능해 조기 병원 방문을 미루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겉으로 멍이나 상처가 눈에 띄지 않는 경우에도 골절선이 관절 내부에 형성돼 시간이 지날수록 뼈가 어긋나고 통증이 점차 심해진다고 설명한다.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치면 인공관절 치환술 등 보다 광범위한 수술이 필요해지고, 재활 기간도 길어져 일상 복귀가 늦어질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정형외과는 낙상 이후 엉덩이 또는 사타구니 부위 통증이 있거나, 체중을 실을 때 한쪽 다리에 유난히 힘이 빠지고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 엑스레이에서 명확히 보이지 않는 미세 골절도 있어, 필요하면 CT나 MRI 등 정밀 검사를 통한 진단이 요구된다.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이런 영상 검사 장비의 고해상도화와 3차원 분석 소프트웨어 도입이 늘면서, 초기 골절 탐지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단 프로세스가 진화하는 추세다.
예방의학 관점에서는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와 병원 정보 시스템을 연동해 낙상 사고 발생 시 즉시 보호자와 의료진에 알림을 보내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센서를 통해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나 충격을 감지하는 기술을 활용해, 외출 중인 고령자의 낙상 사실을 조기에 인지하고 신속한 병원 이송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의료계는 이런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널리 쓰이려면 노인 친화적 인터페이스 설계와 개인정보 보호 규제 간 균형이 필요하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겨울철 노인 낙상은 예방과 조기 진단, 체계적인 재활이 삼각 축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끄럼 방지 신발과 보행 보조 도구 사용, 실내외 조명 개선, 가정 내 매트 설치 같은 생활 환경 정비와 더불어, 낙상 발생 시에는 두부와 고관절을 우선 점검하는 의료 프로토콜 정착이 요구된다. 의료진은 고령 친화 도시와 병원의 연계 시스템이 구축될수록 빙판길 사고의 치명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앞으로 노인 낙상과 연관된 영상진단 장비, 웨어러블 센서, 재활 로봇 등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실제로 이런 기술이 현장에 안착하려면 제도적 지원과 인식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