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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처첨단의료기기2기출범…AI로 국산화·글로벌도전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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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로봇 등 첨단기술을 앞세운 의료기기 연구개발이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4개 부처가 합동으로 추진한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이 6년간의 1기 사업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2032년까지 이어지는 첨단 의료기기 2기 사업 출범을 준비하면서다. 업계는 이번 전환을 국산 의료기기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필수의료 분야 국산화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은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 사파이어홀에서 2025 범부처 의료기기 연구개발 어워즈를 열고 2020년부터 올해까지 추진된 전주기 의료기기 R&D 성과를 공유했다. 이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4개 부처가 협력해 의료기기 기초 연구부터 인허가, 보험, 시장 진출까지 전 단계를 지원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어워즈는 사업단 출범 이후 지원된 과제 가운데 기술·사업화 성과가 검증된 우수 과제를 선정해 시상하고, 정부와 산학연병 관계자, 언론, 국민에게 성과를 확산하는 장으로 기획됐다. 사업단은 2023년부터 매년 10대 대표과제를 뽑아 성과보고회를 열고, 전주기 의료기기 R&D 지원을 통해 도출된 대표 성과를 정리해 왔다.

 

올해 표창 대상은 지난 10월 15일부터 29일까지 공고 기간 접수된 59개 기관의 성과를 대상으로, 연구개발 성과, 연구개발 기여도 및 파급효과, 대국민 기여도 등을 기준으로 내외부 전문가가 심사해 선정했다. 그 결과 정부표창과 전문기관상, 사업단장상 등 총 20개 수상 과제가 결정됐다.

 

복지부 장관상에는 송희석 씨어스테크놀로지 부사장과 이호상 큐라코 최고기술책임자가 이름을 올렸다. 과기부 장관상 수상자는 이재성 브라이토닉스이미징 대표, 윤호영 큐리오시스 대표이며, 산업부 장관상에는 김동기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와 이진구 에어스메디컬 의장이 선정됐다. 식약처장상은 김경남 대한치과의사협회 한국대표와 이영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받았다. 수상자 다수는 인공지능 영상진단, 정밀 시술 보조, 환자 모니터링 등 첨단 기술 기반 의료기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서는 우수과제 시상 외에도 사업 운영과 R&D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 관계자에게 감사패와 공로상이 수여됐다. 더불어 수상 과제 포스터 전시와 미충족의료수요 기반 의료제품 설계서 관련 발표를 통해 병원, 기업, 연구기관, 규제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실제 수요를 중심으로 개발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주기 관점에서 임상 현장의 요구를 초기 설계단계에 반영하는 구조가 확립되면 인허가 성공률과 시장 안착 속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번 어워즈는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종료를 앞두고 열리는 만큼, 내년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의 방향을 가늠하는 자리로도 의미가 크다. 정부는 지난달 산업부, 과기부, 복지부, 식약처가 함께 2032년까지 7년 동안 국고 8383억 원과 민자 1025억 원 등 총 9408억 원을 투입하는 첨단 의료기기 R&D 2기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새 사업은 세계 최초 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기 6건 개발과 필수의료기기 13건 국산화를 목표로 한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 영상진단 장비, 로봇수술 시스템, 원격 모니터링 장치, 디지털 치료제 등 미래 유망 기술군에 자원을 집중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고부가가치 의료기기의 국산화가 진전될 경우 수입 대체 효과와 함께 수출 산업으로서의 성장 여지도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한 의료 수요 확대, 필수의료 분야 인력 부족과 지역 격차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의료기기를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의료현장에서의 실사용을 전제로 한 인허가 전략과 보험 등재, 의료데이터 활용 규제 개선이 맞물려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범부처 협력 체계를 활용하면 기술개발과 제도 정비를 병행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된다.

 

김법민 사업단 단장은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을 마무리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국산 의료기기의 역량을 한단계 도약시키고 새로운 혁신의 기틀을 다지는 전략적인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6년간의 국가 투자와 연구자의 헌신이 국민 건강 증진과 실질적인 기여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앞으로도 우수한 성과가 지속적으로 창출돼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한층 발전하길 기대한다며 내년 새롭게 시작하는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요청했다. 업계에서는 전주기 1기 사업에서 축적된 임상·인허가 경험과 네트워크가 첨단 기술 중심 2기 사업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사업단은 이번 어워즈 수상 과제를 중심으로 내년 3월 열리는 제41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에서 성과홍보관을 운영해 대국민 홍보와 글로벌 바이어 대상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사업단 홈페이지 내 온라인 홍보관을 통해서도 성과를 공개해 연구성과의 확산과 후속 사업 연계를 도모할 예정이다. 산업계는 첨단 의료기기 2기 사업이 실제 시장에 안착해 새로운 성장 축을 형성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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