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범지구 양극화”…상암·부산, 성적표 갈림길→레벨4 상용화 시험대
국토교통부가 전국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36곳의 지난해 운영 성과를 평가한 결과, 서울 상암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3년 연속 최상위 등급인 A를 받으면서 국내 자율주행 실증의 대표 거점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산과 광주, 인천 송도·영종·구월 등 일부 지구는 계획한 자율주행 서비스 운행을 충분히 이행하지 못해 E 평가에 머무르며 지역별 역량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서비스 실행력이 부족한 지구에 실효성 높은 계획과 체계적 준비를 촉구하며, 향후 도시 단위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을 통해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는 연구기관과 기업이 실제 도로 환경에서 자율주행 기술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실증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장치로, 국토교통부가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한국교통연구원과 함께 매년 운영성과를 평가한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지정된 시범지구 36곳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서울 6곳, 경기 3곳, 인천 4곳을 포함해 전국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평가 결과 A 등급 6곳, B 등급 7곳, C 등급 4곳, D 등급 7곳, E 등급 12곳으로 분포해 상위권과 하위권 간 성적이 뚜렷하게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서울 상암 지구는 계획에 따른 서비스 운영 충실도와 기반 시설·시스템 구축 및 관리에서 고루 높은 점수를 받으며 3년 연속 A를 달성한 유일한 지구로 기록됐다. 서울에서는 상암 외에도 중앙차로 합정∼동대문 구간과 청와대 시범운행지구가 A를 부여받아 도심 대중교통 축과 관광·상징 공간이 자율주행 실증의 주요 무대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충청권 역시 2년 연속 A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실증 역량을 입증했고, 전년 B였던 제주는 A로 한 단계 상승하며 도서 지역에서의 자율주행 서비스 가능성을 확장했다.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경기 안양이 유일하게 A 등급을 받으면서 중소 도시 기반 실증 모델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중간권에서는 서울 강남과 청계천, 대구 등이 B를 받아 잠재력을 인정받았으나, 상위권과 비교하면 서비스 완성도와 인프라 측면에서 과제가 남은 것으로 해석된다. 인천 공항과 서울 여의도 등 주요 거점 지구는 C로 평가돼 일정 수준의 실증은 진행됐지만, 계획 대비 운행 내용이나 서비스 확장성 측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D 등급을 받은 세종과 울산 등은 제도·수요·인프라 요소를 정교하게 맞물리게 할 후속 전략이 요구되는 지구로 분류됐다.
부산·광주, 경남 하동, 경기 시흥, 인천 송도·영종·구월 등 E 등급 지구는 운영 실적 목표 달성률이 낮거나 자율주행 서비스 도입을 위한 사전 준비와 체계적 관리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토교통부는 E 등급 지구들에 대해 계획된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수요 분석과 노선 설계, 차량 도입, 운영 인력·제도 정비를 아우르는 실효성 있는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지역별 기술 역량 차이뿐 아니라 지자체의 정책 의지, 예산 배분, 교통 인프라의 복잡도가 성과 격차를 키우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운영 지표를 보면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 제도의 외연은 빠르게 확장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36개 지구에 설정된 총 69개 운영계획 서비스 가운데 실제로 운행에 들어간 것은 54개로, 계획 대비 서비스율은 78%를 기록했다. 시범 운행한 자율주행차의 총 주행거리는 약 49만 킬로미터로 전년보다 7% 늘었고, 총 이용자 수는 약 13만 명으로 42% 증가했다. 유상 운송 허가를 받은 자율주행차 대수는 38대로, 1년 새 23% 늘어나 상용 서비스로의 이행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수치는 실제 도로 교통 환경에서 축적되는 주행 데이터의 양과 다양성이 포함된 것으로, 향후 자율주행 알고리즘 고도화와 안전성 검증에 직접적인 기반이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역별 실적 차이를 완화하고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와 운영 경험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 전체를 실증 구역으로 설정하는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 계획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자율주행차 100여 대를 투입해 도심·주거·산업·관광 등 다양한 교통 수요 환경에서 운행 데이터를 축적하고, 정밀지도, V2X 통신, 관제체계, 도로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정비하는 구상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시범운행지구를 넘어 도시 단위 실증으로 나아갈 경우, 기술의 성숙도뿐 아니라 교통 정책, 보험·책임 체계, 대중 수용성까지 함께 검증할 수 있는 거시적 시험장이 마련된다고 평가한다. 한편에서는 현재 드러난 E 등급 지구의 구조적 한계를 방치할 경우, 자율주행 인프라의 지역편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며, 중앙정부의 성과 기반 재정 지원과 지자체의 장기 전략 수립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