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MA 표적 ADC 신속허가”…식약처, 브렌랩주 도입으로 다발골수종 치료지형 바뀌나
BCMA를 표적으로 한 항체약물접합체가 재발성 혈액암 치료 무대에 합류하며 국내 정밀 항암치료 패러다임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수입 희귀신약 브렌랩주를 신속심사 트랙인 글로벌 혁신제품 지원체계 대상으로 지정하고 허가까지 마무리했다.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한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새로운 2차 치료 옵션이 열리면서, 업계에서는 항체약물접합체의 국내 도입 속도와 희귀질환 심사체계의 실효성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재발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2차 치료제 브렌랩주 허가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적응증은 보르테조밉와 덱사메타손 병용요법, 포말리도마이드와 덱사메타손 병용요법 두 가지로 설정됐다. 기존 프로테아좀 억제제나 면역조절제 기반 치료 후에도 병이 재발하거나 반응이 부족한 환자에서 사용하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브렌랩주의 성분 벨란타맙마포도틴은 다발골수종 세포 표면에 과발현되는 BCMA를 표적으로 하는 단일클론 항체에 세포독성 항암제를 결합한 항체약물접합체다. 항체가 BCMA에 결합해 암세포를 선별적으로 인식하고, 이후 결합된 항암약물이 세포 내부로 전달돼 독성 물질을 방출한다. 이 과정에서 DNA 손상과 세포 분열 장애가 유발되며 결과적으로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정상 조직보다는 암세포에 약물을 집중시켜 전신 독성을 줄이고 항암 효율을 높인다는 점이 일반 세포독성 항암제와의 핵심 차별점으로 평가된다.
항체약물접합체는 항체의 표적 정확성과 세포독성 약물의 강력한 살상 효과를 결합한 차세대 정밀 항암 플랫폼으로, 글로벌 혈액암 시장에서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다발골수종 분야에서는 BCMA를 타깃으로 하는 CAR T 세포치료제, 이중특이항체와 함께 유망 축으로 꼽힌다. CAR T가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를 조작하는 반면, 항체약물접합체는 정제된 바이오 의약품 형태로 공급돼 투여와 생산 공정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표준화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브렌랩주가 이런 플랫폼의 국내 상용화 확대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브렌랩주를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 대상 품목으로 지정해 개발 단계부터 맞춤 심사를 진행했다. 해당 체계는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이나 희귀질환 치료제 가운데 의학적 필요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품목을 선정해 심사 기간을 압축하는 제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약 품목허가·심사 업무 절차에 따라 품목전담팀을 구성하고 제조 및 품질관리 심사를 우선 배정했으며, 개발사와의 맞춤형 대면회의를 통해 임상·품질·허가자료 보완 방향을 수시로 조율했다. 이 과정에서 허가 심사에 반복 지연을 유발해 온 행정 공백을 줄여, 희귀·난치질환 신약의 국내 도입 시간을 앞당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발골수종은 골수에서 항체를 만드는 형질세포가 암세포로 변해 통증과 골절, 빈혈, 신부전 등을 일으키는 혈액암으로, 병이 진행될수록 재발과 치료 불응 비율이 높다는 특성이 있다. 1차 치료에 성공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 약제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기전이 다른 2차·3차 치료제 포트폴리오 확보가 생존 기간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브렌랩주 허가로 국내 의료 현장에서도 BCMA 표적 접근법을 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 난치 단계 환자의 치료 전략 수립에 여지를 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BCMA 표적 치료제 간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CAR T 세포치료제와 이중특이항체, 항체약물접합체가 각각 다른 환자군과 치료 라인에 포지셔닝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는 일부 다발골수종 표적 신약과 조합요법이 도입돼 있으나, BCMA 표적 항체약물접합체의 본격 상용 공급은 제한적이었다. 이번 허가로 한국도 다발골수종 치료 패턴에서 글로벌 표준에 한 걸음 더 근접하는 셈이다. 다만 가격, 투여 스케줄, 부작용 관리 등에서 향후 급여 등재와 실제 임상 사용 패턴에 따라 체감 효과가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규제 측면에서는 신속심사 지정이 환자 접근성 확대와 안전성 검증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추는지에 대한 시험대가 된다. 항체약물접합체 특성상 각종 독성 관리, 특히 안과적 이상반응이나 혈액 독성 등 안전성 이슈에 대한 모니터링이 중요해, 시판 후 추가 안전성 조사와 실제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적응증·용법 재평가가 병행될 가능성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맞춤형 대면회의와 품질관리 우선 심사 방식이 다른 희귀질환 신약에도 확산될 경우, 국내 신약 허가 환경이 혁신 치료제 친화적으로 재정렬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과 희귀질환 분야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를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브렌랩주를 계기로 BCMA 표적 치료제와 항체약물접합체 전반에 대한 국내 임상·허가 전략이 재편될 여지도 있다고 본다. 항체약물접합체 기술 경쟁과 더불어 규제·급여 제도 정비 속도가 향후 다발골수종 치료 시장의 세부 판도를 가르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러한 신약들이 실제 의료 현장과 보험 체계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