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캐주얼로 포트폴리오 전환"…엔씨, 리후후 인수로 글로벌 확장
엔씨소프트가 글로벌 모바일 캐주얼 게임 개발사 리후후와 국내 스튜디오 스프링컴즈를 한꺼번에 품으며 수익 구조 전환과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PC 온라인 대형 MMORPG 중심에서 벗어나, 이용자층과 수명 주기가 다른 모바일 캐주얼 포트폴리오를 키워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AI와 데이터 분석 기술을 앞세운 테크 플랫폼을 내재화해 UA와 라이브 서비스 효율을 끌어올리는 구조를 갖추면서, 국내 게임 산업 전반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22일 글로벌 게임 개발사 리후후와 국내 모바일 캐주얼 스튜디오 스프링컴즈 인수를 통해 글로벌 모바일 캐주얼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AI 기반 분석과 데이터 드리븐 운영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신규 사업을 준비해왔고, 이번 인수로 개발과 운영 양 측면에서 본격적인 규모의 경제를 노린다.

엔씨소프트는 8월 모바일 캐주얼 사업 전담 조직인 모바일 캐주얼 센터를 신설하고, 트리플닷 스튜디오와 아웃핏7 등 글로벌 유니콘급 캐주얼 게임사를 성장시킨 아넬 체만을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글로벌 캐주얼 업계에서 UA와 데이터 분석 경험을 쌓은 앤서니 파스칼 등 데이터, 기술, 라이브옵스 전문가들도 함께 합류해 조직 구성을 마무리했다.
엔씨소프트의 핵심 구상은 개발, 퍼블리싱, 데이터, 기술 역량을 묶어 하나의 모바일 캐주얼 생태계를 만드는 클러스터 전략이다. 이를 위해 유럽 기반 게임 데이터 분석 및 라이브 운영 플랫폼 전문 회사 코드베이스의 소프트웨어 영구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이 플랫폼은 UA, 라이브옵스, 광고 크리에이티브 최적화 등 캐주얼 게임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지표 분석과 실시간 운영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엔씨소프트는 코드베이스 플랫폼을 산하 개발사가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개별 스튜디오가 일일이 UA 노하우와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비효율을 줄였다. 실제로 슬로베니아 소재 모바일 캐주얼 스튜디오를 인수해 기술 및 시장성 검증 개념의 PoC를 진행해 왔으며, 내외부 데이터와 플랫폼을 결합한 결과를 토대로 사업 확장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리후후 인수는 이러한 클러스터 전략의 구체적인 실체를 보여준다. 엔씨소프트는 19일 공시를 통해 리후후 모회사인 싱가포르 법인 인디고 그룹 지분 67퍼센트를 확보, 최대주주에 오른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약 1억385만 달러, 한화 약 1534억 원 수준이다. 단일 스튜디오 인수로 연간 수천억 원대 매출 규모를 추가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기존 대형 MMORPG 중심 구조에 대한 리스크 분산 효과도 기대된다.
2017년 설립된 베트남 소재 개발사 리후후는 매치 3D, 숫자 퍼즐, 구멍을 활용한 아케이드 등 다양한 캐주얼 장르에서 100여 종 이상의 게임을 출시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1200억 원, 영업이익은 약 300억 원, 현금 보유액은 약 2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매출의 80퍼센트 이상을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거두고 있어, 엔씨소프트가 단숨에 서구 캐주얼 시장 유저 풀을 확보하는 효과도 생긴다.
국내 스튜디오 스프링컴즈 인수도 추진한다. 스프링컴즈는 두 개 이상의 동일 요소를 합쳐 상위 단계로 진화시키는 머지 게임 장르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스튜디오다. 매년 4종에서 5종의 신작을 내는 빠른 개발 사이클을 특징으로 하며,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2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장르 포트폴리오를 넓히면서, 빠른 반복 개발과 테스트가 가능한 스튜디오를 확보하는 셈이다.
모바일 캐주얼 센터가 보유한 AI·데이터 플랫폼과 리후후·스프링컴즈의 개발 역량이 결합하면, 대규모 UA 집행과 라이브옵스 최적화가 병행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캐주얼 게임은 대형 MMORPG에 비해 결제당 단가가 낮지만, 글로벌 대규모 이용자 기반과 정교한 수익 모델 최적화를 통해 전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광고 기반 수익과 인앱 결제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수익 구조를 체계적으로 운영하려는 포석이다.
이번 인수는 글로벌 캐주얼 게임 시장에서 이미 경쟁에 나선 유럽과 미국 기업에 본격 대응하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해외 시장에서는 트리플닷, 아웃핏7, 플레이릭스 등 데이터 기반 대규모 UA와 광고 크리에이티브 테스트를 무기로 성장한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들과 유사한 테크 플랫폼과 운영 체계를 내재화하면서, 한국 게임사가 전통 강점으로 삼아온 고퀄리티 그래픽 중심 대형 MMORPG 외에도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리후후 인수가 글로벌 모바일 캐주얼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리후후가 아시아 지역 캐주얼 개발 클러스터의 허브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을 거점으로 인력과 개발 역량을 확장하고, 북미·유럽 시장 운영은 기존 리후후 경험과 엔씨소프트의 데이터 플랫폼을 결합해 강화하는 구상으로 읽힌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규모 있는 유럽 모바일 캐주얼 스튜디오 인수도 협의 중이다. 아울러 인수뿐 아니라 캐주얼 퍼블리싱 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복수의 캐주얼 게임 스튜디오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 경우 엔씨소프트는 자체 개발과 인수 스튜디오에 더해 퍼블리싱 파트너사까지 결집된 다층적 클러스터를 구축하게 된다.
국내 게임 업계에서는 모바일 캐주얼 확장이 엔씨소프트의 매출 구조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캐주얼 시장 경쟁이 이미 글로벌 플랫폼 중심으로 격화된 만큼, UA 비용 상승과 상위 노출 경쟁 속에서 수익성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를 요인으로 지목된다. 엔씨소프트는 내년 초 모바일 캐주얼 사업에 대한 종합 계획을 공개할 방침이다. 산업계는 이 계획이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포트폴리오 전환 전략에 어떤 변화를 촉발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