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쌍둥이자리 유성우가 쏟아졌다”…망원경보다 눈으로 본 하늘 쇼

윤선우 기자
입력

쌍둥이자리 유성우가 연말 밤하늘을 수놓으며 전 세계 관측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천문·우주 관측 기술이 발전했지만, 이번 유성우는 고성능 장비보다 맨눈으로 즐기는 하늘 쇼라는 점에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업계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이 천문 현상이 아마추어 관측 문화를 넓히고, 기상·광공해 데이터 축적 등 과학 인프라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13일 밤부터 14일 새벽 사이 절정에 이르며 전국 곳곳에서 관측됐다. 앞서 뉴욕타임스와 CNN 등 미국 주요 매체가 12일 현지시각 기준으로 이번 절정 시기를 예고했고, 국내외 천문 당국 역시 비슷한 관측 최적 시점을 제시했다. 국제유성기구와 각국 천문 관측 네트워크는 쌍둥이자리 유성우가 4일부터 활동을 시작해 17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유성우는 대기권으로 진입한 우주 먼지나 암석 조각이 공기와 마찰하며 밝게 타오르는 현상이다. 그중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지구 궤도가 소행성 파에톤이 남긴 잔해 구름을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유성우가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물질과 연관되는 것과 달리, 파에톤은 소행성으로 분류돼 차별점을 갖는다. 이 때문에 행성과 소행성, 혜성 사이 경계에 대한 연구와 함께 태양계 소천체 진화 과정을 추적하는 관측 대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관측 결과 절정 시기 전후 맑은 날씨를 보인 지역에서는 하늘을 가르는 밝은 유성이 연이어 포착됐다. 불빛이 적은 교외 지역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개의 유성을 동시에 목격했다는 보고도 나왔다. 특히 올해는 달의 밝기가 상대적으로 낮아, 육안으로 희미한 유성까지 찾아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제유성기구는 “광공해가 적고 구름이 없는 지역에서 상당히 좋은 관측 조건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유성우를 계기로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목격담과 사진, 동영상이 대거 공유됐다. 이용자들은 스마트폰 카메라와 장노출 촬영이 가능한 디지털 카메라, 타임랩스 기능을 활용해 밤하늘을 기록했다. “와 신기하다” “직접 본 유성우가 인상적이었다” “가족과 함께 하늘을 봤다” 등 반응이 잇따랐고, 천문·우주 분야 유튜브 채널에서는 실시간 관측 방송과 재가공 타임랩스 영상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반면 흐린 날씨로 관측에 실패한 지역에서는 아쉬움을 전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성우가 천문 관측 기술뿐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과 결합된 시민 과학 활동의 사례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각국 유성 관측 네트워크는 일반인들이 촬영·업로드한 영상과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유성 궤적과 밝기, 진입 속도 등을 추정한다. 이는 소행성 파편의 궤도 재구성, 지구 대기 상층부 밀도 분석 등 기초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다. 관측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이러한 대중 참여형 데이터가 위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관측 방식은 특별한 장비보다 환경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시카고 애들러 천문관의 미셸 니콜스 디렉터는 “유성은 하늘의 넓은 영역을 가로질러 나타나기 때문에 망원경이나 쌍안경보다는 맨눈 관측이 적합하다”며 “도심을 벗어난 어두운 하늘과 충분한 방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각국 천문 기관은 관측 전 최소 20분 이상 어둠에 눈을 적응시키고, 스마트폰 화면 밝기를 낮추라고 안내하고 있다.

 

연말 유성우 일정도 관심사다. 미국유성학회는 올해 마지막 유성우가 작은곰자리 유성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작은곰자리 유성우는 21일 밤부터 22일 새벽 사이 절정에 도달할 전망이다. 다만 쌍둥이자리 유성우에 비해 유성 수가 적고 밝기도 약한 편이어서, 관측 조건에 따라 체감 강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천문·우주 업계에서는 이런 주기적 유성우가 단순한 볼거리 차원을 넘어, 아마추어 관측 인구 확대와 데이터 기반 우주환경 연구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앞으로도 유성우와 같은 자연현상이 디지털 기술, 시민 참여, 연구 네트워크를 잇는 매개 역할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쌍둥이자리유성우#소행성파에톤#국제유성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