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중 무역 25% 더 줄어야”…미국, 전략 품목 자국 생산 가속 전망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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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4일, 미국(USA) 워싱턴D.C에서 열린 ‘아메리칸 그로스 서밋’ 콘퍼런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중 간 상품 무역 축소와 공급망 재편 방향을 제시하는 연설을 내놓았다. 이번 발언은 세계 최대 교역 축 가운데 하나인 미국과 중국(China) 관계의 재조정 속에서, 디커플링과 공급망 자립을 향한 미국 측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어 대표는 연설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미중 상품 무역 규모가 약 25% 감소한 점을 언급하며 “이 흐름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양국 무역이 보다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교역 자체의 추가 축소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양국 간 거래를 민감하지 않은 품목 위주로 재편해 전략·안보와 직결되는 분야의 상호 의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무역대표부 “미중 무역 25% 축소, 더 줄어야”…전략 품목 자국 생산 강조
미국무역대표부 “미중 무역 25% 축소, 더 줄어야”…전략 품목 자국 생산 강조

그리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정책이 이러한 방향성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상황이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시작 당시보다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말하며, 고율 관세와 각종 수출 통제 조치 등이 미중 무역 구조를 더 균형적으로 만드는 데 일정 부분 효과를 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다만 그는 “누구도 중국과의 전면적인 경제 갈등을 바라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며, 현재 미중 경제 관계를 전면 충돌 국면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리어 대표는 미국이 소프트웨어부터 반도체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대중 관계에 활용할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여러 동맹국이 중국에 대한 공동 대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해 우방국과의 공조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리어 대표는 미국 정부가 무엇보다 “안정성을 확보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심 광물을 포함한 전략적 상품에 대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과 자원 확보에서 자국 중심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장기 목표임을 내비쳤다. 현재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인 상태”라고 평가하면서도, 상황이 언제든 변동될 수 있다고 보고 “매일 관련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어 대표는 북미 역내 협정 체계가 제3국의 우회 수출 통로로 악용되는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캐나다(Canada)와 멕시코(Mexico)가 중국, 베트남(Vietnam), 인도네시아(Indonesia) 등 제3국의 대미 수출 허브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 “이미 멕시코에서 일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중국산 제품이 원산지 세탁을 거쳐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리어 대표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여러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의 조치가 해당 문제를 시정하는 데 일정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미 역내 무역 규범을 활용해 제3국산 제품의 우회 진입을 견제하고, 동시에 북미 내 생산을 유도하려는 전략 변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무역대표부의 이번 메시지는 미중 간 교역 축소 흐름을 되돌리기보다는, 전략적 품목을 중심으로 추가 축소와 재편을 추진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조가 동맹국의 공급망 전략과 보호무역 논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며, 향후 미중 경제 관계의 재구조화가 글로벌 무역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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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슨그리어#미국무역대표부#미중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