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게임사가 문화유산 지킨다”…라이엇, 누적기부 100억 돌파

신도현 기자
입력

글로벌 게임사 라이엇게임즈가 국가유산청과 함께 추진해온 국가유산지킴이 후원 사업이 누적 기부금 100억 원을 넘기며 e스포츠 산업의 대표적인 ESG 사례로 자리잡고 있다. 온라인 게임과 e스포츠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 문화유산 보호와 디지털 보존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후원해온 점에서, 단순 기부를 넘어 콘텐츠 산업과 문화유산 보호가 결합된 새로운 사회공헌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인기 게임 IP를 활용한 문화재 환수와 보존 지원이 향후 게임·콘텐츠 기업 ESG 전략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라이엇게임즈는 2일 서울 종로구 롤파크 LCK 아레나에서 국가유산청과 2025 국가유산지킴이 후원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후원금 8억 원을 전달했다. 이로써 2012년부터 이어온 누적 기부액이 100억 원을 돌파했다. 국가유산지킴이 후원 사업에 참여한 민간 기업 가운데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이며, 100억 원을 넘긴 사례도 라이엇게임즈가 처음이다.  

올해 후원금은 국외 소재 국가유산 환수와 보존처리, 국내 문화유산 보호 및 복원, 궁궐 관람 서비스 개선 등에 사용된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관람환경 개선과 데이터 기반 보존 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IT 기반 콘텐츠 기업이 문화유산 분야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도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라이엇게임즈와 국가유산청의 협력은 2012년 6월 시작됐다. 라이엇게임즈는 플레이어와 함께 한국 문화유산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매년 후원약정을 체결해왔으며, 국내외 유산 환수와 보존, 디지털 기록 사업 등을 꾸준히 지원했다. e스포츠 리그 운영을 통해 쌓은 브랜드 영향력을 문화유산 보호 캠페인과 연계해, 게임 이용자들이 후원 프로젝트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그동안 라이엇게임즈는 총 7건의 국외소재문화유산 환수를 지원했다. 첫 사례는 2014년 환수된 석가삼존도로, 이후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과 척암선생문집책판,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중화궁인, 보록, 경복궁 선원전 편액전 등이 차례로 국내에 돌아왔다. 이 가운데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은 2023년 6월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되며 환수 성과의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내 문화유산 분야에서도 후원 범위는 점차 넓어졌다. 4대 고궁과 왕릉의 보존처리와 과거 재현 사업을 비롯해 서울문묘와 성균관 등 대표적 서원에 대한 3D 정밀 측량 사업을 지원하며, 디지털 데이터 기반 문화유산 관리에 힘을 보탰다. 이상을 기리는 근대 문화 유적 이상의 집 보존관리, 국내 긴급 유물 구매 및 전시 지원도 진행했다. 실제 공간 보존과 함께 디지털 기록과 가상 전시의 기반을 동시에 마련하는 구조다.  

 

라이엇게임즈는 IT 기업의 장점을 살려 체험형 프로그램도 병행해 왔다. 티모 원정대 프로그램과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청소년과 게임 플레이어들이 문화유적을 직접 방문하고 역사 교육을 받는 기회를 제공했다. 온라인 게임 캐릭터와 스토리를 활용해 문화재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디지털 세대의 접근성을 높이고 문화유산 보호를 게임 커뮤니티의 자발적 활동으로 확장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게임 산업의 ESG 전략 측면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글로벌 IT·콘텐츠 기업들은 환경과 데이터 보호 중심의 책임 경영에 더해, 각국 역사와 문화 정체성 보존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한국 법인은 국외 문화유산 환수와 국내 보존 사업을 동시에 지원하며, 한국에서 창출한 수익을 다시 한국 문화콘텐츠 생태계에 환원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는 해외 자본 게임사가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장기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사례로도 해석된다.  

 

조혁진 라이엇게임즈 한국 대표는 라이엇게임즈가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플레이어들로부터 신뢰받는 게임 회사로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한국 커뮤니티로부터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국내외 문화유산 보존과 환수 사업을 지속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책임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라이엇게임즈를 국가유산 사회공헌의 대표 기업으로 평가하면서, 14년간 국외유산 환수 분야에서 차별화된 성과를 내고 다양한 국가유산 보호 사업에 참여해 왔다고 강조했다. 허 청장은 플레이어들의 진정성 있는 국가유산 보호 참여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국가유산청도 라이엇게임즈 사회공헌 활동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100억 원 누적 기부를 계기로, 게임과 e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IT 기업들의 사회공헌 전략이 문화유산 보호와 디지털 보존으로 확장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게임 IP와 디지털 기술, 온라인 커뮤니티를 결합한 문화유산 보호 모델이 국내외로 확산할지, 산업계는 향후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신도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라이엇게임즈#국가유산청#국가유산지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