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모바일 캐주얼 공략”…엔씨, 싱가포르 인디고 인수
모바일 캐주얼 게임이 글로벌 게임 시장 내 성장 축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국내 대형 게임사가 동남아 개발사 인수로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주력 장르였던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중심 구조를 넘어, 이용자 저변이 넓은 캐주얼 장르를 외부 인수합병 방식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엔씨소프트의 장기 성장 동력 다각화와 신흥시장 공략 본격화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19일 공시를 통해 싱가포르 법인 인디고 그룹 지분 67퍼센트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총 투자금은 약 1534억원으로, 지급 방식은 전액 현금이다. 인디고 그룹은 베트남 모바일 캐주얼 게임 전문 개발사 리후후의 지배기업으로, 지주회사 지분 인수를 통해 사실상 리후후 경영권을 확보하는 구조다.

인디고 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리후후는 퍼즐류 등 캐주얼 모바일 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베트남 개발사다. 연결 기준으로 리후후 매출은 인디고 그룹 전체 매출의 9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리후후는 2023년 기준 연 매출 1101억원, 당기순이익 204억원을 기록하면서 동남아 기반 캐주얼 게임 개발사 가운데 수익성이 검증된 사업자로 평가받아 왔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거래를 통해 리후후의 경영권을 직접 확보하고, 글로벌 모바일 캐주얼 사업을 체계적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엔씨소프트는 하드코어 이용자층을 겨냥한 역할수행게임 중심 라인업에 강점을 보여왔지만, 이용 시간과 과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캐주얼 장르에서는 자체 개발과 퍼블리싱 모두 제한적인 존재감에 머물렀다. 특히 이번 인수는 이미 완성된 포트폴리오와 이용자 기반을 갖춘 개발사를 확보해, 개발 리스크를 줄이면서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모바일 캐주얼 게임은 글로벌 앱 마켓에서 설치 진입장벽이 낮고, 광고 수익 모델과 인앱결제를 결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리후후가 지난해 기준 200억원대 순이익을 낸 점은, 낮은 개발 단가와 글로벌 장기 서비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현금 창출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자사 핵심 지식재산 기반 역할수행게임과 다른 수익 구조를 확보함으로써, 특정 장르나 지역에 편중된 실적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카드가 추가된 셈이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는 이미 모바일 캐주얼 분야를 둘러싼 인수합병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대형 퍼블리셔들은 동남아와 인도 등 신흥시장 개발사를 인수해, 현지 개발 역량과 글로벌 퍼블리싱 네트워크를 결합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한국 게임사들 역시 캐주얼과 미드코어 장르 강화를 위해 유럽과 북미 스튜디오 투자에 나선 가운데, 엔씨소프트는 베트남 기반 개발사 경영권 확보를 통해 동남아 제작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행보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외 규제 측면에서는 이번 거래가 직접적인 인허가 이슈를 수반하지는 않지만, 국경 간 인수합병 확대 흐름 속에서 각국 외국인투자 규제와 데이터 이전 관련 규범이 중장기 변수로 거론된다. 특히 모바일 게임 서비스는 개인정보와 결제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향후 각국 개인정보보호 규제 강화와 앱 마켓 수수료 정책 변화가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게임 산업 전문가들은 엔씨소프트의 이번 인수를 중장기 체질 전환의 신호로 본다. 국내 한 게임 산업 분석가는 캐주얼, 퍼즐 등 비코어 장르 매출 비중을 키우는 작업은 글로벌 상위권 게임사로 도약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며 리후후 수준의 수익성과 글로벌 서비스 경험을 갖춘 스튜디오를 한 번에 확보한 점은 단기간 내 신규 라인업을 구축하기 위한 효율적인 선택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엔씨소프트는 리후후의 기존 글로벌 서비스 채널과 이용자 풀을 유지하면서, 자사 지식재산과 개발 노하우를 접목한 신규 프로젝트 발굴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는 베트남 기반 모바일 캐주얼 스튜디오 인수가 향후 엔씨소프트 실적 다변화로 이어질지, 그리고 동남아 개발 역량을 활용한 추가 인수합병과 협업으로 확장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